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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리뷰] 악동이 새로 쓴 동화

13.03.06 08:13

*줄거리
<오즈의 마법사> 동화를 읽었다면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도대체 이 마법같은 세계에 타고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오즈의 마법사'는 대체 어디에 나타났을까? 이 이야기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격이며 도로시,겁쟁이 사자,말하는 허수아비,양철인간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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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그들이 오기전의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다.
하찮은 서커스 마술사 오스카(제임스 프랑코)는 자신의 큰 꿈을 펼치기 위해 애드벌룬을 타고 멀리 떠나려 한다. 그러던 어느날 비행도중 회오리 바람을 만나게 되고 이에 휩쓸려 신비한 세계 오즈에 도착하게 된다. 오즈의 사람들은 오스카를 오랫동안 기다려 온 위대한 마법사라고 믿는다. 하지만 오즈의 세 마녀 글린다,테오도라,에바노라는 그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고 오스카 또한 세 마녀 중 누가 나쁜 마녀인지를 가려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다.
 
 
*악동 '동화'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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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하: <오즈 그레이트..>)은 고전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격 작품이다. 물론 진짜 원작은 L.프랑크 바움의 동화 소설이지만 영화 또한 원작 못지 않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주제곡인 'Over the Rainbow'는 역대 유명 팝 음악들을 뒤로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설이 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프리퀄을 추진한다는 것은 해볼만한 시도면서도 매우 큰 모험과도 같았다. 그것도 <이블데드>같은 호러영화에 특유의 '똘끼'스러운 상상력을 시도하는 '샘 레이미'가 맡았다면 더욱더 굉장한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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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레이미 에게 있어 <이블데드> 시리즈는 빠질수 없는 수식어와 같은 단어다.
아무리 죽여도 끊입없이 살아나는 악마들과 유일한 대적자인 청년 애쉬(브루스 캠벨)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는 더이상의 잔인함과 불쾌함이란 악취미적 단어를 함부로 못 뱉어낼 정도로 고어 호러물의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 되었고 샘 레이미를 이 분야의 거장(?)으로 까지 만들어준 작품이다. 그런 그가 <스파이더 맨>을 온전하게 만든거 자체도 신기한데 <오즈 그레이트>같은 동화물을 만든 다는것 자체도 흥미 중의 흥미다. 하기사 <스파이더맨>시리즈를 자세히 해부해 본다면 영화 곳곳에 숨겨진 그의 호러제왕 시절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많다. 특히 <스파이더맨2>의 옥토퍼스를 촉수 괴물처럼 만든것만 보더라도 그가 잠깐 상업영화에 빠진거 아닌가 생각했던 매니아들을 안심시켜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샘 레이미는 이 추억어린 동화에 마저도 그러한 장난질을 쳤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업영화 기준에서 우려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악취미적 만행(?)이 기대가 되기도 했다.
 

*'악동본질'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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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도 이 영화에는 샘 레이미 만의 악취미가 가득한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의 장기가 전혀 죽은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현실과 타협할줄 아는 감독이란 것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또다른 재능인양 발휘한다. 그것은 피터잭슨의 장기였던 초기의 기괴한 의상과 크리처들이 <반지의 제왕>에서 웅장하게 변했던것과 같았다. 호러와 기괴작에 장기를 발휘한 감독답게 '오즈'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비롯한 3D 생명체는 당연히 그의 오랫동안 축적된 호러적 재능의 결과물 이었다. 특히나 '오즈'의 악연인 '마녀'의 분장과 등장을 생각해 본다면 <이블데드>의 '세릴'과<드래그 미투헬>의 악마가 연상되는건 자연스러울 것이다. 비록 기대했던 파격적인 방식은 없었어도 나름 그만의 공이 들어간 요소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충분히 칭찬 받을만 했다.
 

*'악동' 3D의 묘미를 가장 잘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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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샘 레이미의 천재성이 발휘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동안 찍은 작품들이 특수효과를 이용한 작품들이 대부분 인지라 그는 그 어떤 감독들 보다도 현재의 추세인 3D와 아이맥스를 잘 활용할줄 아는 감독이란 점을 이번 작품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바타> 이후 한동안 3D를 추구한다고 선언했던 영화들이 과연 관객의 입장에서 흥미를 유발시키고 체감을 느끼게 했던 작품이 있었나? 그들은 '작품'을 만들 생각만 했지 3D와 같은 입체적인 장점을 가지고도 관객을 환호하게 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개발하는 데에는 부족했던건 사실이다. <오즈 그레이트>는 특수효과 전문 감독답게 이러한 엔터테인먼트적 장점을 잘 활용했다. 특수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3D카메라의 워킹을 적절히 사용해 영화속 주인공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입체감을 대입시켜 관객을 매료시킬 만한 장면들이 있고 전자에 칭찬했던 크리처들을 화면속에 튀어오는 것처럼 타이밍 있게 편집한 부분에서는 샘 레이미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본의 아니게 동화 원작 판타지 물이 이 장면들로 인해 호러물로 잠시나마 둔갑된 것은 이때문이다. 감독은 이처럼 자신의 장기인 호러를 영화속에 숨기면서 이 것을 적절하게 3D의 입체감을 극대화 시키는데 사용했으며 이러한 의도는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봐야겠다.
 
 
*'악동' 자신만의 <시네마 천국>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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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이 영화가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은 샘 레이미 답지 않은 성숙한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어서다. 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전반부는 예고편에서 보여지듯 흑백화면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이 영화는 어떤 요소를 받았다는 뉘앙스를 느끼게 된다. 샘 레이미는 애초부터 원작인 <오즈의 마법사> 동화의 영향을 거부한 것이었다. 그는 이 영화에 자극적이고 거친 장면을 추가하는 모험을 줄이는대신 이 작품을 '영화'라는 매체를 위한 헌사적인 작품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초반부 흑백 장면은 1930년대의 <오즈의 마법사>의 고전과 팀 버튼 초기작의 영향이 적지않게 들어가 있고 심지어 음악감독이 팀버튼 영화의 음악 담당인 대니 엘프만 이다. 엘프만의 음악은 고전 영화의 음악과 동화적 분위기 사이를 오가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게다가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카메라의 구도는 어딘가 모르게 연극 무대와 초기 영화의 세트장의 분위기가 연상되며 주연인 제임스 프랑코의 과장된 연기와 미셀 윌리암스의 풍모는 고전 영화속의 주인공 같다는 인상이 다분하다.

심지어 초반 등장하는 서커스 마술 장면을 보며 초기 '특수효과 영화'의 면모를 보는것 같았다. 그 증거를 영화 장면 곳곳에 적나라 하게 노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의 원작을 잘 읽어봤던 관객들은 주인공 '오즈'와 '영화'의 연관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것이다. 샘 레이미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진정한 의미를 '영화'라고 함축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자신과 같은 영화광 들에 대한 헌사와 동시에 "꿈을 현실로"라는 작품속 주제에 '영화'의 힘을 이야기 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난이 아닌 진지한 헌사가 담겼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치를 남다르게 만드는 감독의 의도에 잠시나마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의 라스트 씬은 너무나도 영화적 이라고 해야할까? 
 

*But, '악동'답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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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선 중요한 것은 아무리 악동이 성숙한 면을 보여주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했어도 작품이 애매하게 다가왔다면 이건 어딘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영화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 연기와 특수효과 이야기 설정 그리고 전자에 칭찬한 모든 부분 장점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심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영화가 너무 뻔했다. 이것은 샘 레이미 답지 못한 시도였다. 영화를 함축해서 20자평을 한다면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은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기분이다'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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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팀 버튼의 신작 영화에 원했던건 무엇이었을까? 언제나 동화를 비틀어 온전한 주인공들을 기괴하게 만들어 자신만의 동화를 만들었던 신인시절의 과감함을 좋아했었고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점을 기대했지만 여과없이 그 기대를 무너뜨리고 그냥 그저그런 작품이 되어버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였다. 어쩌면 <오즈 그레이트>를 보려는 대부분의 성인 관객의 기대감이 이런거 아닐까 생각된다.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적잖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러한 예감은 영화의 중반부로 들어오면서도 여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착한 주제와 교훈에 너무 기대려는 나머지 몇몇 설정들이 작위적으로 보이는것 도 아쉽다. 샘 레이미 답지 않은 뻔한 이야기를 했고 그의 명성 답지 않은 그저그런 작품이 나왔다는 점에서 많이 아쉽다.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스파이 키드>시리즈를 만든 이유를 자신의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이 신나게 볼 수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라고 했듯이 때로는 악동 감독들도 '뻔'한 영화를 만들고 싶을때가 있는것 같다. 샘 레이미 다운 작품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이 작품이 별루 일수도 있겠지만 감독 본인에게는 영화에 대한 헌사의 의미와 더불어 자신의 아이들 에게도 마음껏 보여줄 작품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일 것이다. 때로는 영화를 평하기 전에 감독의 본심을 읽으며 영화를 즐겨보도록 하자.
 
 
평점: ★★☆
(별 넷 만점)
 
 
P.S1: 샘 레이미는 현재 <소스코드>의 던칸 존슨 연출의 온라인 게임 원작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영화판 제작자로 참여중이다. 천재 감독에 호러 전문 제작자의 만남이란 점에서 대단한 완성품 하나 나오지 않을까 가장 기대된다. 원조 '크리처 악동' 피터잭슨이 한건 했으니 이 작품은 샘 레이미만의 <반지의 제왕>이 되지 않을가 내심 기대된다.
 
P.S2: 그리고 <이블데드>팬들을 위한 희소식! <이블데드4>의 제작이 진행중이며 여름까지 각본완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한다. 그 기다림을 이번 여름에 샘 레이미 본인이 직접 제작했고 호러 영화계의 기대주 페드 알버레즈가 연출한 <이블데드>의 리메이크 버전을 먼저 보며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적절한 상업화와 특유의 '똘끼'를 잘 사용하며 타협하는 샘 레이미는 재주좋은 영화인 인것 같다. 
 


(사진=배급사 보도자료,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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