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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 개봉으로 돌아본 한국의 남북 분단 영화

13.01.29 09:25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남북분단의 현실. 그것이 진짜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마음이 아프다. 군사들은 왜 자신의 형제들을 죽여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군 상사에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기에 남북문제에 대한 것은 영화로도 많이 다루어 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남북 영화들,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가며 그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단순한 영화의 흥행뿐만이 아니라 그 동안 잊고 살아왔던 우리 시대의 아픔을 되새기고 한국전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지금 세대들은 그 때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귀로만 들어왔고, 그 아픔을 마음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젊은 세대들은 영화를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남북 분단의 현실에 아픔을 함께 느끼고,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통일을 소원하게 만든다.
 
한국의 남북전쟁을 다룬 영화중에 정보원의 첩보 활동을 주 내용으로 하는 첩보영화와, 리얼한 전쟁 현장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전장영화, 두 분류로 구분해 보았다. 어떤 영화들이 있을까?

남북 첩보 영화
 
<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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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쉬리>는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이다. ‘쉬리’는 한반도의 맑은 물에만 사는 토종 담수어로, 극중에서는 한국에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의 작전명이다. 한국에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와 대적하는 한국 정보기관 요원인 유중원, 이장길의 활약을 다룸과 동시에 중원과 명현의 비극적인 사랑을 함께 다뤘다.

강제규 감독은 ‘유사 할리우드주의’를 표방한 액션 연출과 감성적 멜로를 효과적으로 배합하여 할리우드의 거대자본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탄생시켰다. <쉬리>는 제36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 제3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제20회 청룡영화상 2개 부문, 제1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공동경비구역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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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경비구역JSA>는 남한과 북한의 4명의 군인들 간 벌어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냥 4명이 만들어 낸 사건이라기보다는 남북이라는 이념체제 때문에 벌어진 아픈 과거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적이기 전에 형제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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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대립을 앞세워 북한을 적대관계 내지 무찔러야 할 적이기 이전에 같은 민족으로서 우정을 나눌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한 점이 기존의 반공영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이 형과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어울리는 이야기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립하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냉전적 긴장의 감정적 부분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중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았으며, 주인공들의 심리를 격정적으로 보여준 장점을 갖고 있다. 북한 초소병의 의문사를 중심으로 체제와 분단의 논리에 의해 사건의 진실이 어떻게 다른 식으로 이용되고 이해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미스터리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역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네 청년의 우정과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진 현재의 분단된 상황이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와 함께 관객의 가슴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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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가을 동안 공동경비구역 JSA는 백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그 당시 공동경비구역 JSA는 대한민국 영화사상 가장 높은 관중 동원력을 기록하였다.
 
<실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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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는 197년 8월 23일, ‘실미도 난동사건’이 실제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북한 공작원들이 남한의 대통령 박정희의 목을 따기 위해 남한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로 끝났고 이 사실이 발각되면서 보복을 하기 위해 4월에 실미도 부대를 만들게 된다. 실미도 부대는 으로 사형수, 무기수, 일반 제소자들이 포함된 사회 밑바닥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전성공 시 모든 형벌 취소 및 전과기록 말소 등 정부로부터 새 삶을 보장 받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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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북파되어 주석궁에 침투 '김일성 목을 따오는 것'이었다. 3년 4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31명 중 7명이 사망하고 24명만이 살아남았다. 그 힘든 훈련을 참아가며 김일성의 목을 따오려는 것에만 집중 했지만 국제적으로 남북 간의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실미도 부대는 존재의미가 없어졌다. 결국 그들을 제거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떨어진다. 혹독한 훈련으로 길들여진 실미도 부대는 실미도에서 인천,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해 다른 경찰·군인들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버스 안에서 자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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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역사 속에 영원히 묻힐 실미도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도 큰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북 전쟁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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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드라마틱한 운명을 그려낸 한국 영화의 기념비적 흥행작이다. 이념보다는 6·25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제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픔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장동건, 원빈 주연의 투톱 캐스팅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을 스크린에서 같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행몰이를 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두 배우의 연기와 조연배우들, 영상, 음향 등의 효과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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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6·25전쟁이 일어나고, 징집된 형제는 군용열차에 몸을 싣는다. 두 형제는 징집과 동시에 낙동강방어선전투에 투입되는데, 형은 무공훈장을 받으면 동생을 제대시킬 수 있다는 대대장의 말을 듣고 오로지 동생을 위해 전쟁영웅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갈수록 전쟁의 광기에 휘말리는 형과 그런 형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생 사이에 갈등과 증오가 싹트기 시작한다. 나라의 이데올로기 밑에 밟혀버린 두 형제의 우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전쟁영웅의 길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동생의 목숨까지도 위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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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3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여 58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선 종전 <실미도>의 기록을 바꿨다. 제41회 대종상영화제 5개 부문,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 3개 부문, 제25회 청룡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포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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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화 속으로>는 치열했던 6.25 전쟁의 낙동강 지구 전투 속의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나라에 전쟁이 발발하여 펜이 아닌 총을 들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이다. <포화 속으로>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하여 사실성을 높였고, 각각의 사연이 있는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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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학도병들에게 맡겨졌다. 총알 한 발씩을 쏴보는 것으로 사격 훈련을 마친 71명의 소년들은 피난민도 군인들도 모두 떠난 텅 빈 포항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부대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영덕시를 초토화 시킨 북한군 진격대장이 이끄는 인민군 766 유격대는 낙동강으로 향하라는 당의 지시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포항으로 방향을 튼다. 영덕에서 포항을 거쳐 최단 시간 내에 최후의 목적지인 부산을 함락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삽시간에 포항에 입성하고, 포항여중에 남아있던 71명의 소년들은 인민군 부대와 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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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으로>에서 학도병들이 북한 인민군을 머리에 뿔이 난 무서운 괴물일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말을 쓰고 고통스러움을 느낄 때에는 어머니를 찾는 모습을 보고 우리와 똑같은 어머니의 아들들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부분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고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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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지전>은 기존의 전쟁영화와는 다르다. 기존의 전쟁영화는 1950년 6월 25일 평온했던 일요일 새벽 4시... 로 시작해 전쟁이 시작된 것에 대해 다뤘지만 ‘한국전쟁이 어떻게 끝났는가’ 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고지전>은 한국전쟁의 끝 이야기이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시작해 미처 다 기록되지 못한 전쟁 속의 또 다른 전쟁, 우리가 몰랐던 한국전쟁의 마지막 전쟁을 조명한다. 무려 37개월간의 내전, 국가 간의 영토분쟁이 아닌 단일전쟁으로 400만 명이라는 최다 사상자로 기록되는 비극적인 전쟁이었다. 그 400만 명의 사상자 중 300만 명이 휴전협상이 진행되던 중 중부전선의 ‘고지쟁탈전’에서 희생되었다는 것은 그간 어떤 전쟁영화에서도 주목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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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1년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였고 그 와중에 판문점에서는 휴전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남과 북의 병사들은 전쟁의 고통에 시달렸고 이제나저제나 휴전의 그날을 기다린다. 휴전을 목전에 두고 영토 1cm를 위해 하루에도 3~4회 고지의 주인이 바뀌어야 했고 사람목숨으로 버텨야 하는 공방전을 위해 사상자 수만큼 끊임없이 보충 병력이 투입되어야 했던 마지막 전쟁 <고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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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휴전’한다는 라디오가 나온다. 하지만 휴전되기까지의 시간동안 모든 전력을 쏟은 남북 병사들은 서로 간의 총격전으로 생존하지 못했다.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고, 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알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속에서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고지가 몇 번 바뀌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물물 교환하고 끊어진 가족들에게도 소식을 전해주며 따뜻한 인간애를 느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다시 적으로 바뀌고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하는 슬픈 현실을 잘 담은 영화이다.

영화 <베를린> 개봉이 이틀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2013년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할 만큼 많은 관객들이 베를린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권력 장악을 위해 국제적인 음모에 휘말리는 주인공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독일, 아랍 등 국제적인 스케일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한석규, 하정우, 류승범, 전지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탈 냉전시대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남한과 북한의 대립. 통일이 되어도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분단국가이다. 통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세력의 존재 가능성의 농후함과 그와 별개로 북한의 고집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냉전 시대식 첩보활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실제 상황에서 ‘분단’ 소재가 갖는 드라마틱한 속성을 한국형 첩보액션으로 풀어낸 영화 <베를린>. 천만관객을 동원할 또 하나의 남북 영화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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