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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리뷰: '세계 최악의 망나니 졸부'를 보다

14.01.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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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
감독:마틴 스콜세지
출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요나 힐,매튜 맥커너히,마고 로비
 
줄거리
화려한 언변,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를 지닌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주가 조작으로 월스트리트 최고의 억만장자가 된다.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손에 쥔 그는 술과 파티, 여자에게 아낌 없이 쏟아 붓고, 급기야 FBI의 표적이 되는데…
 

*마약,섹스,사기…졸부들의 추악함을 그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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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분 동안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이하:[더 울프]) 를 감상하면서 불현듯 같은 소재의 영화였던 [마진 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와 같은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하루 전날 저녁, 금융회사의 중간상사 윌 에머슨(폴 베타니)은 회사의 옥상에서 부하직원들과 바람을 쐬며 자신의 연봉 250만 달러(한화 30억원)가 어떻게 금새 사라지는 지를 설명해준다. 부모님 용돈,고급 양복,스포츠 카,집세 그리고 마지막 유흥비에 엄청나게 소비했음을 고백한다. 한순간에 엄청난 금액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정작 돈을 의미있게 쓰는 방법을 모르는 월가의 군상들을 영화는 그려내고 있었다.
 
[더 울프]는 바로 이러한 [마진 콜]의 윌과 같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더 구체화 시킨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융 사기 실화극'을 표방하며 금융 제도의 허와 실을 파헤칠 줄 알았던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려진다.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월가는 그동안 그가 구현했던 마피아들의 뒷골목 세계보다도 더 추악하고 악랄한 난장판 그 자체였다.
 
지적이거나 우아할 줄 알았던 주인공 조던 벨포트와 그의 동료들은 불량 10대들을 소재로 한 영화에 등장할법한 호색하고 마약에 중독된 대책없는 청소년들을 보는것 같았다. 그들의 사무실은 록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와 난잡한 섹스,음주가 아무때나 행해지는 난장판이다. '월가의 늑대'라는 별명을 얻은 그답게 늑대들의 소굴로 만든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느하나 멀쩡한 인물들을 보기 힘들정도다. 회의때나 회식과 같은 파티가 있을 때도 일상에서는 마약흡입과 자위행위가 만연하고 품위 있을줄 알았던 월가의 증권맨들의 입에서는 'f**k'이라는 욕설이 난무한다. (이 영화의 욕설만 500여 번 이상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는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섹스,마약,부패를 그려내는데 할애한다. 엄청난 부에 빠져 탐욕과 향락에 빠진 상류층 쓰레기 인간들의 군상은 부패해진 고대의 로마 제국의 폭정을 선전정으로 그려낸 틴토 브라스 감독의 1979년 작 [칼리귤라]를 21세기 버전으로 재해석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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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틴 스콜세지 콤비는 이번 작품에서 작정한 듯이 월가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내기 위해 어떠한 행동과 연출도 서슴치 않는다. 디카프리오는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역대 최악의 호색,마약 중독자 연기를 펼치며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그 스스로가 원했던 것 같았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약중독으로 인한 뇌성마비 연기는 그동안의 그의 연기인생에서 구경하기 힘든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와 함께 최악까지 추락한 백인 상류층의 면모를 훌륭하게 풍자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올해로 71세를 맞이한 마틴 스콜세지는 '거장'이라는 단어 보다는 '과감한 신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지 그의 역대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과감하면서도 빠른 편집/전개와 함께 다양한 영상미를 선보였다. 90년대 유행한 댄스 음악,힙합,록이 배경음악으로 등장해 조던 일행의 난잡한 생활을 그려내는 장면은 한편의 MTV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착각을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그가 완성한 것으로만 화려한 월가의 세상은 성경에 등장한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떠오르게 한다. '신' 마저도 멸망을 결정할 정도로 타락하고 인간의 이성을 상실한 곳. 그것이 바로 마틴스콜세지가 만들고 디카프리오가 재현한 탐욕의 장소 '월가' 였다.
 
하지만, '월가'의 추악함과 백인 졸부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데 너무 힘을 들여서였을까? 화려하고 추악한 영상미로 인해 영화의 스토리는 중반부 부터 개연성과 집중도가 떨어지며 영화가 말하려던 본 메시지를 잃어버린다. 단순한 '월가'의 추악함과 돈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한 인간의 탐욕과 추락을 중점으로 본 메시지를 들어내기 위함이었을까? 역대 영화에서 보기 힘든 기행을 보여주는데 할애하다 보니 이야기와 메시지 모두 겉돈채 끝나버리는 마무리는 아쉬울 따름이다. 때문에 이 영화를 풍자적 시각에서 본다면 괜찮게 볼수 있지만 이야기의 중점에서 감상한다면 기대이하의 작품으로 인식되기 쉬울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사기 혐의'로 옥살이를 하다가 개과천선해서 일반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컨설팅을 하고있는 조던 벨포트는 자신의 강연회에 참석한 일반인들에게 장사'꾼'의 기질이 있는지 짧은 테스트를 한다. 그의 짧은 테스트에 객석에 모인 사람들은 큰눈을 뜨고 집중한다. 그들의 눈에는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평범한 우리의 본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바로 그러한 풍요속의 삶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던 조던 벨포트가 바로 앞에 서있지만, 영화속 관객과 스크린속 관객들 모두 이 한번씩은 그런 부자의 삶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부'라는 것은 무서우면서도 우리모두가 꿈꾸는 희망이었다. 과연 당신에게 '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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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올댓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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