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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천만 관객의 조건!

12.11.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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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국영화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헐리우드산 메가톤급 블록버스터의 물량공세에도 우리 영화들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대등하게 맞서고 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한국 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얼마 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 관객을 넘기며 대종상 15관왕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물론 시상 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 기록은 아카데미를 비롯한 전 세계 어느 영화 시상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임에는 분명하다.

참고로 지난 1959년 <벤허>와 1998년 <타이타닉>, 그리고 2004년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11관왕을 기록했다. 물론 영화 시상식의 객관적인 네임벨류를 고려한다면 비교자체가 불가능 하겠지만 그래도 <광해>의 15관왕에 비해 초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나 올해는 <광해> 이전 천만 관객을 기록한 <도둑들>과 칸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한 <건축학개론>을 비롯해 <내 아내의 모든 것>,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등 웰메이드 영화의 홍수시대였다. 역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총 7편, 그 중 2편이 올해 안에 나왔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의 매력은 무엇인가? 천만 관객을 기록하기 위한 한국영화의 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간절함과 절박함 속에 담긴 감동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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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영화계에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가 등장한다. 첫 천만 관객 돌파의 주인공이었던 <실미도>는 약 1,108만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한국영화계의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일년 뒤,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되었고 실미도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1,174만 관객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2편이 모두 천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던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마치 하나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천만 영화라는 대중들의 욕구가 강하지 않았나 싶다.  ‘다같이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어 보자!’식의 대중 심리가 존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미도>는 실화를 바탕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비통함과 처절한 절규를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영화이며<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가족과 형제와 사랑을 그린 감동 스토리다. 두 영화가 모두 천만을 넘긴 이유는 아마도 분단과 군대에 대한 민족 정서를 자극하는 내용인 동시에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소재와 구성, 거기에 절박함과 간절함의 미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두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가 어찌 되었던 간에 한국영화의 처음과 두 번째 천만 관객 테이프를 끊은 이 두 영화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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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약 1,230만 관객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영화계의 지존으로 등극한 <왕의 남자>는 사실 영화계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작품이었다. 사실 이 영화가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신줄 놓은 미친 왕과 떠돌이 광대 패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봤자 얼마나 재미있겠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왕의 남자>는 동성애 코드가 있는 사극이라는 꽤나 파격적인 소재로 많은 명대사와 함께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라는 초대중적 성공의 상징을 얻어냄과 동시에 마니아층의 형성도 이뤄냈다.

그리고 그 이듬해 前 역대 한국 영화 최고 관객 동원 작으로 약 1,301만의 관객을 기록한 <괴물>이 등장한다. <괴물>은 제목 그대로 괴수 SF영화라는 어쩌면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다소 거리가 먼 장르를 표방했다. 내용도 지극히 가족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반미적 풍자에 사회적 시스템까지 비판하고 있는 복합적인 영화다. 하지만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굉장히 그럴싸한 이야기 구성과 놀라운 CG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영화를 본 후 한강을 지날 때면 왠지 괴물이 나타날 것만 같은 이상한(?) 트라우마를 남겼던 작품이다. 물론 극장 상영 막판에 1300만 관객을 넘기려고 질질 끈 것은 사실이지만, 확실히 천만 영화로써의 위용을 보여준 대단한 영화였다.

이 후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한동안 나타나질 않았다. 그러던 2009년 어느 날, 공포의 쓰나미를 소재로 한 <해운대>가 나타나 엄청난 CG물량공세와 그저 그런 감동 스토리를 바탕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나올 때마다 기록을 갱신했었는데 <해운대>는 유일하게 그렇지 못했다. 즉, <해운대>는 지금까지 유일하게 ‘역대 최다 관객 동원 영화’라는 타이틀을 못 가져본 천만 영화라는 것이다. <해운대>는 천만을 넘겼을 당시에 논란이 많았던 영화다.

사실 이 때 천만이라는 관객의 숫자가 가진 상징성이 조금 퇴색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그러한 논란들은 다 부질없는 짓이다. 솔직히 천만 관객이 봐도 되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가 정의할 수 있겠는가? 단지 천만 관객이 본 영화일 뿐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에 따라정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세 가지 영화 모두 각각의 개성과 스타일이 다른 영화이지만 기존에 한국영화계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를 다뤄 관객들의 호기심과 상상을 자극한 것만은 분명하다.


<점점 더 진화하는 작품의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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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두 영화는 모두 이전에 천만을 넘긴 영화들과는 분명 뭔가 달랐다. 흥행의 논란이 될 만한 부정적 요소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며 작품만 놓고 따져봤을 때도 평가가 후한 편이었다. 먼저 올 여름에 개봉했던 <도둑들>은 치밀한 짜임새와 구성, 그리고 화려한 볼거리와 최강의 출연진을 바탕으로 약 1,302만의 관객을 기록하며 여름 극장가를 지배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같은 시기에 개봉하여 흥행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가뿐하게 기우였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결국엔 <괴물>이 가지고 있던 종전 역대 최다 관객 동원 한국영화기록을 갈아 치웠다. 물론 현재 <광해>가 아직까지 상영 중이라 기록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대단한 기록임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 이 영화도 이 정도의 많은 관객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었다. 출연진의 화려함으로만 따져 본다면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더 흥행 성공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컸었다. 하지만 현재 역대 최다 관객 동원 한국 영화이며 한국영화사의 기록될 만한 작품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다음으로 현재 한국영화계를 지배하고 있는 최고의 영화이자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이다.

<왕의 남자>에 이은 두 번째 천만 사극영화로 우리나라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도둑들에 비해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으며 극의 연출 또한 유머와 감동, 그리고 재미와 진지함을 모두 아우르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뜨거웠던 천만 관객 동원 영화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가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선이라는 시간적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광해>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국가 원수로서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가 관객몰이에 중요한 역할을 어느 정도 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지난 대종상 시상식에서 1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임에는 변함이 없다.

나날이 진화해가는 한국영화의 완성도가 향후 <광해>를 뛰어 넘는 희대의 명작에 대한 관객들의 목마름을 충족시켜줄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한국영화계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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