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프리뷰] 화제작 '제로다크서티' 주목하기
13.01.25 11:43
인류학자 사무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란 책을 통해서 냉전종식이후의 세계를 조명하며 "서구인들이 이슬람 교도에 대해 '광적인 테러리스트 집단' 이라는 경계심을 풀지 않는 한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었다. 그만큼 서구의 문명과 제3세계의 만남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충돌'로 귀결 될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사무엘의 이론은 2001년 9월 11일 현실화 되었다.
9.11테러의 발생의 정의를 놓고 여러 의견이 분부했다. 전쟁에 대한 찬반과 미국 우월주위의 폐단의 결과라는 논란과 여기에 테러와 관련된 각종 음모론까지 제기되 진실과 거짓이 혼돈이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중에도 미 정부를 비롯한 국회, 행정부의 목표는 하나였으니 바로 사건의 주범 '빈 라덴'을 잡으면 모든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이었다. 이후 미국은 빈 라덴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 가만히 있을 헐리웃이 아니었다. 보수적인 제작사는 곧바로 애국주의를 강요할 영화를 제작했고 진보적 제작사들은 전쟁에 대한 폐허를 묘사하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00년 중반 헐리웃은 9.11테러와 이라크전에 관한 전쟁영화들의 제작이 활발했다가 어느새 주춤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자연히 이슈도 잠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2013년, 이제는 흔해져버린 한편의 전쟁-테러영화가 지금 아카데미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2011년 이 모든 여파의 주범 빈 라덴은 미해병대의 역습에 사망했고 그리고 이 모든 뒷이야기를 영화화 했기때문이다. 그것도 감독은<허트로커>라는 영화의 아카데미 수상자인 캐서린 비글로우에 의해서였다.
영화 제작과정과 논란
현재까지 빈 라덴암살과 체포를 위해 미 정부가 사용한 비용은 10년간 430조원,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1,000조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빈 라덴은 용의주도하고 철저한 테러리스트였다. 그런 그가 파키스탄의 민가에 발견되어 암살되기 까지의 진실은 여전히 미궁이었으며 그에 대한 진실여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과연 어느 과정을 통해 빈 라덴의 루트를 알았고 그를 죽일수 있었던 것이었을까? 영화는 바로 이 의혹을 시작으로 제작이 기획되었고 그 루트를 따라가기로 하였다.
여성이었지만 강인한 군인소재 영화인 <k-19> <허트로커>를 잇따라 연출한 캐서린 비글로우여도 역사적인 테러범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은 중대한 기밀에 대한 쉽지않은 접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력이 검증이 된 것이었을까? 미 정부는 어떠한 언론사도 접근할수 없었던 이 기밀을 선뜻 제작진에게 공개했다. 사실 그녀의 전작들 모두 미 정부의 기밀과 관련된 사항들을 소재로 만들었기에 이들을 설득하고 정보를 얻는것은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에 대선 시기가 가까워 지면서 재선 성공을 위해 오사마 빈 라덴 암살을 임기기간 업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도 한 몫했었다. 당시 제작진이 접근한 이 기밀문서의 등급은 백악관,국방부,CIA,FBI도 접근하기 어려운 최고등급의 국가기밀 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는 군사용어와 더불어 군사 기밀을 암시한 것이었다. 이로인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논란과 더불어 "오바마의 나팔수를 자청했다"라는 논란까지 불자 제작사는 미 대선 이후인 1월을 개봉일로 잡았어야 했었다.
여성답지 않은 절제된 연출력
제 아무리 강인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민감사항이 많은 영화를 연출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영화의 방향에 대해 많은 언론매체들이 궁금해하자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고, 함께 각본을 작성한 마크 볼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들에게 매료되었고, 그들은 영웅이며 그들이 어떻게 빈 라덴을 찾았는지 궁금했다"라며 영화에 대한 방향을 암시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이 영화는 빈 라덴이라는 인물에 대한 집중과 동시에 애국적인 요소를 강조한 영화라는 점을 누누히 밝히고 있지만 이 모든것은 캐서린 비글로우측의 민감사항을 우회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 작품들을 보더라도 누군가를 위시하기 위한 작품을 만들 사람은 아니다. 오로지 그녀는 주어진 상황과 임무를 해쳐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에 집중하며 그들을 따라갈 뿐이다. 마치 정신상담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듯이 말이다. <블루스틸>의 자신의 무죄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여경,<폭풍속으로>의 범인에 매료되는 FBI요원, <k-19>
그렇다고 그녀는 이 영화에 어떠한 기법을 강조하려거나 효과를 주려하지도 않는다. 평범한 헐리웃 영화를 찍는듯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절제된 연출력으로 이 캐릭터의 시선에서만 집중하고 따라갈 뿐이다. 관객이 영화를 보듯 그녀 또한 자신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영화속 캐릭터들은 살아있었고 정신분석을 하고 싶을 정도의 강한 개성이 강조되고 있었다. <폭풍속으로><허트로커>의 결말만 보더라도 그녀가 이 영화에 무슨 메시지를 강조하려 했었나?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를 암시한듯한 결말이었고 사람의 인생이 끝나지 않듯 캐릭터들은 영화 밖에서도 살아가고 있는듯 했다.
이번 영화 <제로다크서티>도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버릇과도 같은 관찰자적 시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을 잡기 위해 CIA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의 추적과정이 주를 이룰것이고 상황이 급변하면서 그녀의 심경변화를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막중한 임무를 맡게되는 주인공에 관객을 동화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점에서만 봐도 캐서린 비글로우는 더이상 여린 여성이 아닌 강인하고 냉철한 연출자 임을 이번 영화를 통해 또다시 증명해 줄것으로 기대한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1월달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로다크서티>가 1월 초 개봉을 하자마자 1위를 한것도 모잘라 저번주는 그녀의 또다른 출연작 <마마>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2위가 한 배우의 작품에서 이뤄진것은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번 영화 <제로다크서티>로 골든글로브 어워드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그 여파가 아카데미에도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제시카 차스테인은 현재 헐리웃의 기대주이면서 많은 연출자들로 부터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여배우이다.
2011년 제시카 차스테인은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프 라이프>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로인해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스타성과 연기력 모두 갖춘 완벽한 배우를 원하는 헐리웃에 완성맞춤인 여부애 였다. 이후 화제작 <헬프>의 주연을 <로우리스:나쁜영웅들>에서는 샤이아 라보프,톰하디,게리 올드만이라는 쟁쟁한 남자배우들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그녀가 맡은<제로다크서티>의 '마야'는 타겟에 대한 집념과 카리스마 넘치는 대원으로 그동안 그녀가 맡은 캐릭터들과 이례적으로 다른 강인한 여성성을 지는 캐릭터 이다. 맡은 작품마다 아무런 논란없이 호평을 이끄러냈던 그녀이기에 이번 영화에서 어떤 연기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현재 <제로다크서티>는..
<제로다크서티>는 이미 개봉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이끌어 냈었다. 개봉도 하기도 전에 이 영화에 대한 예매율은 매우높았으며 개봉전 실시한 전국 5개관 개봉인데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21위를 기록하기도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이후 이 작품이 흥행 1위를 한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흥행의 성공에 이어 이어지는 평단의 반응도 호평일색이었다. 뉴욕 비평가협회,전미 비평가협회를 비롯한 미국 지역내 평가협회가 선정한 수상에서는 <제로다크서티>가 모든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고 2013년 골든글로브 주요 4개부문(작품상,감독상,각본상,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었고 이중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그리고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또 한번의 수상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제로다크서티>가 만들어진 이유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만들어진 것일까? 이 영화를 놓고 사실 외부인인 우리에게는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것이다. 분명 빈 라덴은 테러범이지만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것은 미국에 대한 위엄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의 또다른 논란은 개봉후 공개된 또 하나의 진실공개에 있었다. 실제로 미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 체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행태(민가 폭격, 고문)를 저질렀는데 영화에서는 이 사실까지 적나라하게 폭로 되고 있어 개봉후에는 여러 의혹 제기와 반미 시위까지 예상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빈 라덴이라는 거물을 잡기위해 흘렸어야 할 수많은 피와 은폐되어야 할 진실들, 그리고 주범을 제거했지만 테러는 이걸로 끝일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마야의 시선은 진실을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행동은 우리의 시선일 것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진념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빈 라덴 암살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목격하는 과정을 통해우리의 생각과 질문에 대한 답을 끌어내기 위해 캐서린 비글로우는 이 영화를 만들려 한것 아니었을까? 그 답은 3월 국내개봉 때 알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