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네버엔딩 씬] [폭주기관차] 추위마저 집어삼킨 존 보이트의 '열연'

15.01.22 12:05


4.jpg
 
겨울영화를 이야기 하라고 하면 주저할 거 없이 [폭주 기관차]를 언급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살인적인 추위를 체감케 하며, 그 고통을 직접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느끼게 하는 영화는 아마도 이 작품이 유일할 것으라 생각한다. 알래스카의 엄청난 혹한이 배경이 된 것도 있지만, 혹한의 날씨 속에서 처절하면서도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 존 보이트의 열연이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압도감을 선사한다.
 
미국 알래스카의 중범 형무소의 교도관들의 폭력에 시달린 '전설적인 죄수' 매니(존 보이트)와 '젊은' 버크(에릭 로버츠)는 탈옥을 하게 되고 어렵사리 기차에 올라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탄 기차의 기관사는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게 되자 기차는 통제불가 상태로 폭주하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철도회사는 기차의 충돌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다. 한편 자신들이 탄 기차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매니와 버크는 기차안에 타고 있던 또 다른 여성 철도원 사라(레베카 드모네어)를 통해 기차의 상황을 알게 되고 정지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알래스카의 살인적인 혹한의 날씨와 눈바람이 그들의 의지를 꺾는다.
 
9.jpg
 
그의 열연이 가장 돋보인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 '10분'.
 
기차를 멈추기 위해 모든 시도를 동원하지만 연이은 실패에 세 명의 주인공들은 좌절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한다. 이때 매니의 적수인 교도소장 랭킨(존 P. 라이언)이 직접 헬기를 타고 나타난다. 교도소내의 제소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자신의 힘과 권위를 앞세운 랭킨은 매니를 직접 굴복시키기 위해서다. 매니는 부서진 기차의 앞 유리를 통해 랭킨을 도발하고 그와의 마지막 혈투를 위해 손에 알코올을 부은 채 목숨을 건 기차 앞칸으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7.jpg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매니는 한쪽 손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눈발에 휩싸인 기차의 앞칸을 향해 기어가고, 그곳에서 자신을 굴복시키려한 랭킨을 제압한다. 기차를 점령하고 랭킨까지 사로잡은 매니의 선택은 이제 '폭주기관차'의 정지 레버를 내릴 차례. 하지만 매니는 기차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랭킨과 함께 황천길을 가는 것을 택한다.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분출하던 랭킨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자 울부짖으며 "당장 기차를 멈춰!"라며 매니에게 말한다. 그러나 매니는 기차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 
 
8.jpg
 
언제나 '승자'가 되는 것을 꿈꿨지만, 그 결과는 항상 '범죄자'라는 실패한 인생의 테두리에 갇혀 있었다. 기차의 앞칸에 오기까지 버크와 사라를 위협하고 윽박질렀던 자신을 돌아보며 그동안 살아온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매니는 죽음을 통해 진정한 자유함을 찾으려 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자신과 함께 한 두 젊은 남녀를 살리기 위해 매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기차의 앞칸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다. 자신들이 타고 있는 기차 칸만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안 버크와 사라는 빨리 기차를 벗어나라고 외치지만, 오히려 그는 당당하게 기차의 맨위로 올라가 자신의 승리를 만끽한다. 이제 그는 더는 범죄자가 아닌 진정한 승자이자 자유인이다. [폭주기관차]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마지막 장면은 존 보이트 한명이 완성한 강렬한 명장면 이었다.
 
알래스카의 눈보라와 대설원을 배경으로 인간의 처절함, 광기 그리고 자유의지를 그린 [폭주기관차]는 현시대의 영화들도 따라 하기 힘든 특유의 묵직함이 담겨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이같은 영화의 분위기는 여전히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뇌리에는 절대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으려 한 한 인간을 강렬하게 표현한 존 보이트의 모습이 남아있다. 좋은 영화, 강렬한 연기란 바로 관객 개개인의 뇌리에 각인된 것임을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무비라이징 바로가기
www.hrising.com/movie/
 
(사진=[폭주기관차] 스틸)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