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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리뷰, '톱스타'가 만든 '인생은 아름다워'

13.10.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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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감독: 박중훈
출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외
개봉: 2013년 10월 24일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인 이 남자는 아버지뻘 되는 감독에게 서슴지 않고 욕을 내뱉습니다. 선배 배우의 진심 어린 충고 역시 '내가 부러워서 하는 개소리'이라며 의자를 집어 던집니다. 배우 데뷔 전부터 동고동락했던 매니저에게는 "나한테 붙어서 먹고 사는 기생충"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해 준 평생의 은인까지 무시하고 배신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남자는 고민할 여지도 없이 '천하의 몹쓸 놈'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성실하고 우직한 청년의 마음속에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합니다. 꿈의 언저리에라도 있고 싶어서 톱스타 원준(김민준 분)의 매니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돈 없고 빽 없는 그에게는 작은 단역 하나 오지 않았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자기를 다독거리기를 수 년여. 드디어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톱스타가 저지른 잘못을 뒤집어쓰는 대신 그는 누구보다 든든한 빽을 얻습니다. 난생처음 검색어 1위를 해 보았고, 사인해달라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타가 되기만 하면 좋을 것 같았던 순수함은 어느 순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질하였습니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순박했던 청년은 더 높은 곳을 탐하는 한 마리 괴물이 되었습니다. 자, 과연 우리는 이 괴물을 욕해야 할까요, 아니면 안쓰러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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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톱스타]는 데뷔 28년 차의 배우 박중훈의 첫 연출 작품입니다. 기자간담회에서 박중훈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톱스타]에는 배우 박중훈이 연예계에 종사하며 지켜봐 왔던 수많은 '흥'과 '망'의 이야기들이 녹아있습니다. 영화는 불편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피하지 않습니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배우 끼워팔기', '스캔들', '소속사와의 갈등' 등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여기에 톱스타들의 면모 역시 낱낱이 공개됩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배우들은 스타 감독의 앞에서는 넉살 좋게 웃다가도 유명하지 않은 감독이 제안하면 "매니저 통해 얘기하시죠" 라며 짧게 응대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 뒤에는 우리네 삶과 똑같은 그것이 있고 또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칫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고발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었던 이 영화를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꾸어 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주연을 맡은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은 말할 것도 없고 비중 작은 조연들까지도 자신이 맡은 역할의 120% 이상을 해냅니다. '믿고 보는 배우' 엄태웅의 연기력은 단연 발군입니다. 순박한 청년을 연기할 때에는 최근 출연하는 예능 [1박 2일] 속 허당 '엄태웅'의 모습을, 스타가 되고 난 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적도의 남자] 김선우와 [부활] 유신혁 이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하나까지. 극명하게 다른 두 캐릭터는 과연 같은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여기에 매니저 상철(이준혁 분)과의 호흡 역시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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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톱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원준(김민준 분)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아프게 합니다. '고양이인 줄 알고 키웠던 동물이 사실은 호랑이'일 때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바닥까지 떨어진 후 '입안의 혀'처럼 굴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홀로 남은 원준의 모습은 쓸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라며 화도 내보고, 쌍욕도 해 보지만 결국에 체념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는. 어쩌면 원준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나치게 빠릅니다. 매니저에서 톱스타가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모두 그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 전개가 빠르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인물들 사이의 사건에 대한 개연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여기에 박중훈 감독 본인이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바와 같이 뻔한 설정과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는 영화의 가장 큰 한계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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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속의 스타들은 화려합니다.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우아하게 손을 흔드는 그들은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우아하게 떠 있기 위해 그들은 물 아래에서 치열하게 발을 젓고 있습니다. 마치 한 마리 백조처럼. [톱스타]는 제목 그대로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언뜻 머나먼 세상 같은 이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 우리네 현실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 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밟고 올라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한낱 남들을 빛내주는 계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연기경력 30년의 '톱스타'가 만든 [톱스타]는 그래서 더욱 공감 가고 쓴 웃음 짓게 합니다.
 
P.S. 영화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엄정화, 안성기, 류승완 감독, 이금희 아나운서 등 쟁쟁한 스타들이 까메오로 출연했고 김혜수, 이범수 등 스타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톱스타, 박중훈 감독의 인맥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단평
톱스타가 만든 '톱스타', 어쩌면 우리의 인생일수도!

비주얼:★★★ (까메오 출연은 최고!)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But TV,VOD 평점:★★★)
 
 
 
(사진=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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