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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를 재미있게 보려면

13.01.18 11:27

영화를 평해야 하는게 리뷰이지만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재밌게 볼수 있는 가이드적인 글로 리뷰를 쓰려한다.
 
원작은 우리에게 <파이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얀 마텔의 베스트샐러 소설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러한 유명 베스트샐러에는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며 소소한 이야기가 담은 메시지가 거대해 많은 감독들이 매력을 느낌과 동시에 포기를 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아이들의도시>의 장 피에르 주네와 <식스센스>의 M.나이트 샤말란이 거론되었지만 모두들 작업도중 포기했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그렇게 영화계를 좌절시킨 또 하나의 원작으로 거론 될 즘. 마지막으로 이 바톤을 넘겨받은 사람은 '아시아 세계인' 이안 감독이었다.
 
 
*'세계인' 이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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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인이 아닌 세계인 이야" <역도산>의 설경구는 스모를 포기하고 프로레슬링을 하면서 자신을 이렇게 옹호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 대사가  더 어울린 사람은 바로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전 잠시 그의 영화 성향을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외모를 보면 전형적인 보수적 동양인 아저씨를 보는듯 하지만 그와 다르게 모든것을 포용하고 오픈하는 성향이 강한 작품들이 대부분 이었다. 남자인데도 여성의 시각을 주로 다루고 동성애,인종,사회문제,전통과 현대 가치관의 충돌과 같은 민감한 성향들을 밀가루 반죽하듯 맛깔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 하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동양적 가족 영화와 사랑영화로 만드는 재치가 이안 영화의 매력이라고 볼 수있다.
 
그가 만들어낸 장편은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과 민감한 문제들의 충돌을 다루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중화권의 자본으로 연출하게된 초기작품들인 <쿵후 선생><결혼 피로연><음식남녀>는 가족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영화의 주제들은 문화충돌,가족-세대간의 갈등,동성애,노년의 사랑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들 이었다. 특히나 <결혼피로연>은 동성애 미국 애인과 살고있는 대만 청년이 같은 대만 여성과 결혼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세사람이 함께 사는 진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화합하고 가족화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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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안은 서양화된 자신의 가치관을 끌어내기 시작한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아이스 스톰><라이드 위드 데블>은 동양인인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서양의 역사적 시대들을 배경으로 삼기 시작했다. 각각 19세기의 영국,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미국,남북전쟁 시대등을 배경으로 하면서 시대의 가치관에 충돌하며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 불안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흥미로운건 미국에 건너오면서 그가 추구하는 소재들이 젊은 감독들이 이야기 하는 불안정서를 주로 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헐리웃 자본으로 만들어진 대흥행작 <와호장룡>만 봐도 전통적인 무협영화 인데도 그가 헐리웃에 선보였던 청춘과 남녀의 불안함과 어긋난 사랑을 이야기 한것만 봐도 그의 생각은 남다르게 진보되고 있는듯했다. 블록버스터에 지나친 프로이드 철학을 결합시킨듯한 <헐크>는 너무 큰 무리수 였지만 그의 영화적 성향이 이제는 아시아화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계기였다. 이후 만들어진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는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은 충격적인 영상화를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라이프 오브 파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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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안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 했다. 그만큼 이안을 알면 <라이프 오브 파이>를 재미있게 보고 이해할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파이가 자신의 본래의 발음을 바꿔 수학의 무한의 의미를 나타내는 '파이'라는 이름을 강조하고 유년기와 사춘기 시절에 종교와 이성-지성을 배워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은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을 고루 접한 이안 본인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그런 주인공이 홀로 살아남아 난파선에서 오랑우탄, 하이에나, 얼룩말 그리고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지내며 큰 혼란이 이어지는 장면은 그의 영화들이 말한 가치관의 충돌을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분명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도 이상하게도 이안의 창작품 같은 느낌은 그래서 느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이안을 잘 만났다고 느꼈던 것은 영화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다. 흔히 인도의 문화를 힌두교의 수많은 신이 만큼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들이 하나로 합친 카레와 같다고 이야기 하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는 다양한 인도 문화의 세계관이 주 배경이다. 특히 주인공 파이가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을 함께 믿고 있는 종교인 이란 점과 파이가 결국 호랑이와 함께 공존을 위해 이성과 감성을 동원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고 본다면 이 영화는 이안의 지금까지 작품들의 종합적인 완성작 이었다. 영화에서 화려하게 보여지는 3D을 구성하는 화면은 가히 놀랄 정도인데 이 작품이 3D로 촬영된다는 이야기에 굳이 이 소재에 이 장면이 필요할까가 의문이었지만 영화를 직접 보게되면 놀랄 정도로 3D와 어울리는 장면들이 많다. 전자의 필모그래피 이야기만 들어도 개똥철학 이야기 하며 예술영화나 찍는 양반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이안은 블록버스터 <헐크>를 연출하며 특수효과와 3D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배운 경험도 있던 감독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그의 세계관과 3D의 완성도 그리고 깔끔한 원작이 하나로 결합된 수작이란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의 또하나의 대표작으로 넣어도 무방할 정도다.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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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모든 장점적 요소가 많아도 곳곳에 숨어있는 철학적 요소가 많아 이것을 이해하는데 과부화가 걸릴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것이다. 화려한 3D가 모두 상징성 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많다보니 자칫 영화가 길게 느껴져 눈이 피곤해 하품을 할수도 있다는 점을 알기바란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 굳이 이해하려 하지말고 파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자.
 

*그렇다면...
그렇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를 재미있게 보기위해 앞서 이야기 했던 이안의 이 전작들을 다 보는 시도를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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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자에서 언급한 이안 작품중 일부러 마지막에 소개하기 위해 한 작품을 뺐다. 바로 그의 최근작인 <테이킹 우드스탁>이다. 전설적인 우드스탁 페스티발의 탄생기원을 축제를 주최한 엘리엇의 가정을 통해 이야기 하는 이 영화는 이안이 만든 가족영화의 틀에서 문화적 충돌,갈등,동성애와 性이라는 종합적인 소재가 한대 어울러진 작품이란 점이다. 이미 전작을 통해 '종합선물세트'를 하나 만들었던 이안은 <라이프 오브 파이>를 '종합선물세트2'로 내놓은 셈이다. 동양의 가치관을 뛰어넘어 서양의 세계관을 포용하고 모두가 직면한 문제와 갈등을 가족적으로 포용하는 이안의 영화는 그래서 사랑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테이킹 우드스탁>과<라이프 오브 파이>는 바로 그 가치관의 대표작인 셈이다.
 
어떻게든 앞서갈까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운 소재를 포용하고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이안의 재주와 그가 꿈꾸는 전세계가 다양하게 어울리는 세계관을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느꼈으면 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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