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만나다
13.03.08 09:28
<장고:분노의 추적자> 국내개봉과 관련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홍보차 방문했다. 이번 그의 내한은 최초이기에 의미가 깊다. 그의 첫 일정인 언론 기자간담회가 3월 7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리크칼튼 호텔에서 열렸었다. 수많은 언론-미디어사들이 참여한 기자간담회 답게 수많은 질문들이 오고갔는데 ‘무비라이징’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디카프리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기자회견 내용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안녕하세요(한국말)
Q.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방문한 소감과 인상이 어떤지 궁금하다.
A.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젯밤(6일)에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호텔 밖에 나가보지 못했다. 행사 후에 관광을 좀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내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상당히 흥분된다. 미국에서도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좋아해주면 좋겠다. 이런 기회를 주시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Q.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의 역할이 지금까지 해온 역할 중에 가장 강렬한 악역인데 본인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또 강렬한 역할에 끌리는지 궁금하다.
A.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대단한 감독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언제나 자신의 주관을 밀어붙이는 열정이 있는 감독이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했던 (19세기 말) 미국 남부를 보여준다. 내가 맡은 ‘캔디’라는 캐릭터는 당시의 미국 남부가 얼마나 윤리적으로 부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악한 농장주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노예제도는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미국의 건국이념과 정반대되는 이념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재해석했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시대를 재해석했다. 이 영화는 역사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장르를 섞었다. 스파게티 웨스턴과 동화 같은 요소를 접목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어려운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는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감독이 아니라면 만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영화에 함께하게 되어 자랑스러웠고 특히 그 당시의 잘못된 시대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역을 소화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다른 배우들이 힘을 주어서 고마웠고 즐거웠다.
Q. 처음으로 본격적인 악역을 하면서 절정의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느낌을 듣고 싶다. 또한 십대부터 최고의 배우로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는데 20년 가까이 연기생활을 해오면서 가지고 있는 철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내가 평상시에 존경하는 배우들에게 함부로 대해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때문에 나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였다. 사무엘 L 잭슨과 제이미 폭스의 지지가 없었다면 연기를 하는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나에게 극한까지 몰고 가서 끝장을 보지 않으면 당시의 참상에 대해서 우리가 진실을 알릴 수 없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가 끝까지 가지 않으면 당시에 흑인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지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말이다. 처음에 촬영장에 나왔을 때는 망설였지만 이 두 배우가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도와주었다. 이러한 응원을 받으면서 어려운 주제를 다룰 수 있었고 덕분에 내가 예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악역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끝장으로 캐릭터를 밀어붙이면서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실이 아닌 점은 하나도 없다. 실제 상황은 더욱 참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얻은 제일 좋은 기회는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출연한 ‘디스 보이즈 라이프’라는 영화였다. 당시 16살이었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속성으로 영화사(史)를 공부하기 위해서 거의 1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앞으로 되고 싶은 배우의 모습을 그렸다. 또한 그 이후로 업계에서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고통은 한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하다.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걸작을 만들 수 있다’. 내 생각에 영화는 현대의 예술 중에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나는 영화를 찍을 때 세상만사를 잊고 영화와 캐릭터에 집중한다. 앞으로도 가능한 한 최고의 사람들 최고의 감독님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
Q. 마틴 스콜세지와 인연이 깊은데 이제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인연이 이어질 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현재 타이에서 환경 운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두고 봐야 할 거 같다. 두 감독을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마틴 스콜세지는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면서 공부했다고 한다. 영화사를 꿰고 있고 누구보다 영화를 잘 아는 감독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 가게에서 일을 하며 B급 영화를 섭렵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을 한데 모으면 영화사(史)를 쓸 수 있을 정도이다.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일하면서 배울 점이 대단히 많은 분들이다. 두 분 다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는 감독들이다. 두 사람은 미국이 자랑하는 감독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은퇴할 계획은 전혀 없다. 얼마 전 독일에서 인터뷰를 할 때, 2년 동안 연달아 영화 3편에 연달아 출연해서 당분간 쉴 계획이라 말했는데 그것이 와전되었다. 실제로 지금도 쉬는 중이다. 올해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얼마 전 태국 수상님과 만나서 상아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것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많은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수상께서 긍정적으로 답변을 해주었고 태국 측에서 곧 공식발표를 할 것이라 희망한다. 이러한 일을 보면 공동의 대의를 위해서 인터넷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전 세계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주로 환경운동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를 할 것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 관련 활동을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구는 많은 파괴를 겪었다. 생물다양성이나 멸종위기종이나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다.
Q. 평소에 한국 영화에 관심이 있었는지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감독이나 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박찬욱 감독을 좋아한다. ‘올드보이’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혁명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권했던 영화인데, 권하면서 박찬욱이 ‘굉장한 천재’라고 말했다. 그래서 바로 박찬욱 감독이 생각난다.
Q. 영화 속 자신이 출연한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과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무엇인지.
A. 나는 ‘장고’와 ‘닥터 킹’의 관계가 마음에 든다. 현상금 사냥꾼과 노예 사이에 어떻게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지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사무엘 L 잭슨과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왈츠와 내가 다 함께 등장하는 식당 장면을 좋아한다. 한국 관객도 그 장면을 꼭 보길 원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것이다. 서로 속고 속이는 장면인데 인물간의 역학관계가 가장 잘 드러난 멋진 장면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장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있어서 굉장한 재능이 있다. 그 긴장감이 식당 장면에서 그대로 연출됐다. 대사도 상당히 좋았고, 많은 한국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았으면 좋겠다.
Q.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영화에 출연했다. 연기력을 평가한다면..
A. 호주 억양이 대단히 어려운데 무척 잘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연기를 보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Q. (MR질문)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현재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하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맨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성공할 것이라 직감했는지.
A. 흥행을 하게 된 이유는 쿠엔틴 타란티노 덕분이다. 물론 출연진도 한몫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박스오피스 성적이 좋은 서부영화라고 생각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독특한 재능을 가진 영화감독은 천천히 팬 층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이런 감독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팬 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전 세계적인 관객들과 어떻게 호흡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 점이 영화 흥행의 이유인 것 같다.
Q.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A. 당장 생각나는 캐릭터는 없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면 많은 캐릭터를 제안 받는다. 하지만 미리 짜여진 경우가 많아서 조금은 반복적이라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제작사를 만들며 조금은 독특한 주제를 찾고 싶었다. 스튜디오 밖에서 제작을 할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색다른 주제를 찾고 싶었다. 8년을 걸쳐 제작을 하고 각본을 쓰고 감독을 찾았던 두 영화가 있다. 둘 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처음은 ‘하워즈 휴즈’를 다룬 이야기인 ‘에비에이터’와 또 다른 영화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이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6~7년 정도 개발을 했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아주어서 매우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다.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서 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복권에 당첨된 거 같은 기분이다. 이런 행운은 ‘타이타닉’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Q. 다음 개봉 영화가 <위대한 개츠비>이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캐릭터와 정반대라 어려움 없었는지. 시나리오 선택의 기준이 있는지.
A. 최근 출연한 세 편의 영화를 보니 공통된 주제가 있다. 모두 부(富)를 찾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돈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본인을 미국의 귀족으로 탈바꿈시키는 인물이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루이 14세 같은 인물이다. 다른 사람들을 부당하게 대우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역시 돈을 다루는 인물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인물이라는 지위에 올라가기 위해서 어떠한 일을 겪어야 하는 지 그린다. 세 편이 모두 1970년대, 1920년대, 1800년대라는 각기 다른 시기를 다루고 있다. 세 편을 다 찍고 나서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영화와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어서이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내 잠재의식의 무언가가 작용하는 것 같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닥친 상황을 부와 관련된 영화에 계속 출연하는 것도 내 잠재의식이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Q. 4시간 후면 한국 팬들을 만나는데 기분이 어떠한지. 여유가 생기면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나 음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 L.A의 한국 동네에서 자랐기에 한국 친구들이 많다. 한국이 언제나 궁금했다. 오늘 팬 여러분을 만나게 되는데 기대가 크다. 그리고 어제 공항에서 환대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한국을 방문해서 처음으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다음에 왔을 때는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은 말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진지하게 좋은 질문을 해준 기자 분들에게도 감사 드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감사합니다(한국어)
당일 새벽에 입국한 터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그는 모든 질문에도 친절하고 길게 답변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외모를 봐도 알듯이 이제는 더이상 우리 기억속에 남아있는 '청춘스타'라는 면모를 벗어나 나이답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났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점에서 그를 사랑한 한국팬들로서는 아쉬움이 들겠지만 이제 그에게 있어 새로운 연기 2,3막이 준비되어지고 있고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특히, 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은 개성있는 예술인들을 지지해주고 영화,환경,사회에 관한 자신의 철학관을 표하는 모습에서는 '배우'를 넘어서 사회혁신가의 면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는 세계적인 이슈,스캔들 메이커 였지만 이제 그것은 그에게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되었다. 이제는 '대배우'로서의 길과 혁신적인 예술가들의 지원자에서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운동가'로 새롭게 자기자신을 바꿔나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왜 그가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는 중년이지만 모든면에서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영원한 우리들의 '청춘스타'였다. 아무쪼록 남은 한국방문에 좋은 추억을 쌓고 앞으로도 자주 한국을 방문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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