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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리뷰: '그 사람'이 아닌 '그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

13.12.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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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2013]
감독:양우석
출연:송강호,김영애,임시완,오달수,곽도원,이성민
 
줄거리
1980년대 초 부산. 빽도 없고,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송변은 10대 건설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 앞에 둔다.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송변.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변은 모두가 회피하기 바빴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하는데…
 
[변호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중대표적인 사건인 1981년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였기에 개봉 전부터 보수/진보 진영의 네티즌들간의 논쟁과 '평점 테러'라는 볼썽사나운 행동과 같은 씁쓸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었다. 이처럼 [변호인]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좋고 나쁨이 구분될 작품이었다. 양우석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제작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이 작품을 실화를 모티브로 한 '픽션'임을 강조하며 이 영화를 다른 시각으로 봐줄것을 제작보고회와 여러번의 인터뷰를 통해서 밝히고 했었다. 과연 [변호인]은 어떤 시각과 장르로 해석되어야 할 영화였을까?
 

*'그 사람'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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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변호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의 영화인것은 확실하다. 지금의 2,30대들 보다는 한 세대전 사람들이 보기에는 주인공 송변(송강호)의 행동이 영락없는 '그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돼지 국밥'을 좋아하는 소시민적인 모습과 불의를 보고 돌변하는 정의로운 모습 그리고 영화의 중후반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외치는 대사는 미디어를 통해 그려졌던 노 전대통령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화속의 송변은 감독과 제작진이 밝힌 노 전대통령을 모티브로 빌린 가상의 인물에 더 가깝게 그려졌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노 전대통령의 외형적인 모습만 빌렸을 뿐 내면은 80년대를 살아간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다.
 
법조인을 꿈꿨지만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되면서 가족의 생계를 우선으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악착같이 살아가기 위해 자존심을 버려가며 최선을 다하려는 장면,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하는 안방 생활에 행복을 느끼는 장면,자수성가해 자식들에게 당당한 아버지로 남으려는 모습은 5,60대와 386 세대의 공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하고 눈시울을 붉히게 할 정도로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이러한 공감대를 송변 이라는 캐릭터를 넘어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간 사람들로 범위를 넓히기 위해 송변과 절친한 '돼지국밥 집' 모자를 등장시킨다. 어려운 시절 돈 보다는 '정'으로 서로 의지하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시절 '그때 그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이 영화가 말하려는 핵심이다. 이러한 설정은 중반부터 이어지는 법정신과 정치적인 부분에서 강렬한 드라마로 승화되는 중요한 장치로 연결된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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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의 드라마는 이 영화의 중요 장치이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심장'과도 같은 부분이다.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오는 부분이면서 극의 전환에서 크나큰 역할을 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전자에서 언급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전반부는 소시민적이었다면 중후반부는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는 무거운 드라마로 이어진다. 초반부의 소소함에 감동을 느꼈다면 이제부터 영화는 [도가니]의 그것처럼 현실의 부당성에 분노를 느끼는 부분과도 같다.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고통스러운 현실적인 고문장면을 비롯해 정치적 이념이라는 이유로 정의가 매도되는 현실을 목격하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렇다고 영화는 [도가니]나 폴 그린그래스의 [블러디 선데이] 처럼 분노를 표출해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으려는 방향성을 제시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 영화의 후반부가 말해주듯이 어려운 현실과 절망적인 순간에도 결국에 함께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뒤따라 나설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을 보며 이미 지나간 사건이지만 다시 화자 되는 것은 연출자의 몫이 아니었다 한들 관객의 의해 결정될 것이다.  
 

*법정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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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의 드라마를 보며 조금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너무나 소시민적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지면 중반부에 있을 법정드라마가 과연 잘 그려질까 하는 부분이었다. 눈시울을 자극하던 영화가 냉정하고 팽팽한 분위기의 긴장감이 살아있는 법정 영화적 정서를 과연 잘 살려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송강호를 비롯한 조민기,송영창이 만들어낸 수준급의 연기력이 만들어낸 법정신은 나름 김장감이 있었고 영화의 중요한 주제의식을 강조하지만,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담겨진 스릴러적인 면을 기대했다면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것이다. 당시의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한 법정의 분위기로 인해 일당백 싸움이 되었기에 송변의 고군분투적 모습이 영화의 긴장감을 대신한다. 때문에 법정 영화의 시각에서 이 영화를 보려 한다면 정당한 수준에서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스릴러 방식 보다는 부당성에 싸우는 정의로운 변호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하는 편이 좋다. [부러진 화살]의 80년대 초반 버전이라 생각하고 본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것이다. 생각해 본다면 [변호인]의 대결구도는 법정 영화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과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대결 방식으로 정치영화로 보는 편이 훨씬 좋을 거 같았다. 
 

*정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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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부분은 이 영화의 정치적인 설정이다. 실제 인물의 모티브만 빌렸다지만 자연히 그러한 성격이 나올수 밖에 없으며 시대적 분위기상 정치적인 시각은 자연히 등장하게 된다. 당시의 억압적인 분위기가 전면에 등장하며 너무나도 생생하게 재현되는 고문장면의 모습은 80년대에 대한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송변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을 이러한 시대상의 피해자로 그려내지만 송변의 고등학교 동창인 외골수적인 기질을 가진 기자(이성민)를 등장시키면서 시대에 대한 연출자 스스로의 시각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현실을 바라보며 자수성가를 이루어내었지만 열등감속에 살아가는 송변을 보며 분노하는 기자를 통해 상식이 비상식에 의해 전복되는 현실을 방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정치적인 면만보고 최근에 등장한 [남영동 1985] [오래된 정원] 과 같은 진보적 색체에 가까운 영화들로 보기에는 어렵다. 악역인 차동영 경감(곽도원)의 캐릭터를 일방향적인 군국주의자로 그려내 보수에 대한 부정적 면모를 비난한것 같지만 그 시대에 이러한 인물이 등장할수 밖에 없는 현실성을 이야기하며 보수에 대해 대변 하고는 한다. 이를통해 [변호인]은 대결구도는 정치적인 선에 구별된 사람들 이라기 보다는 서로의 이념과 상식의 차이로 인해 생겨난 관계에 가깝게 그려진다. 후반부 주인공 송변의 법정에서의 마지막 고군분투와 80년대 배경 영화의 주 상징인 시위장면을 등장시킴으로서 노 전대통령의 과거의 면모를 어느 정도 드러낸다.
 
그렇다고 [변호인]은 시대적인 분위기와 설정만 보고 정치영화의 관점으로만 보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소시민적인 정서와 등장인물들의 면모는 이념을 떠나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족의 행복과 정의로운 세상을 추구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전면에 들어날 것이다. 송강호 특유의 쾌활하고 개성적인 연기가 이번 작품의 정의를 더욱 빛내줘 그가 연기했던 흥행작의 면모를 생각하고 본다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을 마무리하는 관점에서 따뜻한 감동과 재미를 줄 드라마 영화를 원한다면 [변호인]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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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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