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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스토커' 박찬욱과 미아 바시코브스카

13.02.21 15:27

2월 21일 오전 10시 20분 남산 하얏트 호텔 리젠시룸에서 <스토커> 기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간담회에는 류시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고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참여했습니다.  행사의 시작은 영화의 OST를 부른 에밀리 웰스가 나와  주제곡인 'Becomes the Color' 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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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혼자서 바이올린과 디제잉을하며 열창하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 처럼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 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해외 클럽에서의 에밀리 웰스의 노래를 듣고 바로 음악을 제안했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에밀리 웰스가 당황하다가 박찬욱 감독에 대한 주변의 명성과 추천을 듣고 참여했다는 일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두 천재 아티스트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던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어서 박찬욱 감독님과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등장하며 곧바로 기자회견이 시작됩니다. 먼저 사회자인 류시현 아나운서가 두분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인사를 부탁하고 기본적인 질문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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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 혼자 낮선 땅에 가서 외로웠는데 한국음식도 못 먹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져서 조국에 와서 공개를 하게 되다니니 감개무량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아 바시코브스카 (이하: 미아)
- 한국 방문은 처음 입니다. 아직 온지 얼마 안되었지만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박찬욱 감독님의 이번 작품은 헐리웃에서 작업하고 국내에서 개봉하는 전과는 다른작업 이었는데 느낌이 다르지 않았나요?
 
박찬욱 감독
-영화 만들때는 일에 쫓겨 힘들었다면 이번 작업은 완성한지 한참 됐는데 개봉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염려가 되며 미국 개봉은 5개 도시에서 먼저 개봉하고 반응이 좋으면 확대하는 방식이어서 반응이 좋아야 개봉관이 확대되는 방식입니다. 개봉하는 도시들 마다 좋은 반응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블랙스완>이 이런 방식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스토커>도 <블랙스완> 못지 않은 작품이기에 이러한 기적이 있길 바랍니다.)
 
미아씨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신데 한국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셨으며 직접오니 기분이 어떠십니까?
 
미아
-사실 한국에 대해서는 많은것을 알지 모릅니다. 대신 한국영화 <장화홍련>과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을 부탁하셔서 오게 되었고 직접오니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느낌이 좋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나라인것 같습니다.
 
이어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이 질문에 '무비라이징'도 직접 질문하게 되었습니다.(MR 체크한 부분이 질문)
 
헐리웃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미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고 <스토커>의 의미가 제목을 들으면 '집착하는 스토커'로 느껴졌는데 감독이 의도하는 스토커의 의미는 무엇입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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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미아는 연기를 막 내세워서 과시하고 자랑하는 배우가 아닙니다. 언뜻봐서는 화려하지 않아 심심할지도 모르지만 영화는 긴 시간 동안 차츰차츰 쌓아가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자기 역할만이 아닌 영화 전체를 생각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배우들은 자기가 나오는 장면에 모든걸 발휘하고 싶어하는데 미아는 기다릴줄 아는 배우입니다. 이런 미아의 연기때문에 관객들은 자연히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배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게 됩니다. 그래서 관객과의 게임에서 우위에 있는 배우이며 조금만 보여줘도 많은 매력을 보여줄수 있는 배우입니다.
 
(사회자가 "밀당을 잘하는 여자군요"라고 쉽게 정리해 줍니다. 딱 맞는 표현이네요.)
 
-스토커의 의미는 '스토킹'도 있고 드라큘라의 '브람 스토커'에 따온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뱀파이어 영화는 아니지만 비유적으로 인간보다 우월한 종족의 의미가 있으며 영화속 극중 찰리(매튜 구드)의 모습이 이 두가지를 가지고 있고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찰리와 인디아를 굳이 뱀파이어의 동급에 두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가능한 해석중 하나일 뿐입니다.
 
감독님의 헐리웃의 첫 진출이었는데 덕분에 평소에 좋아하던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해서 좋았을텐데 단점도 있지 않았나요?
 
박찬욱 감독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니콜 키드먼 같은 배우들과 일하고 만나서 좋았습니다. 음악감독인 필립 클락슨은 어렸을때 부터 숭배하던 뮤지션 이었고 전체 스코어를 맡았더 '클랜트 맨슨'도 좋았고 뒤에있는 포스터 제작을 맡은 다큐 사진작가분도 유명한 분이십니다. 이런 유명한 사람들과 만나서 정말 기뻤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것이 장점 이었습니다. 단점은 현장이 너무 바쁩니다. 촬영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너무 힘들었고 애까지 먹을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초 단위로 진땀을 빼면서 찍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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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제작한 포스터>
 
 
미아씨의 일정이 3박 4일로 잡혀져 있는데 일정은 어떻게 되고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떠셨나요?
 
미아
-시간이 된다면 갤러리를 다니고 싶어요. 한국의 전통이 있는 장소도 보고싶고 아이스 스케이팅도 타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님과의 작업은 멋졌습니다. 과거에 함께 일했던 감독님들과는 작업방식이 달랐는데, 감독님이 직접 스토리 보드를 보여주면서 이미지를 통해 세세한 장면들을 설명해 주셨다. 디테일이 강하신데다 은유적인 표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다양한 표현들을 직접 이야기 하시면서 지도해 주셨어요. 
 
영화를 보니 감독님 본인의 스타일이 강하셨는데 김지운 감독님의 작품은 헐리웃에서 자기 스타일로 작업 하기가 힘들었는데 어떻게 하셨나요?
 
박찬욱 감독
-내 작품세계를 보고 미국 영화사가 와서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잖습니까? 그래서 그들이 내 스타일로 영화찍는걸 이해해 줬고 잘 도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걸 원하고 잘해달라고 해서 잘했다.(웃음) 촬영이 바쁘고 요구도 많았지만 정정훈 촬영감독이라는 나의 큰 조력자가 옆에 있어서 잘할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아씨는 극중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장면과 노출신같은 부담스러운 장면이 있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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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사실 내가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인디아라는 복잡하고 매력적인 인물때문에 선택하게 된겁니다. 오히려 촬영때보다는 스토리 보드를 보고 긴장이 되었는데 감독님과 스텝분들께서 잘 다독여 주시고 도와주셔서 잘 할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질문은 영화와 관련 없었던 사진에 관한 질문인데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부모님이 유명한 사진작가 라고 하며, 미아는 호주의 사진 대회에서도 수상한 경험도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 이어서 무비라이징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MR 질문) 이 작품은 '앤트워스 밀러'(석호필)의 각본이 원작인 작품인데 감독님의 색깔이 더 강했던것 같습니다. 감독님과 밀러의 원본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박찬욱 감독
-제가 이 각본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거였습니다. 어떤 각본을 보면 그저그런 영화라고 느껴지는 반면 이 작품처럼 누가 연출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토커>를 보면서 채워야 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백이 많아서 더 칠을 할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작업에서 원본의 일부 장면을 편집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면이 워낙 많아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프닝과 클로징은 원본과 다르게 새로 만들었습니다. '앤트워스 밀러'가 작품의 골격과 인물묘사를 워낙 잘 잡아놔서 그대로 유지할수 있었고, 저는 최대한 원본의 장점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MR 질문)두분께 공통으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극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고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어떤씬 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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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미아가 밤의 놀이터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타며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좋았습니다. 꿈속의 장면 같았고 그때의 미아의 목소리가 너무 매혹적이었다. 현장에서 헤드폰을 끼고 들었을때 주변의 풀 벌레 소리와 함께들리자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위태위태 하면서도 마치 뱀파이어의 모습 같았습니다.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장면 이었죠.
 
미아
-저는 두 장면이 좋았는데 첫번째는 피아노 장면이었어요. 왜냐하면 음악을 가지고 찍는 장면이 일반 영화에서는 많지 않았는데 이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고 인상적인 데다가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이었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장례식 이후 찰리와 인디아가 노려보는 장면이었는데, 쥐와 고양이 또는 사냥꾼과 먹이감의 관계인것 같은데 누가 사냥꾼이고 먹잇감인지 모호한 상황 같아서 좋았습니다.

미아씨에게 박찬욱 감독과의 만남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의 작업이었는데 박찬욱 감독의 첫인상은 어땠으며 언어문제,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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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물론 박 감독님은 내가 작업했던 감독과 달랐어요. 통역을 붙히고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며칠지나니까 이 작업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라웠습니다. 박 감독님의 섬세하고 은유법을 쓰시는 등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면서 완벽하게 작업하시는 스타일에 놀라움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감독님의 그 작업방식과 계산들이 영화의 스토리와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웠어요.

이후 인터뷰는 두 분이 서로 사진을 취미로 삼은 공통점을 발견하고 친해졌다는 일화를 이야기하며 기자간담회는 훈훈하게 끝났습니다. 짧은 기자간담회 였지만 어둡고 섬뜩했던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의외로 인간적인 면모와 더불어 예술인 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감독과 배우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두분이 서로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지만 좋아하는 취미와 예술적 의도가 같아 친해질수 있었다는 내용을 듣고는 좋은 영화는 촬영 분위기와 좋은 관계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걸 알았습니다. 

영화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하는 예술작품이란 말이 이런 의미에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영화가 꼭 좋게 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이 박찬욱 감독의 개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아울러 무비라이징의 질문에 길고 정성스럽게 답변해 주신 두분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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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비라이징)
무비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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