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바디스 리뷰] 가슴이 따뜻(?)해지는 좀비영화
13.03.10 01:18
개봉일: 3월 14일/ 상영시간: 96분/ 감독: 조나단 레빈 / 출연: 니콜라스 홀트,테레사 팔머,존 말코비치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 폐허가 된 공항에서 다른 좀비들과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던 'R'은 우연히 아름다운 소녀 '줄리'를 만난다. 이때부터 차갑게 식어있던 'R'의 심장이 다시 뛰고, 그의 삶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는데...'줄리'를 헤치려는 좀비들 사이에서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R'. 그리고 좀비를 죽이려는 인간들로부터 'R'을 지켜주려는 '줄리'.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둘의 사랑은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영화속 '좀비', 이상하게 情이갈까?
어느날 우리의 몸이 찌뿌듯하고 의욕이 없어보일때 흔히들 '좀비'같다는 표현을 농담삼아 쓰고는 한다. 의욕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꿈이나 희망, 야심도 없이 무의미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은 내주위의 인물이거나 아니면 본인의 본 모습일수도 있다. 영화의 초반부 '웜 바디스'의 주인공 좀비 'R'의 등장과 더불어 그가 말하는 나래이션을 듣노라면 이상하게 좀비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에 정이가게 되는건 아마도 그때문이다. 'R'을 비롯한 영화속의 등장하는 좀비들은 우리 일상의 본 모습을 표현하는 의미로 정겹게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한때 우리들의 친구였으며 성실한 일꾼,이웃집 아저씨 그리고 귀여운 꼬마들 이었다는 것을 R의 나래이션을 통해 소개되어지고 있다. 'R'의 모습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 스스로도 말하듯 그의 모습은 전세계적인 사회문제 이기도한 '청년 백수'면서 의욕없고 꿈이 없는 젊은세대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웜 바디스>는 시작부터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표현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영화다. 그동안 생존자들의 입장에서 이 괴물같은 좀비들과의 전쟁을 '재앙'으로 해석한 영화들과 달리 '좀비'를 현실의 문제점과 빗대어 상징성을 부여해 진지하게 다루는 방식과 다르게 <웜 바디스>는 좀비의 시선에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좀비지만 속 마음으로는 생각을 하고 과거 사람이었을 때를 추억하려고 하지만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육식으로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영략없는 우리의 무의미한 일상과 다를바가 없어보이는건 그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니 영화는 절대로 일반 좀비물과 같은 전투와 잔인함을 강조해 공포를 자극하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바로 이들에 대한 드라마 라는 점을 알수 있게되고 그것은 의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발전한다.
*좀비물의 혁신? 로맨스가 생겼다.
생각해 본다면 그동안 '좀비영화'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좀비영화의 거장 조지.A로메로의<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부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까지 인간VS좀비의 대결로 귀결되어져 장르의 한 방식으로 인식 된것이 '좀비 영화'라 생각되어지고 있다. 그만큼 좀비영화를 좋아하는 영화인들과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좀비는 적이며 바이러스로 퍼져도 해독이 없을 정도로 대책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런데 <웜 바디스>는 이러한 장르의 방식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바로 인간과 좀비가 사랑을 할수 있다는 매우 위험천만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 위험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려 하지는 않는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답게 이 둘이 서로 정을 쌓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계산된 세계관과 법칙을 설정해 관객들이 수긍할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화속의 좀비들은 타 영화의 좀비들과 다르게 약간의 간단한 언어를 할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뇌를 먹으면 상대방의 기억을 흡수한다는 규칙이 그것이다. 즉, 아직은 인간 본연의 감정과 이성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기에 'R'과 줄리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열며 소통하는 과정을 만들게 된다. 반대로 좀비 본인이 의욕을 잃고 이성보다는 본능에 끌리게 된다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져 '보니'라는 뼈밖에 남지 않은 괴물 좀비로 변형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만든 법칙은 철저하며 영화의 흥미를 높여준다.
어쨌든 R과 줄리의 만남은 원주민과 타 문명인의 만남을 보는것 같은 신비로운 존재에게 끌리는듯한 설정은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 <렛미인>과 반대설정인 <트와일라잇>의 그것과 비슷하다고봐야겠다. 즉, 서로에게 관심은 갖고있지만 언제든지 서로를 해할수 있는 대상이기에 로맨스를 즐기면서 긴장을 하고 봐야한다. 한쪽의 신비함에 끌려 그 존재에 대해 알아가는 여타의 영화와 달리 좀비는 인간 여자에게, 인간 여자는 좀비의 신비함에 끌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타문화와 문명을 꺼리낌없이 받아들여 공통점을 찾아가려는 지금의 현대 젊은 세대의 긍정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고 본다면 이 영화는 문명과 자연의 법칙에 대한 관점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 타지인의 접촉이 기존의 원주민 문화를 바꿔 놓듯이 이둘의 접촉은 육식본능을 유지해야할 좀비사회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키고 급기야 이들의 이런 이질적인 움직임은 집단에서도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어찌보면 R과 줄리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이 세계에서 혁명과 혁신과도 같고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매테우스'와 같은 존재이다. 전자의 좀비에 관한 새로운 법칙과 지금의 트랜드를 반영한 점을 생각한다면 <웜 바디스>는 좀비 장르에 혁신을 가져다준 작품이라고 봐야겠다.
*가슴 따뜻한(?) 좀비 영화
물론 좀비영화 이기에 일부장면에서 약간의 호러와 잔인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잔인함의 정도는 심하진 않다. 그만큼 영화는 이상하리만큼 꺼리낌과 거부감 없이 편히 볼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여성들을 위한 좀비영화(?)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나친 잔인함을 배제하고 보고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고 봐도 좋다. 감독인 조나단 레빈은 전작 <50/50> 에서처럼 절망적인
순간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돌아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수성 강한 드라마와 유머를 이끌어 냇듯이 이 영화에도 그러한 방식을 적용했다.
있다. 이처럼 영화는 여성들을 위한 좀비영화(?)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나친 잔인함을 배제하고 보고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고 봐도 좋다. 감독인 조나단 레빈은 전작 <50/50> 에서처럼 절망적인
순간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돌아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수성 강한 드라마와 유머를 이끌어 냇듯이 이 영화에도 그러한 방식을 적용했다.
좀비들은 그 자체로 육식본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만큼 또 순수한 존재들로 그려진다. 특히, 이들이 약간의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는 장면은 고전 원시영화를 보는듯한 재미를 준다. 잔인하지만 순수함을 가진 이들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평범해 보이는 소박한 매개체로 인해 하나둘씩 변화를 보이며 예전의 인간의 본능을 찾게되는 과정은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특히 주인공인 좀비 'R'의 캐릭터 자체가 이러한 희망의 상징을 뜻하고 있다. 그는 여타의 좀비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낭만'이라는 감성을 잘 아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존재다. 특히, 영화속에서 울리는 고전 록음악과 모던 록, 애시드 팝이 'R'이 소유하고 있는 레코드판을 통해 전해지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점이 그렇다. 그러고 보면 감독이 전작에서도 음악을 적절히 사용해 감정과 분위기의 조성을 이끌어 낸것처럼 영화는 뮤직비디오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음악들이 자주 등장하고 이것은 잘 설정된 하나의 미장센과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이 영화가 잘 살려낸 최고의 '미장센'은 바로 '손'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이 아닌 대상이 손을 잡고 접촉하는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 많이 보여주었지만 이 영화처럼 여러 의미부여를 통해 손을 잡는 장면의 상징을 잘 살려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후반부 인간과 좀비들이 보여주게 되는 드라마와 결말이 인상적이다. 그 모습은 마치 역대 좀비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설정이면서도 소외당한 다수가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기존 영화의 흔한 장면을 통해 아름답게 그리며 소박함과 일상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5분 남짓한 후반부는 명장면 이고 감동적이며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슴이 뛸 정도다.
<웜 바디스>는 매니아적 성향이 강한 좀비영화 계열의 작품이지만 이 매니아적 장르를 대중 친화적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컬트 로맨스'물이다. 기존의 <트와일라잇>이 지나치게 소녀 감성에만 치우친 것과 다르게 '공감'과 '일상의 소박함'이란 주제로 모두가 좋아할수 있는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R'처럼 의욕없는 사람들에게 '줄리'와 같은 희망과 사랑이 함께 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점에서 좋은 영화다. 그런점에서 더이상 좀비영화를 골방이나 어두침침한 방에서 혼자 보는 장르가 아닌 연인,가족,친구와 함께 재밋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세상과의 공존,소통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진것 같다. 그만큼 영화는 모든것이 적절하게 잘 배치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의욕없고 일상의 변화가 없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더할나위 없는 활력소를 줄 작품이라 생각된다.
평점: ★★★☆
(별 넷 만점, 잘만든 상업영화!)
P.S: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이름 'R'과 '줄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면 "아!"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아주 유명한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두었고 영화로도 만들어 졌으며 절대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을한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그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