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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 리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악역이 되어야 했던 '아버지'

14.10.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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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 2014]
감독:이해준
출연:설경구,박해일,윤제문,이병준,류헤영

줄거리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 배우 ‘성근’(설경구)은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 오디션에 합격한다.생애 첫 주인공의 역할에 말투부터 제스처 하나까지 필사적으로 몰입하는 성근.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되지만, 그는 김일성 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스스로를 여전히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성근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 아들 ‘태식’(박해일). 빚 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다시 옛집으로 모셔온 태식은 짝퉁 수령동지와 조용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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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는 1972년 7.4 공동성명 이후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리허설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재부터 특별한 작품이다. 암울한 70년대 현대사를 배경으로 평범한 소시민의 소박 하면서도 위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효자동 이발사]와 [변호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가치는 전자의 영화들이 지닌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당 시대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성애'를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며 상징이다. 이처럼 영화는 '아버지'라는 메인 테마를 통해 '부성애'를 이야기 전반에 깔며 감정선을 자극한다.

영화의 시작은 성근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성근은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하나밖에 없는 노모와 아들을 책임진 입장에서 만년 말단 연극 단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대사 하나 제대로 못 외우고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착하고 자상한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본업과 생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가엾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남북정상회담를 위한 오디션에 합격해야 하는 이유는 간절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어렵게 오디션에 합격하지만, 그가 연기해야 할 역할은 당시의 시대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악역'이다. 국가라 불리는 지도자(대통령)를 위해 그는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연기인생 모든 것을 건 내면 연기를 하게 되지만 그로 인해 자아를 상실하는 희생을 당하게 된다. 

이는 분단, 이념 그리고 유신이라는 당시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개인과 시대의 희생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영화는 성근의 자아 분열을 정치적 피해자의 시선으로 그리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김일성인줄 알고 미쳐가는 그의 모습을 연극 '리어왕'과 연계 시킴으로써 세익스피어 작품속 메시지와 비극을 연계해 한 인물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드라마로 완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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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아버지의 희생과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 어린 아들의 이야기는 중반부 1994년 으로 이어지면서 태식의 시선으로 새롭게 그려지기 시작한다. 성인이된 아들 태식은 오로지 개인의 사리사욕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다 빛만 쌓이게 되는 대책 없는 성인이다. 빛 상환을 위해 요양소에 있는 아버지 성근을 예전의 살던 집으로 모시고 온 태식은 성근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전반부가 성근의 부성애와 김일성으로 변하기 위한 과정에 흥미를 두었다면, 태식의 이야기는 정신나간 아버지의 기억을 살리기 위한 아들의 고군분투를 유머러스하게 그리는데 초점을 맞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부터 이상하리만큼 그 전의 이야기와 연결이 안 되는 괴리감이 발생한다. 초반부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의 이야기에서 90년대로 넘어온 과정은 너무나도 갑작스럽다는 것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설경구에게 높은 비중을 두었던 영화가 박해일에 비중을 두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괴리적 현상이다. 어리고 순수한 태식의 모습만 기억하던 관객들이 갑자기 허송세월 인생 낭비를 하고 있는 성인 태식을 마주했을 때 그에게 쉽게 동화될 수 있을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극의 중후반을 아무런 전개와 설명없이 바로 진행하려다 보니 90년대 이야기는 초반부의 이야기와 너무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태식의 극 중 행동이 유머를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감동을 위한 설정인지 불분명치 않게 정의되다 보니 중반부에 대한 감상 포인트를 잡기가 어렵다. 

그는 빛 청산을 비롯해 아버지의 기억 살리기,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와의 관계 정리 등 너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태식과 성근의 사이가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도 단순한 과거 회상에만 그칠 뿐 이 또한 상세한 설명과 사연이 없다 보니 드라마로 느끼기에는 조금 어렵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자칫 평범하게 끝날 수도 있었던 영화가 의도한 대로 후반 큰 감동을 불러오는 영화로 마무리 될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설경구를 비롯한 조연진들의 열연이었다. 평생 김일성 대역 연기만 생각하며 그 배역을 계속 고집했던 이유가 밝혀지는 진실은 혼신을 다한 그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연극 무대의 연기와 카메라를 통해 재현하는 영화적 연기가 결합된 마무리는 '배우'와 '연기'에 대한 헌사적 의미를 지닌 동시에 극 중 리어왕, 김일성, 아버지 세개의 캐릭터들이 지닌 가치를 하나의 큰 의의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감동적인 드라마로 완성된다. 박해일 또한 최선을 다했으며, 이병준, 윤제문, 류혜영 모두 안정된 연기로 설경구를 뒷받침해 주면서 훌륭한 결말을 맞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한 시대의 슬픈 명암을 전부다담지 못했지만, 부성애로 연결한 영화적 재치만큼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나의 독재자]는 10월 3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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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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