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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리뷰] '박찬욱 월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3.02.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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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스토커(미아 바시코브스카)는 남들이 듣지 않은것을 들을수 있고 보지못하는 것을 볼 수있는 민감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능력이 아닌 사춘기 소녀와 숙녀 사이에서 성장통 속에서 생기는 민감한 기능입니다. 그래서 인디아는 스스로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즐기는 소녀입니다.
 
그런 인디아의 18살 생일날,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됩니다.. 그리고 장례식날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지고 신경이 곤두서기까지 한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젊고 잘 생긴데다 뛰어난 언변에 다정하기 까지한 찰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하지만 인디아는 자신에게 친절한 삼촌 찰리를 경계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그에게 이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력적이지만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찰리의 등장으로 스토커가(家)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게 되며 인디아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인디아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충격적인 비밀에 다가서게 됩니다.
 

*한국영화를 보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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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느낀점은 영화가 이상하리만큼 친숙하다는 점입니다. 마치 한국영화를 보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연출자 특유의 무미 건조함이 묻어나있고 헐리웃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난스러운 편집에 화면전화과 문어체적인 대사들. 그리고 외롭게 남은 캐릭터들의 행동. 이들을 비추는 카메라의 클로즈업 기술과 다양한 촬영기법.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한국영화의 한 장면들 같으면서도 미국 인디영화계의 신인 감독의 야심찬 데뷔작을 보는듯 하였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이란 사실을 모르면 이렇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본 작품이 <프리즌 브레이크>의 '앤트워스 밀러'의 각본이 원안인 사실을 감안해도 박찬욱 감독의 특유의 색깔이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지배했다는 점이 종종 눈에 띄게 됩니다. 특히나 영화의 전부이기도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그의 전작의 모습들을 빼닮은 정도입니다. 헐리웃 영화의 개성적인 캐릭터에 익숙한 배우들이 영화속 주인공들에게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더 없이 궁금할정도 입니다. 그들은 영화속에서 말만 영어만 썼지 너무나 완벽하게 한국영화속의 박찬욱의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구성으로 볼 때 전작인 <박쥐>가 많이 연상되면서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올드보이><복수는 나의것><친절한 금자씨>의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것은 박찬욱 특유의 과거 전작에서 보여지는 영상미와 편집방식 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박찬욱 감독의 '눈'이라고 할수 있는 정정훈 촬영감독의 촬영 덕분인지 그가 만들어낸 화면구도 덕분에 헐리웃 영화가 더욱 한국영화 답게 보여질수 밖에 없었던것 같았습니다. 정 감독의 이 영화의 일등공신 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흥행성패를 떠나 자신의 색깔을 헐리웃 영화에 온전하게 정착시킨 점과 배우들을 지배했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의 앞으로의 헐리웃 작업에 무난함이 돋보이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타국에서도 빛나는 특유의 섬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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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그림자. 1943년 작품>

 
해외에서 <스토커>에 대해 평을 하면서 박찬욱 감독과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을 비교 언급하는 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처음 <스토커>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접하게 되면서 연상되는 영화는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 였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평소 좋아했던 삼촌이 알고보니 연쇄살인범 이란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내용인데 공교롭게도 <스토커>의 구성도 이와 비슷하면서 '삼촌 찰리'의 이름과 구성까지 비슷합니다.(사실 이 작품이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 격이라고 합니다.) 히치콕 작품속의 여주인공은 삼촌의 악행을 알고 그의 행동행동 하나를 두려워 하고 경계하는데 반해<스토커>의 인디아는 선과악에 대해 굉장히 무덤덤 합니다. 같은 삼촌 찰리의 악행을 목격하고 알게 되지만 그의 행동을 적극 제지하려 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행동을 지켜보며 동조하는 듯한 애매한 행동을 보입니다. 히치콕 특유의 권선징악적 심판과 달리 악행에 대해서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박찬욱 영화의 스타일이 이 영화 에서도 잔재하고 있어서인지 그 요소 덕분에 영화는 뻔한 구성 같아도 좀처럼 예측불가 입니다. 선과악을 모호하게 대하는 이들의 태도 덕분에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모를 일이니까요.
 
이 모든것들은 '한 소녀의 섬뜩한 성장담' 이라고 정리하면 그만이지만 박찬욱은 여기서 한발 더나아가 성악설에 기반이 된 이야기까지 하려 합니다. 의외로 서양에서는 유아 살인에 대한 장면을 거의 금기시 하다 싶을정도로 이러한 설정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그것처럼 다시금 등장하게 됩니다. 이 장면을 간접적으로 그려 유머스러한 행동과 함께 보여지는 것을 통해 보는 관객마저 웃어야 할지 심각하게 봐야할지 애매모호하게 만듭니다. 결국 감독이 말하려 하는것은 과거에도 그랫듯이 어떠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나타나는 인간의 이중성 입니다. '복수 3부작'의 주인공들이 '복수'에 대해 갈등-집착하고 <박쥐>의 성직자가 '선과악'의 길에서 갈등 하듯이 <스토커> 또한 악행에 대해 어떠한 행동을 취할지를 생각하게 만들며 그 문제의 '악'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모호함 속에서의 '악'을 드러내는 방식이기에 영화의 모든 방식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여기에 영화는 주변의 세트와 공간을 잘 활용하며 극의 긴장감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인디아가 찰리의 악행을 알게되는 지하실의 조명을 활용하는 장면과 더불어 주방과 홀, 방 등 집안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사건의 결정적인 요소들이 되는 미장센을 활용하는 방식 때문에 영화의 한장면 한장면을 놓칠수 없습니다. 음울하고 폐쇄적인 스토커가(家)를 아름답게 꾸며주었던 집안의 모든 요소가 반전의 역할이 되어버리는 역설적인 장면을 생각한다면 섬뜩하리라 만큼 치밀한 방식입니다. 특히 정원의 용도(?)가 바뀌는건 예상했지만 박찬욱의 그 방식은 유머러스함과 자연스러움이 교차될 만큼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매력적인 설정은 '평범한 이야기 전환'을 '대반전' 처럼 꾸며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장면 이었습니다. 편집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예로 인디아가 찰리 삼촌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는 계기와 삼촌이 일을 저지르고 엄마 이블린이 삼촌의 방에 들어서는 세가지 장면을 하나로 묶어 서로 교차 편집하는 2-3분의 짧은 설정은 마치 이야기를 함축시켜 스릴러의 묘미를 살려주는 요소같아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 
 
영화 곳곳에 긴장감을 높여주고 장면이 끝날때마다 섬뜩함이란 흔적을 남기는 방식. 이러한 섬세하면서도 섬뜩한 연출력 때문인지 서양 언론이 박찬욱 감독을'현대의 히치콕'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세 배우들을 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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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포스터를 봐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되레 짐작할수 있습니다. 바로 세 배우의 매력을 극대화 시켜 관객이 눈을 땔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역시나 섬세한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의 몸짓,행동,의상까지 모두 하나하나 관심을 두었다는 것을 알수있습니다. 특히 이를 잘 따라주고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하고 매력있게 선보인 배우들의 연기력을 더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대게 영화가 엉망이어도 배우들의 매력만 살아남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과장되어 영화가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 하지만  헐리웃 방식과 독특해 보이는 구성과 연기를 열심히 이해하며 감독의 연출의도를 이해한 이 세배우들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세 주연 배우중 가장 큰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니콜 키드먼 이지만 비중은 이중 제일 작은게 의외라고 생각되실 겁니다. 하지만 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매력을 멋있게 뽑아냅니다. 요염한 매력을 뽐내며 성(性)욕에 눈이멀어 찰리의 악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그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지는 역할이지만 이블린은 극중에서 가장 이기적 이면서 때로는 매우 서글픈 캐릭터 입니다. 니콜 키드먼이 아니면 이 캐릭터가 살아남을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였습니다. 특히 키드먼 특유의 큰 눈이 딸을 쳐다볼때 분노,서러움 그리고 질투를 암시하는 눈빛연기를 통해 묘한 감정을 연출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매튜 구드는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왓치맨>의 천재 히어로 '오지맨다이스'로 알려진 그였기에 그 캐릭터와 <스토커>의 찰리는 묘하게 겹치면서 영화속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여린 외모에 하얀 피부 그리고 슬픔이 공존하는 눈빛, 개미하나 죽이지 못할 다정한 표정과 달리 살인을 저지를때에 달라지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스토커>를 통해 그는 또 하나의 훌륭한 '싸이코 패스' 살인마 캐릭터를 창조해냈습니다. 감독 스스로도 매튜 구드가 시나리오속에 자신이 그린 캐릭터였다고 밝혔듯이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적합한 배우중 한사람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외모와 연기는 히치콕의 명작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 캐릭터를 많이 닮은것 같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통해 스타이자 연기파 배우의 반열로 올라올 미아 바시코브스카.
이 영화는 그녀를 위한 작품이었지만, 그녀는 이 영화로 진화된 연기력을 선보여 두 배우의 기에 눌리지 않는 존재감을 선보이며 예상외의 큰 매력을 발휘했습니다. 소녀다움 가녀림과 감수성과 성숙한 여성미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과 다른 독특한 행동과 생각을 하며 자신의 색깔과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이 캐릭터와 역할은 세계 영화사에도 보기힘든 매력적인 캐릭터 입니다. 선과악을 넘어 그것을 초월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당하지 않은 이 캐릭터의 이야기가 앞으로 기대될 정도니 그만큼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준 매력은 너무나도 멋있습니다. 앞으로 이 캐릭터는 박찬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에 자주 등장하게 될 페르소나가 되지 않을가 생각됩니다. 아울러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앞날도 기대되네요.
 

*한국 영화의 헐리웃 도전 흑역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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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헐리웃 도전사는 알고보면 다양합니다. 심형래의 도전사는 유명하며 배우 박중훈이 마크 월버그,팀 로빈슨과 함께 <찰리의 진실>에서 열연하기 까지 하였고 <엽기적인 그녀>가 리메이크 되었고 최근의 김지운 감독이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라스트 스탠드>를 만들기 까지 했지만 좀처럼 큰 화제와 흥행을 만들지는 못하고 조용하게 사라졌습니다. 헐리웃에 도전한 한국 영화의 '흑역사'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이번 <스토커>는 다른것 같습니다. 전자에서도 이야기 했듯 큰 흥행은 안되겠지만 미국내 영화 시장에 박찬욱의 이름을 다시한번 크게 각인시킬 것이며 <올드보이> 이후의 또다른 큰 충격으로 헐리웃 제작자들을 다시한번 매료시킬 것이라 보여집니다. 물론 흥행과 성과에 대해서는 속단할수 없고 그게 다가 아니지만 <스토커>는 헐리웃 영화를 한국영화화 아니 박찬욱 이라는 개성강한 감독의 것으로 만들어 자신만의 세계를 지켜 냈다는 점에서 크게 남겨질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평점:★★★☆ (별 넷 만점)
 
P.S: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항상 똑같습니다. 기분나쁘거나 애매모호 하든가 그리고 매료되거나...이 영화도 다를바 없을듯 합니다. 헐리웃에 가도 변함없었던 박찬욱 영화 니까요. 
 

[관련기사] 박찬욱과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들려주는 '스토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배급사 배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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