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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특집①] '중기선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다

13.09.02 12:24

1.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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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송중기의 대학교 졸업사진
 
꽤 오랜시간 남자친구가 없었던 지인의 지갑에 한 꽃미남의 '셀카' 사진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남자친구 일 거라 생각하던 저에게 친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거, 연예인 사진이야" 맙소사, 저렇게 잘 생긴 연예인이 있다니. 심지어 그는 명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며 모 방송국의 퀴즈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재원이었습니다.
 
178cm의 큰 키, 웬만한 여배우 저리가라에 책까지 낼 정도로 뽀얀 피부, 여심을 자극하는 눈웃음까지. 이 남자, 완벽해도 너무 완벽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쇼트트랙 선수 출신에 성적표에는 '수'가 가득하고 어린시절의 꿈은 외교관과 아나운서였습니다. 재학중이었던 대학 내에서도 방송반 아나운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과 생활과 동아리 활동까지 성실했던 그는 학교 내에서도 꽤 유명한 '퍼펙트 가이'였다고 합니다. MT에서 술에 취해 자는 사진도 멋있고 과방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모습도 훈훈합니다. 오 신이시여. 그의 존재를 진작 알았더라면 수능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명문대학교에 들어갔을텐데요. 대한민국 뭇 여성들에게 '중기선배'의 로망을 심어주며 혜성처럼 등장한 송중기. 스물 아홉,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배우 송중기에 대해 집중 조명 해 보았습니다.
 
 
2. 데뷔: [쌍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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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중기의 데뷔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인성, 송지효, 주진모의 파격 3각 로맨스를 그린 영화 [쌍화점]에서 송중기의 역할은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분)의 부대, 건륭위의 단원 '노탁'이었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영화에 송중기가 출연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지 못하신다는 것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에서 송중기의 비중은 높지 않았습니다. 대사라고는 불안한 눈빛으로 홍림을 쳐다보며 "형님"을 외치는게 다였고 단독 샷으로 카메라에 잡힌 샷도 많지 않았습니다. 모두 다른 건륭위 단원들과 함께 함께 카메라에 비춰지거나 혹은 홍림과 함께 비춰졌지요.
 
그러나 '꽃미남 아롱사태' 등 예능 프로그램에만 얼굴을 비췄던 신인 송중기에게 조인성 옆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기회였습니다. 한편 홍림의 부대에는 홍림 역의 조인성 이외에도 꽃미남 배우들이 대거 포진 해 있었는데요. 송중기를 비롯, 지금은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임주환과 노민우, 여욱환 등도 이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연극을 하다가 연기가 자신의 적성임을 발견하였다는 송중기. 그는 [쌍화점]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행보를 걷게 됩니다. 사극과의 좋은 인연도 '쌍화점'에서부터 시작되죠.
 
 
3. 아직은 조연: 영화 [오감도], [이태원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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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를 주제로 다섯 감독의 단편을 하나로 엮은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 segment5 '순간을 믿어요'에서 송중기는 연인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스와핑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고등학생 재혁을 연기합니다. 복합적이고 오묘한 고등학생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영화 자체의 흥행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2009년 당시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는 송중기보다 함께 segment5에 출연했던 신세경, 정의철 등을 향해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송중기는 꽤 오랜시간,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을 찾지 못합니다.
 
송중기의 다음 영화는 [이태원 살인사건]. 장근석, 정진영 주연으로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사건을 다룬 법정 스릴러 영화에서 그는 비운의 피해자 '조중필'역할을 맡았습니다. 역시나 단역에 가까운 비중이었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지는 못합니다.
 

3. 눈길 가는 조연: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 [트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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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송중기는 스크린보다는 브라운관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배우입니다. [쌍화점] 이후 송중기의 행보는 2008년 말 부터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이었습니다. 황금시간대인 주말 7시 55분부터 9시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훌쩍 넘기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송중기의 역할은 여자주인공 인호(이태란 분)의 셋째 동생 장진호 였습니다. 그는 잘나가는 PD인 누나, 치과의사인 형과는 달리 머리도 나쁘고 재주도 뛰어나지 않은 막내 진호를 맡아 열연했습니다. 비록 능력은 없지만 특유의 애교로 가족들의 엔돌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진호는 뭇 어머님들의 1등 '아들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여기에 중학교 시절 첫사랑인 재라(홍수아 분)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모습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을 채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송중기는 서서히 훈남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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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그는 드라마 [트리플]에 출연하며 과거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경력을 십분 살립니다. 그의 역할, '지풍호' 는 새하얀 피부의 꽃미남으로 꼽히던 송중기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때로는 순수한 소년으로, 또 때로는 박력있는 남자로 이하루(민효린 분)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이정재, 이선균 등 쟁쟁한 배우들과 견주어봐도 전혀 뒤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드라마는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지만 [트리플]을 통해 송중기는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4. 첫 주연 영화: [마음이2] 그리고 [티끌모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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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송중기는 다시한번 스크린에 도전합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성동일, 김정태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인 마음이와 아들 장군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등학생 동욱으로 출연합니다. [마음이2]는 휴머니즘과 코믹을 적절히 섞었다는 평을 받으며 어느정도의 흥행 몰이에는 성공합니다. 그러나 개연성이 부족하고 평면적이었던 송중기의 캐릭터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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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흥행 보증수표 한예슬과 함께 출연한 2011년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그는 찌질한 청년백수 천지웅을 연기합니다. 국보급 짠순이 구홍실(한예슬 분)을 만나며 돈벌이 노하우를 전수받게 되는 지웅. 그는 두 달간 홍실과 함께 생업전선에 뛰어들면서 그녀에게 서서히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선남 선녀의 만남으로 주목을 끌었던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는 아쉽게도 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삼삼하게 20대의 현실과 연애에 대해 잘 풀어냈다는 관객들의 호평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늘 꽃미남 역할만 도맡아 해오던 배우 송중기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찌질함과 망가짐의 대명사가 됩니다.
 
 
5. 연기파 배우로의 도약: [성균관 스캔들], [뿌리깊은 나무] 그리고 영화 [늑대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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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 바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뿌리깊은 나무] 그리고 영화 [늑대소년]입니다. 이 중에서도 [성균관 스캔들]은 대한민국에 송중기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었습니다. 박유천, 유아인, 박민영 등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스타들이 뭉친 조선시대 성균관에서 의외의 주목을 받은 스타는 '여림' 역의 송중기였습니다. 키 크고 잘생기고 패션 센스까지 넘치는, 여기에 유생들 가운데서도 임원을 맡을 정도의 재원인 여림 구용하. 뺀질뺀질한 태도에 영락없는 바람둥이로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깊은 이 캐릭터를 송중기는 마치 제 옷인 양 소화 해 냅니다. 특히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10년지기 친구 걸오(유아인 분)에게 진심을 내보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송중기와 유아인은 '걸림(걸오+여림)커플'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남남커플로는 이례적으로 2010년 KBS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에 뽑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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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배우 송중기는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뿌리깊은 나무]의 출연이 바로 그것이었는데요. 이전까지 곱상하고 여려보이는 이미지였던 송중기는 [성균관 스캔들]의 흥행으로 간신히 '학생' 느낌을 벗었습니다. 때문에 그가 또 다시 한석규의 아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죠. 일각에서는 송중기의 행보을 두고 '잘못된 선택'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어린 세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평소 존경하던 '한석규'의 아역이였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석규가 자신의 출연분량을 보고 "연기 잘 봤다, 정말 잘 해주었다"는 칭찬을 했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한석규가 칭찬해 마지 않을만큼 송중기의 '세종'은 이전의 논란을 잠식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역사상 길이 남을 '대왕'이 되기 전 상왕 태종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이도.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청년 시절의 세종을 송중기는 훌륭하게 소화 해 냅니다. 특히 2회의 어린 똘복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 이방원(백윤식 분)과 맞서는 장면, 6회의 세종(한석규 분)과 맞서는 회상씬은 배우 송중기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입니다. 24회의 분량 중 4회 출연에 그쳤지만 송중기의 존재감은 그 어느때보다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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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다음 행보는 영화 [늑대소년]이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꽃미남 비주얼에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검증된 연기력까지. 충분히 트랜디하고 멋있어보이는 역할로 컴백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 그는 제대로 된 대사 한 마디 없는 '늑대'가 되는 것을 택합니다. 흙과 재를 잔뜩 묻힌 얼굴,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에 경계를 잔뜩 담은 눈빛으로 사람을 쳐다보는 그의 모습은 길들여지지않은 늑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례적인 행보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을까요? 그는 [늑대소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직 시나리오와 작품만 보고 늑대소년을 택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대사가 없기 때문에 연기의 기본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해 뭇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눈빛과 행동 하나로만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야생 늑대. 20대 꽃미남 송중기의 변신은 그렇기 때문에 더 의외였고 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6. 송중기, 그리고 '진짜사나이'
 
85년생, 올해 스물 아홉의 송중기는 지난달 27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102보충대에 현역으로 입대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 [늑대소년]에 이어 첫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착한남자]까지. 연타석 흥행으로 한참 높아져 있는 주가를 뒤로 하고 '입대'라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짧은 머리에 검정 모자를 눌러쓰고 등장한 그는 입대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과 취재진 앞에 담담하게 섰습니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잘 다녀오겠다"는 것이 인사의 전부였습니다.
 
21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송중기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때 그는 30대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연기파 꽃미남 이미지에 '진짜사나이'의 남성스러움이 추가되겠지요. 전역 후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성공리에 복귀한 조인성과 초대형 사극 [역린]의 주연을 맡아 촬영중인 현빈처럼 송중기 역시 적합한 배역을 맡는다면 지금의 인기 이상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대 남자 배우 중 최고의 연기를 자랑하는 송중기, 21개월 후 진짜사나이가 되어 있을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사진=영화 스틸컷, KBS, SBS, MBC, dramabeans,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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