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삼총사] 리뷰: 우왕좌왕 방황하는 '미녀삼총사'. 매력 있나?
14.01.23 20:10
[조선미녀삼총사,2014]
감독:박제현
출연:하지원,강예원,손가인,고창석,주상욱
감독:박제현
출연:하지원,강예원,손가인,고창석,주상욱
줄거리
으뜸가는 미모와 버금가는 무공을 갖춘 실력파 리더 만능검객 진옥(하지원),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접수하는 푼수떼기 주부검객 홍단(강예원),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크한 막내, 터프검객 가비(가인). 이들은 조선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어느날 이들에게 사라진 십자경을 찾아달라는 왕의 밀명이 떨어지게 되고 현상금은 자그마치 1만냥이 떨어지게 된다. 과연 삼총사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수 있을까?
으뜸가는 미모와 버금가는 무공을 갖춘 실력파 리더 만능검객 진옥(하지원),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접수하는 푼수떼기 주부검객 홍단(강예원),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크한 막내, 터프검객 가비(가인). 이들은 조선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어느날 이들에게 사라진 십자경을 찾아달라는 왕의 밀명이 떨어지게 되고 현상금은 자그마치 1만냥이 떨어지게 된다. 과연 삼총사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수 있을까?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는 '기본 컨셉'
[조선미녀삼총사]는 원래 작년 5월에 개봉했어야 할 작품이었다. 시사회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 이유와 관련된 질문이 등장했는데 이에 대해 박제현 감독은 "CG를 수주 맡은 업체가 파업을 한 바람에 후반 작업이 길어졌다"라며 답변했었다. 이 질문이 끝나고 이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럼 그 기간에 스토리에 맞는 편집 작업이라도 다시 해야 하는것 아니었나요?"
영화는 각본만 봤을때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각본이고 텍스트의 한정된 수준에서 완성된 이야기들인 만큼 영화화 전에는 완벽하게 보이는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실사화로 옮기는 과정이다. 텍스트 상의 완벽함을 배우, 제작진과 감독이 과연 잘 표현할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제 아무리 각본이 좋다한들 결과물이 그에 따르지 못했다면 어설픈 실패작으로 남게된다. [조선미녀삼총사]는 결과적으로 '총체적 난국' 그 자체다. 우선, 이 영화의 여러가지 실수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컨셉'의 문제라고 지적 하고 싶다.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컨셉을 미리 상기시켜주는 '메인 포스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이 이 작품은 명랑하면서도 유쾌한 액션 사극이 되어야 했다. 이 작품은 웃음을 지향하고 있지만 감독과 배우들 모두 어떻게 웃기고 명랑해야 할지를 잘 모르고 있다. 기본 웃음기마저 말라버리니 스토리는 꼬이고, 배우들은 감정의 선을 잡지 못하며, 감독은 어떻게 영화를 연출해야 할지를 망각한 문제들이 영화상에 노출된다. [조선미녀삼총사]들의 문제를 이 영화가 지향했어야 할 부분들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겠다.
*유머
만약 [조선미녀삼총사]가 포스터에 나온 그대로 명랑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했더라면 어느 정도 볼만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물론, 영화는 초반부터 그러한 분위기를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머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주연을 맡은 세 여배우는 망가지고 감초 역할을 하는 고창석도 여기 저기서 고군분투하며 명랑한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박장대소 할만한 요소가 전혀없다. 한마디로 어디서부터 웃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 배경과 컨셉에 따른 웃음을 만들지 못해서다.
사실 [조선미녀삼총사]와 같은 배경적 설정에서 유머의 포인트를 만들어야 하는 부분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역사와 다른 발명품이 등장하고 캐릭터들의 성격도 배경과 다르게 자유분방하고 심지어 벽란도와 같은 무역항구는 너무나 이국적이다. 영화는 바로 이러한 분위기에 따른 개성있는 유머를 만들어야 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극중 진옥은 다양한 무기와 도구를 만드는 발명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등장 인물들 앞에서 그와 관련된 발명을 선보이다가 사고를 친다. 그런데도 이 장면이 관객들 앞에 큰 웃음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본
그것은 관객들이 아직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이 이 영화의 분위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조선판 [미녀 삼총사] 처럼 삼총사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와 달리 캐릭터와 줄거리가 따로 노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된다. 캐릭터들이 아무리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한들 각본은 이상할 정도로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각 캐릭터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야기 전개방식 때문에 관객들은 캐릭터와 이야기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영화 속 모든 설정은 어설프게 다가온다. 초반부터 경쾌하던 주인공 '진옥'에게 갑자기 과거의 기억이 돌아와 회상을 반복하는 상투적인 설정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퓨전 코미디에서 전통 사극으로 돌아가려는 '무리수'를 둔다.
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 진행은 멈추고 분위기만 잔뜩 무겁게 잡으려 하니 영화가 지향하던 명랑 퓨전 사극의 정체성은 실종된다. 이처럼 [조선미녀삼총사]는 초반부터 자신들의 지향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며 유머, 재미, 캐릭터를 전부 놓치고 만다.
*비주얼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개봉을 1년이나 늦추게 했다는 문제의 비주얼은 어땠을까? 감독의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과연 손을 본 부분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CG의 조악함은 차치하더라도 액션 연출과 더불어 더욱 역동적으로 비췄어야 할 카메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정지되어 있다. 때문에 배우들이 아무리 액션 연기를 멋있게 했다 하더라도 빠르고 강력한 타격감이나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검술, 타격, 폭파, 화살과 같은 다양한 액션들은 전부 등장하지만 [조선미녀삼총사]만이 가지고 있는 뚜렷하고 개성적인 액션은 없다.
영화가 신경 써서 연출한 검술 액션 장면은 CG와 영상의 어설픔과 평이한 연출 때문에 강렬함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진옥이 자신의 발명품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무술 경기 씬에 등장한 B급 설정이다.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살렸더라면 그나마 [조선미녀삼총사] 만의 제대로 된 개성이 드러났을 것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컨셉을 잡지 못한 부분은 아쉬울 뿐이다.
*연기
진옥(하지원 분)을 보면서 떠올랐던 캐릭터는 그녀가 연기했던 이명세 감독의 [형사]에 나온 '남순'이다. [인정사정 볼것없다]의 '우 형사'(박중훈 분)를 연상시키는 터프하고 건들거리는 성격에 순수함 까지 가진 이 캐릭터는 하지원이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이었으며, [조선미녀삼총사]의 설정상 다시 재연해도 충분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전자에서 언급한 전통사극으로의 귀환은 하지원의 역할을 평이하게 만들어 버린다. 두려움 없이 당당했던 '남순'과 같은 '진옥'이 갑자기 그녀가 현재 출연 중인 [기황후] 속 '승냥이'로 돌아서 버린것이다.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극과극 캐릭터의 심경 변화에 누가 과연 정을 붙이고 매력을 느끼려 하겠는가? 중심 캐릭터의 성격이 실종되면서 강예원, 손가인, 고창석의 역할은 평범해진다. 하지원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주상욱도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연기를 사극 버전으로 바꾼것과는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카메오라는 명분으로 조연급으로 출연한 송새벽의 역할이 어느 정도 돋보였을 뿐이다.
*연출력
[조선미녀삼총사]를 '총체적 난국'으로 만든 결정적 원인을 찾으라면 박제현 감독의 '연출력 부재'를 언급하고 싶다. 각본 작업에서부터 후반 작업 까지 과연 감독은 이 작품이 어떤 영화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퓨전 사극을 지향하면서도 파격적이지 못한 사극을 만들어 낸 이상한 연출 때문에 어느하나 눈에 띄는 개성과 장점은 찾아볼 수 없다. 웃으며 재미있게 즐기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뜬금없는 과거 회상과 진지해진 전개, 과잉된 배우들의 연기가 발목을 잡는다. 그럴 때 후반작업을 통해 애초 기획했던 방향에 따라 편집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봤을 때 참담했던 그의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 2- 단적비연수]가 연상되었다. 감독은 그때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사극을 선택한 것 같지만, 차라리 두번째 작품이었던 [울랄라 시스터즈]의 분위기 만으로라도 유지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유머'라는 특징을 끝까지 고집하며 한 방향으로 가는 영화라면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선미녀삼총사]는 괜찮은 발상과 컨셉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스스로 내리막길을 선택한 안타까운 작품이다. 아무리 좋은 기획, 각본이라 해도 연출력의 부재와 기본 컨셉을 제대로 성립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실패할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될것이다.
비주얼:★★
연기:★★☆
스토리:★★
연출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