[무비라이징의 삐딱선] 우리만의 '원재료'를 찾아보자
13.08.30 17:44
무비라이징의 삐딱선, 오늘도 탑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상상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2011년에 개봉했었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영화의 흥행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아주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통계, 누적 관객수 약 220만명) 사실 시각적으로는 별 강점이 없었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데, 그 스토리의 원재료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동화였습니다.
우리는 영화 등 콘텐츠 산업을 이야기할 때 제작비, 환경 등 외적인 요인들을 주로 생각하곤 합니다. 기술력과 제작 환경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오늘 필자는 진정한 콘텐츠의 강자가 되기 위하여 ‘원재료’를 키워야 한다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그 ‘원재료’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흘려 들은 구전 민화, 전래동화들의 활용성, 중요성을 외칩니다. 이야기라는 씨앗에 이야기를 뿌리고 상상력을 더하여 영상으로 펼칠 수만 있다면 그게 우리 영화에도, TV드라마 등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TV드라마도 가족 불화나 사회적인 모순들을 가지고 매번 악한 상황만 더해가는 '막장'을 탈피하여 신선한 소재로 접근이 가능할 것 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영화만큼이나 아름다운 OST 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알라딘 입니다. 중동지역 전래동화 격인 아라비안 나이트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이지요. 우리에게는 디즈니가 만든 알라딘으로 기억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영화 알라딘을 검색해보면 10개가 넘는 작품이 검색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법의 램프라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현대극으로 풀어낸 알라딘도 있고, 내용과 결말이 다른 알라딘도 있습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각색이 되었습니다.
그림형제는 많이 알려진대로 민간 설화들을 수집하여 책으로 출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본인들이 다 창작한 것이 아니고 책으로 엮어 잘 포장해준 사람들이지요. 그들이 쓴 이 이야기들의 원래 이야기는 모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과 다릅니다. 사실 동화라고 하기에는 잔인하고 성적인 내용도 많습니다. 하지만 구전 민화에 가까운 이 이야기들을 재료로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냈고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는 백설공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때로는 아예 그림형제의 책만이 아니라 그림형제 그들 자체를 콘텐츠화하여 영화화, 드라마화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전래동화들이 있고 얼마든지 재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게 더 큰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작부터 모든 것을 다 완성해야만 우리의 영화고 우리의 산업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기’ 가 진짜 우리의 콘텐츠입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무비라이징 movierising.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