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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리뷰: '그들'이 아닌 그 시절 '청춘'의 이야기 (★★★)

15.01.2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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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2015]
감독:김현석
출연:정우,한효주,김윤석,김희애,진구,장현성
 
줄거리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 젊음의 거리 무교동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던 그곳에서 ‘마성의 미성’ 윤형주와 ‘타고난 음악천재’ 송창식이 평생의 라이벌로 처음 만나게 된다. ‘쎄시봉’ 사장은 이들의 가수 데뷔를 위
해 트리오 팀 구성을 제안하고, 자칭 ‘쎄시봉’의 전속 프로듀서 이장희는 우연히 오근태의 중저음 목소리를 듣고 그가 두 사람의 빈틈을 채워줄 ‘숨은 원석’임을 직감한다. 기타 코드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통영촌놈’ 오근태는 이장희의 꼬임에 얼떨결에 ‘트리오 쎄시봉’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고 그 시절,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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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의 시작은 역시 음악이었다.
 
70년대 포크송들이 울려 퍼지며 스크린속의 배우들과 객석이 함께 '합창'하는 장면은 화면 밖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한다. 노래와 함께 등장한 그 시절의 장소, 의상,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복고적 향수를 불러온다. 이처럼 [쎄시봉]의 음악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대변하며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꾸며주는 요소다.
 
하지만 [쎄시봉]은 음악과 복고와 같은 특정 요소에 기대려 하지 않았다. 전작들에서 재기발랄한 유머와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이끌어냈던 김현석 감독이었던 만큼 다양한 유머와 감성적인 편집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실존 인물인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의 성격을 이어받은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개성을 발휘하며 이야기 전개의 활기를 불러온다. 실제 주인공들의 20대 청춘 시절을 이야기하는 만큼 설렘을 자극하는 로맨스와 다양한 에피소드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실화에 기대지 않고 영화적인 요인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그 중심에 영화가 설정한 가상의 인물 '오근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송창식과 윤형주 사이를 조절하는 중간자적 역할인 만큼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튀지 않는 평범한 성격, 순박하면서도 순수한 마음, 첫사랑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그의 모습은 70년대 청춘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실존 인물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어울리는 모습은 한 시대의 청춘들에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했던 쎄시봉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평범했던 관객과 특별했던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적 역할을 한다. 관객들은 오근태라는 인물을 통해 쎄시봉 멤버들의 개성과 행동에 재미를 느끼고 함께 노래하게 된다. 그리고 쎄시봉의 음악을 통해 민자영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로맨스에서 아련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쎄시봉]은 아련한 첫사랑이 주가 된 로맨스물에 가깝다. 
 
쎄시봉 멤버들은 이들의 사랑을 뒷받침해주는 조연과도 같다. 그럼에도 이들이 영화 속에서 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영화의 모든 설정과 요소가 그들의 음악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오근태와 민자영의 로맨스는 쎄시봉의 노래로 시작되고 표현된다. 그들의 명곡이 민자영 때문에 탄생하였다는 가설(?)과 실존인물 이장희가 둘의 사랑을 관찰자점 시점에서 바라보며 도와주는 설정 또한 그렇다. 결국 [쎄시봉]은 그 시절의 포크 음악으로 표현된 청춘 멜로 영화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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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했던 청춘물은 시간이 흘러 현실의 중년들의 이야기로 넘어와 전혀 다른 성격을 띄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인물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조우를 통해 추억하는 장면은 세월의 간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쎄시봉의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던 이들은 다시 그 음악을 통해 과거를 떠오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련했던 추억이 상처로 남겨지게 되는 에피소드는 70년대의 암울한 현실과 연결된다. 그 시절은 낭만이 있었지만, 억압 또한 존재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도가 단순한 청춘의 상처를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불합리한 시대의 고발을 위한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순수 청춘 로맨스를 지향했던 영화의 분위기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은 설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청춘 시절의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의미 없이 급 마무리 된듯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후반부 중년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밋밋하게 느껴진다. 현재보다 과거의 문제에 집착하는 중년의 이야기는 청춘 시절의 이야기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쎄시봉의 음악을 통해 완성된 이야기의 독창성이 후반에도 계속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쎄시봉의 음악과 낭만적인 정서는 이러한 아쉬움마저 포용하려 하는 느낌을 주며 단점을 가려준다.
 
과거의 향수와 아름다운 청춘 로맨스의 만남이란 점에서 [쎄시봉]은 제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한 작품이다. 그 시절 청춘들은 영화를 통해 추억의 여정을 떠나게 되고 아련했던 첫 사랑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한 번쯤 첫 사랑의 감정을 가진 모든 세대의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올 것이다.
 
[쎄시봉]은 2월 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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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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