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프트] 리뷰: '충격'을 선물할 소름돋는 '홈 스릴러' ★★★★
15.10.23 12:27
[더 기프트, 2015]
감독:조엘 에저튼
출연:조엘 에저튼, 제이슨 베이트먼, 레베카 홀
줄거리
안정적인 삶을 위해 교외로 이사 온 부부 '사이먼'(제이슨 베이트먼)과 '로빈'(레베카 홀). 우연히 남편 '사이먼'의 고등학교 동창 '고든'(조엘 에저튼)을 만나게 되지만, 그의 과도한 호의가 어쩐지 불편하다. 부부에게 배달되는 의문의 선물과 함께 부부의 주변을 맴도는 ‘고든’. 그리고, 계속되는 불길한 일들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이던 부부. 마침내, 그들을 둘러싼 과거의 사건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는데…
2014년 개봉한 [나를 찾아줘]는 완벽할 줄 알았던 부부의 신뢰가 깨지는 과정을 섬뜩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스릴러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부부간에 흔히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온 바 있다.
[더 기프트] 또 한 평화로운 가정에 금이 생기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린 '가정형 스릴러물'에 가깝다. 다른 점이라면 제 3자가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으며 [나를 찾아줘]와 달리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심리 물을 표방해 강도 높은 섬뜩함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이는 이 영화의 진가이기도 한 심리 스릴러물 특유의 치밀한 긴장감 조성에 있었다.
우선,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의 강도를 더하는 전개 방식이 눈에 띈다.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먼, 로빈 부부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 영화는 사이먼의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의문의 남성 고든을 등장시킨다. 반가운 첫 만남은 환영 인사와 같은 친절로 이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친절'은 두 부부를 불편하게 하는 '과도함'으로 연결된다. 과도함은 갈등과 섬뜩한 공포로 연결되고, 이는 곧 오랫동안 숨겨졌던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는 '진실 게임'으로 이어지게 된다.
반가운 동창 간의 만남을 평범한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불청객의 등장으로 묘사함으로써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섬뜩한 공포를 구축했다.
이야기의 중심축에 있는 세 사람의 관계를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사이먼, 로빈 부부 사이에 낀 고든의 존재는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불륜'과 같은 불안정한 관계로 발전될 수 있는 이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대립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고든의 지나친 접근에 사이먼은 불쾌감을 표시하게 되고, 로빈 또한 그로인해 심각한 불안심리에 빠지게 된다. 로빈의 불안감은 사이먼과 고든 사이에 있었던 과거에 대한 의심으로 연결되면서 부부간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애정과 치정이 될 수 있었던 삼각관계를 서로가 대립하는 관계로 만듦으로써 [더 기프트]는 언제든지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고 공격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기며 불안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형성된 긴장감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활용한 서스펜서적인 장면들로 인해 발전된다.
[더 기프트]의 섬뜩한 공포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인은 사건이 벌어지는 전반적인 배경이 일상의 공간인 '집'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홈 스릴러'는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마저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주변의 익숙한 공간에서 범죄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한다. 영화는 이러한 방식을 집안의 구조적 요인을 비롯해 편집, 카메라 워킹과 같은 효과로 일상에 대한 공포감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사이먼, 로빈 부부의 집은 현대적인 유리집이다. 내부에서 외부를 확인하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로부터 내부가 쉽게 노출되는 약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로빈은 고든의 방문을 개방된 유리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데 고든의 잦은 방문이 불편해 진 이후 부터는 유리문을 통해 비치는 풍경이 불안하게 느껴지게 된다. 여기에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 심리까지 적용되면서 그녀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로빈의 불안 심리를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그녀의 시점으로 화면을 전환 시킨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집안의 공간은 누군가 침투했다는 불안감을 그대로 전해주게 되고, 공포 영화에서 느낄 법한 '놀람 효과'가 절묘한 편집과 영상을 통해 구연된다.
로빈을 통해 이뤄진 불안감에 대한 묘사는 [더 기프트]가 보여준 밀도 높은 심리 묘사의 정점으로 연결되고, 그녀의 시점에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전개 시키며 긴장감의 묘미를 더해주기에 이른다.
스릴러 특유의 흥미를 구축한 [더 기프트]는 주제 면에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원죄의 굴레, 성공지향 주의가 가져다준 비인간성, 개인의 상처가 오랜 잔상으로 남기까지의 과정, 사랑하는 이의 비도덕적인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선택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영화 속의 공포가 단순한 픽션이 아닌 일상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임을 각인시켜 준다.
연기력이 입증된 주연 진의 섬세한 연기가 빛을 본 가운데 문제적 인물 고든을 연기한 조엘 에저튼은 영화의 연출, 각본을 맡아 수준 높은 스릴러의 완성을 직접 이뤄냈다. 시종일관 영화만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이야기의 배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치밀한 연출력을 빗대어 보았을 때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보다 더욱 냉철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기프트]는 명품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에게 더할나위 없는 '선물'그 자체인 동시에 강렬한 여운으로 남겨질 충격적인 작품임은 틀림없다.
[더 기프트]는 11월 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미디어로그)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