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매치]리뷰:'최택'보다 까칠한 고독한 승부사의 이야기★★★
16.01.21 16:59
[세기의 매치, 2014]
감독:에드워드 즈윅
출연:토비 맥과이어, 리브 슈라이버, 피터 사스가드
줄거리
체스 천재 ‘바비 피셔’의 목표는 오직 단 하나 국제무대에서 우승해 세계 정상에 등극하는 것. 이제 챔피언 자리까지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무패 신화 체스 황제 ‘보리스 스파스키’를 넘어야만 한다. 드디어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역사적인 경기가 열리는 날, 마치 제 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도는 무대 위 '바비 피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응답하라 1988]은 박보검이 연기한 최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바둑인 '승부사'의 고독함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 작품이었다. 조용하고 진중하지만, 자신만의 게임에서는 한 없는 냉정함을 유지하는 승부사들의 세계는 고도의 정신력과 인내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세삼 깨닫게 해줌다. [세기의 매치]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승부사의 세계에 모든것을 던진 고독한 남성의 실화를 통해 승리의 어두운 뒷면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주인공 바비 피셔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며 그가 바라보는 체스 세계와 승리에 대한 개인의 집착을 강조하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승리에 민감했던 피셔는 자신의 승리에 방해되는 것에 벗어나려 했으며, 나중에 이 정도가 심해져 정신병과 같은 편집증 증세로 이어지게 된다. 체스계의 천재이자 챔피언의 이야기를 다룰 줄 알았던 [세기의 매치]는 사이코 영화에 가깝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피셔의 편집증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 공기의 흐름, 기침 소리, 도구의 움직임 등 모든 것의 움직임에 민감성을 느끼다 일상 생활에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장면은 고독하고 민감한 승부사 세계의 잔인한 현실을 반영하는 장면으로 체스 대결 장면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피셔 개인의 이야기에 국한한 내면의 드라마는 시대적 배경이 되는 60년대 중반 냉전 시대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이른다.
단순한 체스 대결을 이념의 대결로 연결하려는 정치권과 언론의 움직임은 피셔의 편집증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도청, 협박과 같은 음모론을 주장하며 스스로의 망상에 빠지게 되는 피셔의 모습은 시대적 불신과 불안에 대한 개인의 내면을 표현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5년 작품 [뮌헨]이 다루던 첩보원의 불안한 후유증과 연결돼 망상과 편집증의 위험을 이야기 하게된다.
[세기의 매치]는 이렇듯 체스 기사의 세계를 개인의 초점화를 통해 정의하며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아쉬움 또 한 적지않다. 영화 중반까지 피셔의 내면과 그의 주변 세계를 너무 유심하게 다루려다 보니 긴장감의 끈을 놓쳐버린 부분들이 있다. 이 때문에 영화의 소재인 체스의 매력을 살린 두뇌 게임의 흥미로움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내면 드라마에 집중한 영화의 이야기에 아쉬움을 느낄때 영화의 중후반 대망의 게임인 피셔 VS 스파스키에서 [세기의 매치]는 체스 게임의 흥미로움을 부각시킨다. 말 하나를 이동하는 차이에서부터, 다양한 심리를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막장'이라 느껴질 정도로 게임에 큰 영향을 준 흥미로운 비하인드 까지… 영화는 후반부 '세기의 매치'장면을 통해 체스 게임이 흥미와 긴장감을 지닌 장르 영화로 충분히 녹여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승부사들의 승리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냉혹함을 이야기하는 [세기의 매치]는 1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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