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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 리뷰: '질풍노도'속 소년·소녀들의 [스타트렉]

13.12.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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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2013]
감독: 개빈 후드
출연: 해리슨 포드,아사 버터필드, 벤 킹슬리, 헤일리 스타인펠드
 
줄거리
외계 종족 ‘포믹’의 공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우주함대를 결성한 인류는 지구를 지켜낼 단 한 명의 영웅으로 뛰어난 지능과 천재적 전략을 지닌 '엔더'를 선택한다.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철저한 훈련과 시뮬레이션 전투를 통해 우주함대 최고의 지휘관으로 성장한 엔더. 외계
의 2차 침공 가능성은 점점 커지게 되면서 그의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하는데…
 
*[엔더스 게임]을 보는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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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스콧 가드의 소설 [엔더스 게임](국내 출판명:엔더의 게임)은 해외에서는 교육 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SF물의 주소재인 '우주전쟁'을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소년·소녀들의 시각에서 그려내며 인간관, 성장의 아픔, 가치관의 충돌, 전쟁에 대한 정의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영화 [엔더스 게임]은 탄탄한 원작의 영향을 스크린으로 이어가는데 충실하다. 소설 속 대사를 비롯한 전개 부분에도 큰 변화는 없었고, 캐릭터와 그들에 대한 묘사까지 어느하나 큰 변화는 없었다.
 
사실, [앤더스 게임]의 미국내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에 현재까지 누적된 수익이 6천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전미박스오피스 1위 이후 별다른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급속도록 추락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전자에서 언급한 소설의 색깔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는 점인데, 이미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작을 읽은 탓에 영화속 설정들이 관객들에게 진부해 보였을 것이다. 소설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다 보니 청소년들이 모두 주연인점도 성인관객들을 끌어 모으기에는 조금 부족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영화 [엔더스 게임]을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자의 편견을 버리고 순수 영화로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 [엔더스 게임]의 감상 포인트는 시각효과적인 부분과 공감을 불러오는 설정들에 있다. 기존 헐리웃 SF 영화의 시각에서 화려하거나 독창적 이지는 않지만 신비감과 익숙한 장면들로 구성했다. 우주에 떠있는 장교 사관학교의 무중력을 이용한 우주 유영 훈련장면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쿼디치 게임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함대간 전투씬은 영화 [스타트렉]의스펙터클한 장면과 함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전략' 이라는 개념을 첨가해 함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전투의 묘미를 긴박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모든것이 '게임'으로 진행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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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이 주인공의 직접적인 액션과 함대와 함대간의 대치전이 재미를 주었다면 [엔더스 게임]의 전투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지니고 있는 장점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이용하는 식이다. 주어진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하며 적들과 싸우는 장면은 현시대의 프로게이머와 소설 '삼국지'에서나 볼법한 지략가의 두뇌싸움을 연상시킨다. 재미있게도 영화속의 이 모든 장면은 실제가 아닌 가상 훈련 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영화는 엔더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게임처럼 진행한다.
 
엔더는 학교급우들의 시기질투를 이겨내고 어린나이에 상급생으로 진급하게 되고 그곳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을 익혀 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며 지휘관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 방식은 RPG 게임의 형식과 비슷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엔더의 이러한 성장과정을 조종하고 지켜보는 당사자는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과 엔더슨 소령(비올라 데이비스)과 같은 어른들이다. 이들은 엔더와 같은 인재들을 미리 파악한 다음 훌륭한 지휘관을 만든다는 이유로 온갖 가혹한 상황을 유도하는데 이는 현실 세계의 교육문제와 시스템을 비유적으로 풍자한 것과 같다.
 
 
*'성장통'을 적나라 하게 그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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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는 학급에서 별종 취급을 당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 무리를 지으며 편을 가르고 그로인해 그들만의 계급사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는 아이들이 속한 군대가 정해준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사회를 형성하면서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소녀들은 개인과 집단에 의해 상처 받기 쉽다. 유년기의 성장과정과 성장통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깊게 공감할수 있는 부분이다. [엔더스 게임]의 원작을 본 대부분이 성장소설의 관점에서 이 작품을 해석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희망이자 영웅으로 성장해야 하는 소년은 막중한 책임감에 매우 큰 심리적 혼란을 겪게되고 그로인해 아이들의 사회에서 '별종' 취급을 당하며 소외당해야만 한다. 그로인해 그에게 생긴것은 '분노'와 '증오'이며 이는 엔더를 지휘관으로 키우려는 장교들이 유도한 하나의 방식이었다. 엔더의 그러한 상처는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누나 발렌타인(아비게일 브레슬린)과 친구,동료들이 함께 하면서 자연히 치유되고 그는 진정한 리더이자 지휘관이 되는법을 배우게 된다.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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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은 너무나도 과감했다. 그것도 1억 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캐스팅하기 어려운 아역들을 주연으로 캐스팅 하며 원작의 기준에서 괜찮은 완성물을 만들어 냈지만 그로인한 여러 제약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기대했던 관객들 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비주얼이 전략 위주로 진행되는 장면이다 보니 영화보다는 게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적 묘미를 떨어뜨린 실수도 범했다. 그러다 보니 [엔더스 게임]은 기존의 SF 우주물인 [스타워즈] [스타트렉] [스타쉽 트루퍼스] 처럼 자신만의 개성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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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속 우주라는 공간에 놓여진 소년, 소녀들은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속 아이들과 비슷하다. 다만 [해리포터]의 세상이 꿈과 같은 마법이 주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담겨진 것과 달리 [엔더스 게임]의 아이들은 무중력이라는 물리적 제약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전쟁의 소도구로 길러진 군인들이다. 둘다 가상의 판타지 이긴 하지만 후자의 설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엔더가 살고 있는 사관학교의 세상은 치열한 입시전쟁과 교육에 의해 엘리트와 비주류로 구분되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낸 판타지 이지만 이상하리 만큼 현재를 체험한것 같은 느낌을 주려는 것이 [엔더스 게임]의 숨겨진 본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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