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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3D] 리뷰: 기획단계에서 부터 잘못된 영화

14.08.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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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3D,2014]
감독:박규택
출연:정유미, 연우진, 송재림, 정시연
 
줄거리
재벌 2세인 기철의 권유로 최고급 리조트 여행을 떠난 5명의 친구 기철, 영민, 유경, 세희…그리고 은주(정유미).
관리자 동준(연우진)의 안내로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한 사고로 김씨(손병호)를 죽이게 된다. 사실을 은폐하고자 사체를 숨기려 향한 곳은 20년간 출입이 금지된 터널. 단 한 순간도 머물고 싶지 않은 이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그 때. 어디에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모든 영화는 제작 전 '기획단계'라는 첫 과정을 거친다. 단편영화에서부터 거액의 블록버스터물… 심지어 [터널 3D]의 영향을 끼쳤을 슬레셔 공포물도 이 과정은 기본이다. 작품의 방향과 성공을 가늠해 보는 이 치밀한 준비 단계는 길게는 1년 넘게 진행될 정도로 준비부터 철저해야 한다. [터널 3D]를 감상하며 가장 첫 번째 발견되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며 감독의 연출력 부재가 근본적 문제라 생각했지만 특수효과, 이야기 전개,편집 등등의 문제가 지속 발생하면서 이 영화는 기획에서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터널 3D]의 제작자, PD, 감독은 기획단계에서 부터 고심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한 '고심'은 영화의 완성도와 방향이 아닌 시장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처음 [터널 3D]의 제작소식을 접하고 2008년 작품 [블러디 발렌타인 3D]를 연상케 하는 설정 때문에 그 아류가 될것이라 우려했지만, 그와 차별화된 연출력만 보여준다면 괜찮은 공포영화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스페셜 인터뷰를 통해 감독과 PD가 이 영화의 특징에 관해 이야기 했을때 부터 시작부터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서운 것을 위로하는 영화다" "중국시장을 겨냥했고, 중국 심의 통과를 염두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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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제작진은 애초부터 [터널 3D]를 '최선의 호러물'로 만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투자 대비 무난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이들이 원하는 완성도의 기준이었던 셈이다. 헐리웃에서 오래전부터 제작된 청춘 호러 장르이기에 그 기반에 맞추어 충분히 제작할 수 있으며, 스타급 청춘 배우들의 등장, 여름 계절 특수용 영화이기에 매니아층도 존재하는 장르이기에 해외시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상업 영화라 한들, 한층 높아진 관객 수준을 의식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영화 제작의 기본이다. 이를 무시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영화를 소비할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러한 기본 개념마저 상실된 채 제작된 [터널 3D]는 '총체적 난국' 그 자체다. "그 흔한 헐리웃의 아류라도 따라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특화된 장점도 없다.
 
공포를 보여주려 한 것인지지 웃기려 한 것인지 뜬금없는 연기 장면과 이야기 전개 과정에 불필요한 편집이 난무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절로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는 허공에 대고 떠드는 마냥 무의미해 보이고 이를 통제해야 할 감독은 무슨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연출력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제목에 붙힌 '3D'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CG는 보는 이를 민망하게 할 정도며 입체효과는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적어도 공포영화를 만들 목적이었으면 심의는 뒤로 제쳐놓더라도 어떻게든 무서워 보여야 한다는 패기라도 있어야 했지만, 배우들의 노출과 신파를 자극하려는 드라마, 사회적 메시지를 덧붙이려는 이야기는 영화를 깊은 절망 속 '터널'로 인도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지향, 목적도 없이 무작정 제작된 계절 특수 영화이기에 배우, 제작진 모두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 이같은 답답한 상황을 구경하는 관객들은 영화 상영 내내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들을 좋아해 영화에 기대를 걸고 감상하려 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과 상처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
 
실질적인 판단과 결과는 관객들의 몫에 의해 이루어지겠지만, [터널 3D] 제작진은 이번 작품을 '사실상 실패'라고 생각하며 다음 작품을 위해 심기일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그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시장성에 특화된 '상품'이라 한들 소비자(관객)가 원하는 것은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작품성:★☆
오락성:★★
비주얼:★★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BoXoo 엔터테인먼트)
movie.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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