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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뷰: 모든것이 신비스러운 그 곳 '경주'

14.06.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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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2014]
감독:장률
배우:박해일,신민아,윤진서,김태훈
 
줄거리
친한 형의 장례식 소식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은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을 떠올려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춘화가 있던 찻집을 찾은 최현은 아름다운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를 만나게 된다. 대뜸 춘화 못 봤냐 물은 최현은 뜻하지 않게 변태(?)로 오인 받게 되고, 찻집을 나선 최현은 과거의 애인 여진(윤진서)을 불러 경주로 오게 한다. 반가워하는 최현과는 달리 내내 불안해하던 여진은 곧 돌아가 버린다. 다시 찻집을 찾아온 최현을 지켜보던 윤희는 차츰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윤희의 저녁 계모임 술자리까지 함께하게 된 최현과 윤희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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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있어 매우 유서 깊은 도시이자 장소일 것이다.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수학여행과 수련회의 추억이 아련한 곳이며,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의 수도로 유서깊은 역사적 공간이다. 중국 북경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최현에게는 경주는 깊은 인상을 남겨준 추억의 공간이다. 친한 형의 장례식 때문에 한국에 들렀다 그 형과 함께 봤던 '춘화'가 생각나 충동적으로 경주에 내려온다. 그 춘화가 왜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추억을 담고 있는 하나의 매개체 때문에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고, 그 일로 경주에서 뜻깊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춘화 때문에 경주에 온 것이 아쉬웠는지 최현은 관광안내지도와 자전거를 한 대 빌리고 경주의 곳곳을 모험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10대들의 애정행각을 목격하고 아련한 추억을 남겼던 자신의 첫사랑을 경주로 불러들인다. (그것도 충동적으로…) 매개체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신의 여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홍상수 영화의 과정을 보는 것 같은 재미있는 인상을 남겨준다.
 
그러나 반가울거 같았던 최현의 '과거의 추억'은 현재의 그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다. 문제의 춘화는 사라졌고, 주인에게 춘화에 관해 묻다가 변태로 오인당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은 마지못해 온것같은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고 시종일관 불편한 기색만 보여주다 헤어진다. 추억은 기억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 현실에서는 기대와 다른 쌀쌀함만 가득했다. 이는 최현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찻집 주인 윤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가 최현에게 관심을 두게된 계기 또한 자신에게 상처와 같았던 '추억'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이 둘만의 관계에서 추억은 서로에게 공감을 주는 하나의 연결고리였다. 두 사람은 이 때문에 서서히 가까워지고 아쉬움을 달래줄 '현실'이 된다.
 
어쩌면 영화 속 추억에 대한 정의는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현재의 경주를 상징화한 모습일 것이다.
 

*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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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최현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의 여정을 2시간이 넘게 따라가며 그가 겪게 되는 모든 일에 동참해야 한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적인 화면, 롱테이크를 통한 관찰자적 시점에서 그를 바라보는 과정은 장르적 재미를 원했던 일반 관객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주]가 보여주는 이러한 정적인 순간을 우리의 익숙한 일상과 대입해서 본다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경주에서 단 하루를 보내는 최현은 평범하면서도 강렬한 일상을 체험하게 된다. 공항에서 만나게 된 핀잔을 준 꼬마 아이를 우연히 경주에서 만나게 되고,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관광 안내원과 두 번이나 마주친다. 막상 충동적으로 내려왔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그에게 이 순간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색함이 일상이 되면 적응되듯이 최현은 하루 만에 이 모든 것을 익숙한 일상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관광 안내센터에서 중국어 지도를 찾는 그에게 중국인인줄 알고 어색한 중국어를 건내는 안내원과의 첫 만남은 간단한 인사로 끝냈지만, 그다음 두 번째 만남에서는 다정한 한국어로 서로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수다를 즐긴다. 이는 윤희와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남에서 변태로 오인 받았지만, 두번째로 만남을 가질 때 여러 우연과 같은 상황을 통해 친구가 된다. 영화 경주는 이렇듯 생소하지만, 너무나도 똑같은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의미로 재조명하려고 한다.
 
최현이 윤희와의 만남을 통해 갖게 되는 모임의 장소인 술집과 노래방의 진풍경도 하나의 익숙한 모습들로 그려진다. 사석에서 서로의 본심을 숨기는 남녀, 아부하는 사람, 썰 푸는 사람들 그리고 술에 취해 재미난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 모든 것이 하나의 일상처럼 그려진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장률 감독은 경주를 추상적이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공간으로 그렸나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 이어지는 장면에서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각으로 경주를 정의하고 일상의 발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비의 공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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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장률 감독은 "고분과 도시가 함께한 경주의 풍경이 참 신비로웠다"라고 이야기했었다. 이처럼 그가 후반부를 통해 그려낸 경주의 이미지는 '신비함' 그 자체다.
 
감독은 이 부분에서 약간의 판타지와 미스터리한 코드를 빌려온다. 최현과 여진이 함께 머물렀던 동네 점집의 정체, 두 번이나 마주친 꼬마 그리고 문제의 찻집의 춘화와 주인의 정체는 지금까지 정적인 화면만을 유지하며 평범한 일상
만 보여주던 영화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한 복선이었다. 이는 거대한 고문 무덤과 도시가 공존하며 오래된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경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유례를 통해 현실과 허구가 어우러진 신비감을 이야기하려 한다. 마치 이것은 홍상수의 영화가 판타지가 된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물론 이 작품은 장률 감독의 영화다.)
 
이러한 신비감은 장률 감독이 숨겨둔 여러 개의 비유적 코드를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고분을 올라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죽음의 일상화와 성찰에 관해 이야기하고 술자리와 찻집에서의 만남에서 한중일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환경을 농담처럼 언급하고 자연스럽게 세 나라의 문화를 융합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신비로운 존재이자 흥미 요소는 박해일이 연기한 최현이라는 캐릭터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처럼 특이하고 유별난 행동과 버릇을 반복하며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핀잔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최현의 이러한 유별난 시각과 행동으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모든것이 낮설지만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도 남다른 감수성을 주는 그의 모습에 신비감이 절로 느껴져 마치 사람이 아닌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익숙하고 평범한 공간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재미있고 신비한 장소. 비단 이것은 경주가  아닌 우리가 살고잇는 이 평범한 장소도 이와 같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주]는 홍보 포스터의 문구와 에고편 처럼 여러분이 기대했던 로맨스 영화가 아닐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우리 일상에 깊은 여운과 인상을 잔상처럼 남기게 해줄 작품임은 틀림없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인벤트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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