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영화 [미스터 레이디], 이 영화를 아시나요?
13.10.02 10:23
2000년대 초반 뮤지컬과 음악 소재 영화가 붐이었다. [코요테 어글리]와 [물랑루즈]의 주제곡들이 잇달아 빌보드와 아메리칸 팝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전세계의 영화 시장은 음악 소재의 영화를 제작하려고 하였다. [쉬리]이후 관객점유율이 자체적으로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영화는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과감하게 음악소재 관련 영화제작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미스터 레이디]라는 영화였다.
[미스터레이디, 2002]
감독: 조명남 / 출연배우: 안성기,홍석연,소찬휘,백재현
파격적인 소재,캐스팅
'미스터 레이디'의 줄거리는 가문 좋은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났으나 '특별한 여자'로 살아가는 사미(소찬휘), 쇼클럽 '백조의 호수'에서 언니처럼 사미를 보살피는 통통 공주 하니(백재현), 여기에 스타를 꿈꾸는 앵벌이 소년(김건일)과 그를 등쳐먹는 앵벌이 두목(안성기)이 짝을 이루며 만드는 휴먼 코믹 뮤지컬 드라마가 영화의 주 내용이었다. <미스터 레이디>는 뮤지컬영화를 지향하고 있었지만 그 소재부터가 너무나도 신선하면서도 파격적 이었다. 바로 하리수를 통해 사회적으로 화자되기 시작한 '트랜스젠더'라는 소재에 뮤지컬을 도입한 파격적인 음악 영화를 제작하려 했으니 그야말로 모험이었다.
여기에 캐스팅 마저 너무나 파격적이었고 의외의 조합이 완성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여자가 되고싶은 꿈을 가진 소년으로 신인 아역배우 였고 이 당시 높은 고음대 가창력을 자랑했던 여성록커 소찬휘, '개그콘서트'의 히로인 백재현, 영화를 안정되게 지탱해줄 국민배우 안성기의 출연이 확정되면서 이 영화는 그 해 최고의 기대작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 조합이 어떻게 완성될지도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으니 모두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었다.
그리고 그 궁금중에 대한 답을 제시하듯. 40%정도의 촬영을 마치면서 제작사는 자신감 있게 뮤지컬 형식의 제작 보고회를 가지며 이 영화가 곧 개봉할것임을 증명했다. 여기에 안성기의 평소와 다른 익살스럽고 유쾌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도 공개되어서 언론과 미디어의 관심은 날로 커질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도 이제 제대로된 '월메이드 작품'이 탄생하는거 아닌가라는 기대감 이었다.
왜 제작 중단 되었나?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려던 과감한 파격적인 시도는 90%까지 촬영을 마치고 제작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유는 역시 제작비 였다. 당시 책정된 제작비와 달리 미지급된 제작비가 필요해 지면서 이와 관련된 투자와 수급이 이루어 져야 했지만 아쉽게도 원활하지 못했던 당시의 제작시스템과 환경이 이를 뒷받쳐 주지 못했다. 이는 [미스터 레이디]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석규,이은주가 출연하기로 했던 <소금인형>이라는 스릴러 물은 제작사와 연출가의 마찰로 촬영 중단 되었고 이후 한국영화 제작 열풍으로 너도나도 제작비를 퍼부으며 제대로 된 계획없이 촬영을 진행하다 엎어진 영화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미스터 레이디]의 촬영은 잠시 중단되었고 그 공백이 길어지기 시작하자 배우들도 영화에 더 이상 올인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주인공 격인 아역배우가 촬영당시와 달리 너무 크게 성장하면서 다시 재촬영하기 어려워지게 생겼다. 주인공을 다시 캐스팅 한다면 다시 제작비를 조달해야 하지만 겨우 받은 제작비로는 부족했고 캐스팅 오디션은 사실상 불가능 했다. 결국 [미스터 레이디]는 그렇게 모두의 기억속에 잊혀졌고 더 이상의 촬영은 없이 제작중단되 영화로 기록되어 졌다. [미스터 레이디]에 올인하다 싶이한 조명남 감독은 이후 [간큰가족] [대한민국1%]같은 휴먼 코미디 영화를 연출하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미스터 레이디>의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었다. 결국 2010년 향년 46세로 대장암으로 별세하면서 더 이상의 [미스터 레이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만약 제작 되었다면?
만약 [미스터 레이디]가 안정되게 제작되어 개봉 되었다면 그야말로 한국영화사에 길이남을 문제작으로 기록되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뮤지컬 형식의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영화에도 뮤지컬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수 있었던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큰 흥행은 하지 않았겠지만 조명남 감독의 파격적인 시도덕에 충무로에 가장 관심이 가는 감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안성기의 익살스런 연기를 보지 못한게 더 없이 아쉬우며 영화판에 처음 데뷔를 시도했던 소찬휘와 백재현의 도전이 무의미 하게 끝난것이 더 없이 아쉬웠다. 영화가 개봉되었으면 이들에게 새로운 진로가 생기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故조명남 감독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이 영화가 다시한번 제작된다면 어떨까? 지금의 한국영화 시스템은 당시와 다르게 더 없이 좋아졌고 소재도 다양해 졌으며 여러 음악소재 영화들도 나오고 춤 되고 노래 되는 한류스타에 유능한 뮤지션들이 많은 만큼 다시 시작해 본다면 어떨까? 물론 지금도 건재한 안성기가 다시 출연해 준다면 더 없이 환영한다. 아무튼 다시는 [미스터 레이디]처럼 제작비 수급과 관련한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영화들이 더는 없기를 바랄뿐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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