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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의 '안상구' 원작에서의 모습은…[내부자들] 원작 캐릭터간의 비교

15.11.24 11:38


[내부자들]의 흥행과 함께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만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태호의 [내부자들]은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훅'에 연재되었으나 돌연 제작이 중단되어, 현재까지 미완결로 남아있는 작품으로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원작과 영화가 묘사한 캐릭터들의 외형과 묘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있다. 


덩치 큰 '곰'이었던 깡패 안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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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영화로 옮겨지면서 큰 변화를 받은 캐릭터는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이병헌 이라는 배우의 외형에 기인한 날렵하면서도 카리스마가 강한 캐릭터로 묘사되었지만, 원작의 안상구는 전형적인 깡패에 가깝다.

'곰'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덩치와 비호감으로 느껴질수 있는 험한 인상을 지니고 있어 극 중 이병헌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불러온다. 극 중 안상구가 의리를 강조하는 남성다움을 지닌 반면, 원작의 안상구는 돈을 갚지 않는 상대가 그 누구이든 가차없는 폭력을 선사할 정도로 잔인하고 다혈질적이다. 

안상구가 미래자동차의 비리를 들먹이다 회사 측으로부터 '변'을 당하는 과정은 원작과 같다. 다만, 영화가 안상구의 신체 중 일부를 절단했던 것과 달리 원작은 절단이 아닌 '힘줄'을 절단해 그를 불구로 만들어 버리는 점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정상인 이었을 때 거친 성격을 지녔던 '불곰'같았던 그는, 치료후 느긋한 곰이 되어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여우 같은 잔꾀를 꾀하며 복수를 계획한다.    

그는 한국 정치사의 '흑역사'와 같은 정치 깡패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현시대의 권력에 기생해 힘을 키운 조폭 권력을 상징한다. 권력자들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는 그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되어 모두를 위협하게 되지만, 원작은 안상구와 같은 존재 또한 우리 사회를 좀먹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며 추악한 흙탕물 싸움 속의 중심인물로 설정한다. 


펜을 든 절대 권력자 또는 타락한 언론인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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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이강희는 백윤식의 이미지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던 캐릭터. 영화 속 이강희가 '펜'의 권력을 자랑하며 정치,경제권과 연계를 두었던 것처럼 원작은 그의 이러한 철학과 심리를 노골적으로 다룬다. 

외형적으로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사회의 안정 유지를 위한 것이라 정당하지만, 그 진심에는 이강희 개인의 탐욕과 권력욕이 있었다. 영화속 이강희는 정치권과 경제계를 연결하는 브로커 같은 인물로 그려진 반면, 원작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펜'의 힘을 잘못 사용하는 타락한 지식인으로 묘사된다.  

특히, 보수 집단과 결탁해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을 들먹이며 반대 세력을 음해하고 여론화하는 과정은 현시대의 언론의 추악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원작은 이강희의 이러한 계획과 작업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타락한 언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세뇌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상에 대한 올바른 길을 제시한 지 못한 채 언론인으로서의 타락과 변절의 모습을 보여준 이강희는 이 작품의 진정한 악역이다.


조승우 캐릭터 원작에서는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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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연기하는 우장훈 검사는 원작에 없었던 창작된 캐릭터로 이야기의 전개와 긴장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인맥,학연에 의해 성장이 막혀버린 인재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영화의 주제에 부합하는 인상적인 캐릭터 지만 원작에서는 사건을 파헤치는 프리렌서 사진 작가로 그려졌다.

원작의 사진 작가는 자신만의 예술관, 철학이 강한 고집스러운 인물인 동시에 사건을 집적 파헤치려 할 정도로 남다른 패기와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며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태지만 개의치 않고 있다. 

특히, 이 캐릭터가 사진가의 관점에 의해 사진이 달리 보일수 있다며 이를 정치, 권력의 현실로 해석하는 강의 장면은 이 캐릭터의 철학과 정체성을 드러낸 부분이다.  우연히 '내부자들'의 계획을 들은 그는 자신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진보적인 시사 잡지에 관련 정보를 흘리게 되고, 취재기자 형식으로 이 비밀을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여러번의 죽을 고비를 겪게 되고 안상구와 접촉해 사건의 중심에 다가서게 된다. 

외형적으로도 조승우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직접 적들에 맞서려는 용기 있는 모습은 우장훈 검사 캐릭터 구축의 좋은 기반이 되었다. 어쩌면 이 사진 작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윤태호 작가 본인의 모습이자 살아있는 시민 정신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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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네 21북스,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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