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울릴 [소원]의 주역들을 만나다
13.09.24 09:15
23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소원]의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소원]은 개봉 전부터 '아동 성폭행'이라는 주제와 '나영이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스토리로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늘 사람 냄새 넘치는 이야기로 큰 감동을 주었던 이준익 감독이 과연 쉽지 않은 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을까가 초유의 관심사였습니다. 베일을 벗은 지금, 영화는 단언컨데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000만 관객 동원의 신화, 이준익 감독과 충무로가 사랑하는 두 배우, 설경구&엄지원이 만났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아 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원]은 오는 10월 2일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무비라이징이 영화 [소원]의 주역들을 만났습니다.
1. 이준익 감독, 영화의 배경을 말하다.
Q) 감독님에게 묻는다. '아동 성폭행'이라는 다소 민감한 주제를 다룬 영화다. 영화를 촬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준익 감독(이하 감): 사실 '아동 성폭행'은 너무나 불편한 주제이다. 하지만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읽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지만 정면으로 한번 아동 성폭행과 관련된 일련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숙히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단순히 흥행을떠나서 이건 꼭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도 사회적으로 너무나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불손한 태도가 영화에 담길까 많이 고민했다. 공손하고 정중하게, 하지만 모든 인물이 처한 상황에 관객들이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여기 있는 배우들 모두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촬영에 임했다. 오늘 처음으로 영화가 공개되었는데 이 뜻이 관객들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Q) 감독님에게 묻는다. 우선 이준익감독 연출 복귀 축하드린다. '소원'은 전작 '라디오 스타' 봤을 때처럼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이러한 영화를 위해서는 배우 선정이 매우 중요했을 것 같은데,설경구와 엄지원을 이 작품에 캐스팅 하게 된 배경은?
감: 이 영화는 외부 시나리오로 작업한 첫 작품이다. 올 1월 1일부터 이 영화에 참여하기로 하고 바로 캐스팅을 시작했는데 마침 설경구가 시간이 빈다고 하더라. 이틀만에 '하겠다'는 답이 왔다. 보통 캐스팅을 하면 한두달 이야기가 되는데 이틀만에 한다고 했다. <설: 한다고 한 적 없어요. 만나자고 했지(웃음)> 동훈이라는 역할은 정말 설경구라는 배우가 해 준게 고맙고 감사하다. 영화를 보면 알 거다. 현장에서도 지도할 게 거의 없었다. 설경구나 엄지원은 물론 아역배우인 이레에게도 연기 지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배우와 감독 모두 시나리오의 씬을 모두 믿었고 각자 자기의 감정대로 한 것이다. 설경구가 선뜻 본인이 이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이야기 자체에 대한 진정성에 몸을 정면으로 맞이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엄지원도 마찬가지다. 여배우가 노메이크업은 사실 많이 망가지는 것인데 현장에서도 그런 것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았다. 있는 그 자체로 동훈과 미희였던 것에 감사하다.
Q) 감독님에게 묻는다. 앤딩크레딧을 보니 아동정신과 관련해서 많은 기관이 등장하더라. 단연 쉽지 않은 연기를 한 이레양이 많은 배려를 받았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어떤 부분을 배려했는지 궁금하다.
감: 이레양이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이고 캐스팅 당시에는 미취학 아동이었다. 역시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한 사람은 이레 부모님이었다. 이레 어머님과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의논을 나누고 가족분들의 생각들을 많이 고려했다. 이레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소통을 하는게 최우선이었다. 두 번째는 이레의 심리상태였다. 다각도로 많이 고려하고 방법을 간구했던 것 같다. 영화에도 등장한 해바라기심리상담센터에 가서 촬영 전에 충분한 상담과 아이의 심리상태에 맞는 처방을 받았다. 촬영 중간에도 정신과 전문의가 현장에 와서 이레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리적 타격이 있는가 여부를 확인했다. 영화 촬영 이후에도 상담을 통해 심리적 타격을 없애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
2. 이준익 감독, '소원'을 말하다.
이준익 감독 "영화 [소원]은 피해자의 내일을 그린 영화"
Q) 감독님에게 묻겠다. 극중에서 광식(김상호 분)이 몸으로 자극적인 뉴스 화면의 자막을 가리는 장면이 있다. 이는 의도적인 것인가? 또한 영화의 제목과 아이의 이름이 모두 소원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별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단어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방어기제가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적나라하게 마이크로 말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성폭행, 그 중에서도 특히 아동 성폭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단어 사용은 정말 불편하고 심지어는 당사자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수술실에서 의사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이 많다. 성폭행 피해를 강조해서 이 영화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최대한 자극적인 단어는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소원'이라는 제목은, 끔찍한 사고를 당해서 일상이 파괴된 가족에게 가장 큰소원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영화 초반, 시나리오 수정할 때 부터 생각했던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이 닥쳤을 때 어떤 것을 바랄까였다. 영화 첫 장면은 가족이 비빔국수 먹으며 야구보고 투덜거리고, 아이의 수학문제를 슬쩍 모른척 지나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가족의 모습이다. 그처럼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가장 큰 소원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Q) 감독님에게 묻겠다. 아버지와 딸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기위해 인형 탈을 쓴 아빠와 같은 장치를 넣은 것인가?
감: 아니다. 영화에서 아빠와 딸은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체일 뿐,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가령, 엄마 미희와 딸 소원의 관계가 그러하다. 말하지 않아도 표정 하나만으로도 보여지는 감정과 심리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친구인 동훈과 광식, 미희와 영석 엄마(라미란 분)도 그러하다. 설경구가 촬영 과정에서 라디오스타 만큼만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물 간 가수'와 '아동 성폭행'이라는 주제가 완전히 다른데 어떻게 같은 영화가 나오냐고 웃어 넘겼다. 그러나 속마음은 [소원]을 보고나면 눈물과 웃음이 같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는데 따뜻하고 행복한 웃음이 함께 나오는 것. 그래서 어느 누구도 과도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경찰만 해도 그렇다. 굳이 경찰을 나쁘게 그리는 것 보다는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진심들이 전해졌다면 정말 다행이다.
*MR질문*
Q) 감독님에게 묻는다. 영화의 결말이 다소 부족(?)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든 의도가 따로 있는가?
감: 성폭행 영화를 소재로 할 때 대부분은 고발을목적으로 영화를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고발이 목적이 아니었다. 이 영화에 카메라가 쫓아가는 것은 '피해자의 내일'이다. 제작 하면서도 이레를 포함한 가족들이 정말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 이상의 사회적 목소리는 이 영화의 방향도 아니고 내가 원했던 바도 아니다. 그동안 현실을 고발하는 수많은 영화가 나왔지만 현실로 이루어진 것은 미미하지 않나. 피해자의 내일에 초점을 맞춰서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
3. 배우들, 카메라 뒷 이야기를 말하다
설경구 "우리는 단지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가족이었을 뿐. 그 것이 바로 '소원'"
엄지원 "미희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엄지원 "미희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MR질문*
Q) 관객의 입장에서 참 많이 울었다. 촬영하기에 힘들었을 것 같은데, 배우분들의 소감이 궁금하다.
엄: 물론 일련의 과정들을 엄마로서 겪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참 많이 아팠다. 많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살아볼 만한 삶을 견뎌나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에 조금 더 강하고 긍정적이고 좀 더 밝은 에너지를 찾으려고 하는 미희를 만들고 싶었다. 아마 그런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 과정 내내 힘듦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영화 속이지만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의지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설: 민감한 소재이긴 한데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동 성폭행' 자체는 아니었다. 주제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다른 곳에 있었다. 저 이준익 감독이 하라는대로 했을 뿐 (웃음) 이준익 감독이 눈물이 참 많다. 우시면서 웃더라. 속은 문드러지는데 겉으로는 웃으면서. 영화 속에서 저희는 그냥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가족이었다. 그 것이 바로 영화의 주제인 소원이다.
Q) 엄지원씨에게 묻는다. 극중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노메이크업으로 소화했다. 또 임산부 연기를 하기 위해 6kg를 찌웠다. 여배우로서 힘든 일이었을텐데 이를 감행하게 된 마음가짐과 이유는 무엇인가?
엄: 미희를 하기로 하면서 정말 미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지원 눈물) 예쁘게 보이지 말자. 예쁜 것을 포기하고 다짐했던 것 같다. 정말 임신 5개월에서 만삭에 다가오는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 촬영 초부터 끝날 때까지 살을 조금씩 찌웠다. 노메이크업 상태이기 때문에 영화 속의 어떤 얼굴이 정말 안 예뻐보일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지만 그보다는 진심으로 연기하기를 원했다. 설경구 선배의 도움도 컸다. 만일 상대 배우가 풀 메이크업에 헤어까지 완벽했다면 흔들렸겠지만 설경구 선배도 동훈 그 자체였다. 영화 촬영 내내 우리 둘 다 현장에 노메이크업에 촬영 의상 입고 와서 그대로 퇴근했다. 아마 이런 것들이 있었기에 미희 그 자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설경구에게 묻는다. 영화 '소원'은 소재 자체때문에 딸 가진 부모들은 보기 힘들다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 딸 가진 부모로써 이 영화를 왜 선택했는지, 또 부모로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설: 사실 시나리오를 받아두고도 보지 못했다. 감독님은 이틀이라고 하셨는데 이틀이 아니고 좀 더 걸렸다. 두려워서 열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읽었고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감독님은 피해자들 아버지도 만났다고 하더라. 사실 감히(?) 메세지를 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하지만 촬영 하면서 느낀 바는 많다. 특히 평범한 일상이 정말 큰 소원일 수도 있겠구나.한시간 한시간 흩어 지나가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원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쉬운 연기를 할 때는 그냥 이레답게 했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연기를 할 때는 소원이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고민했다(일동 큰 웃음)
*인사말*
감: 정말 불손하지 않게 만들기 노력했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엄: 영화는 다 보고났을 때 따뜻한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을 향해 정말 진심을 다해서 만들었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이: 영화 소원은 온 국민이 함께 보고 서로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설: 마치겠습니다. (일동 웃음)
(사진=스포츠코리아)
무비라이징 movierising.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비라이징 movierising.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