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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리뷰] '웃는남자' 너무나도 슬픈'조커'의 과거

13.03.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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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남자,2012> 
 
개봉일: 3월 28일 / 상영시간: 94분 / 감독: 쟝 피에르 아메리스 / 출연배우: 제라르 디빠르디유,마크-앙드레 그롱당,크리스타 테렛,엠마누엘 자이그너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가난하고 별다른 돈벌이 수단도 없는 무명 코미디언에 임신한 아내까지 달려있는 처량한 가장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악의 유혹이 찾아와 돈을 줄테니 한 화학공장의 절도를 도와달라는 유혹을 받게된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사망소식을 듣게되고 관자리 하나 마련을 위해 결국 절도를 돕게된다. 그러나 절도는 경찰과 배트맨의 등장으로 실패되고 평범한 시민이었던 이 남자는 특수화학물질이 들어있는 폐수에 빠져 악당 '조커'가 되어 버린다. 이 내용은 <왓치맨>이라는 걸작 그래픽 노블의 작가 앨런 무어의 작품 <배트맨 킬링 조크>의 내용으로 배트맨의 숙명의 적 '조커'의 과거를 직접 언급한 이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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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킬링조크>의 한 부분,출처: http://alainscomicstop.wordpress.com>
 
 
언제나 극악스러운 웃는얼굴로 세상을 비웃고 위험에 빠뜨리며 모든사람들이 자신처럼 미쳐버리기를 소망하는 사이코패스 악당 조커의 모습에는 남들이 모르는 과거의 서글픔이 담겨있는 모습이었고 이것은 앨런 무어는 간접적으로 언급하게 되었다. 과연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생겼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 원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배트맨의 원작자 '밥 케인'에게 거슬러 가게 되는데 그는 이 '조커'의 모델을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또다른 걸작 <웃는남자>에서 빌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19세기의 문호가 위고는 "사실 <웃는남자> 만큼 더 뛰어나고 재미있는 소설을 쓴 적이 없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그 스스로도 인정한 걸작이었다고 한다. 21세기에 그래픽 노블과 영화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남자 '조커' 그의 조상이자 과거이기도한 <웃는남자>가 지금 우리앞에 영화로 재탄생 되었다.
 

*줄거리
17세기 유럽의 어딘가, 눈보라를 헤치고 우르수스(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살고 있는 집을 두 고아가 찾아온다. 유랑극단 공연자인 우르수스는 기이하게 찢어진 그윈플렌(마크-앙드레 그롱당)의 입을 보고 깜짝 놀라지만, 두 아이를 불쌍히 여겨 그윈플렌과 눈이 먼 데아(크리스타 테레)를 자신의 아이들로 받아들인다. 훗날 그윈플렌은 자신의 찢어진 입을 무기로 최고의 광대로 성장하게 된다. 타고난 연기력과 기괴하게 찢어진 입으로 유럽 전역에서 유명해진 그윈플렌의 공연은 대성황을 이루지만 그 소식을 듣고 어린 시절 자신의 입을 찢어놓은 누군가가 공연장을 찾아오기 시작하고 세상은 그윈플렌의 인생을 바꿀 거대한 준비를 시작하는데….
 

*원작을 조금이라도 알고봐야 이해
우선 <웃는남자>는 국내에서도 출간되고 있는 도서인데 (상)(하)로 되어 있을 정도로 분량이 많다. 영화의 런닝타임 94분이 이 내용을 축소 시킨걸로 보면 되는데 그래서 영화를 보면 여러 구성과 묘사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원작을 읽거나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는것이 이 영화를 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간략하게 이해해야 할 부분을 이야기 하자면 이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가 아니라 17세기 영국 을 배경으로 그렸다. 비록 프랑스어 대사가 나와도 영국이란 점을 잊으면 안되며 영화에서 언급되는 직위와 여왕폐하 언급장면 그리고 의회의 모습은 전형적인 16세기 영국의 모습이란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또한, 원작은 너무 상세하게 당시의 귀족과 서민생활을 생생하게 설명한 것과 달리 영화는 시간상 이를 간략할수 밖에 없다. 이부분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할 부분은 아니지만 상세하게 알고싶은 관객이라면 원작을 참고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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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윈플렌이 왜 입을 찢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영화에서는 여기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지 않는다. 18세기 영국에서는 귀족들이 자신의 수발을 드는 몸종으로 외모가 기이하고 못생긴 사람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는데 이를위해 인신매매단은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신체일부를 훼손하거나 성형수술을해 귀족들에게 몰래 팔거나 광대로 키운 슬픈역사가 담겨져있다. 따라서 전자에 언급한 '조커'와 연결해서 본다면 세상이 만든 비참한 굴레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웃음을 띄고 있는 운명이 묘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레미제라블>을 본 사람들도 알겠지만 빅토르 위고 특유의 사회에 대한 풍자와 신분문제에 대한 도전 서민들의 처절한 가난함을 담은 그의 정서가 이 작품에도 배여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 당시 19세기 프랑스의 비참하게 살수밖에 없었던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웃는남자>는 잔인한 운명을 지닐수 밖에 없는 남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잔인한 현실속에 처절하게 살아가는 그 당시 영국 서민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그윈플렌이 후반부 의회와 여왕앞에서 외치는 일장의 연설은 그들의 분노를 대변한 장면이자 머지않은 혁명을 상징하는 대목이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웃는남자>는 애절한 사랑이 담긴 '러브 스토리'이며 이루어질수 없고 운명이 갈라놓게 되는 비극적인 사랑의 최후를 그리는 이야기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더욱 흥미롭게 볼수있는 작품이다.

*감성적 이지만 느린전개가 흠
상세한 정보를 뒤로하고 영화를 보게된다면 우선은 세트장에서의 촬영이 많은 영화였다는 점을 알게된다. 그래서 간혹 영화를 보면 연극을 보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 많다. 그윈플렌이 보여주는 광대적 연기와 여주인공 데아의 애절한 연기 그리고 우르수스의 기승전결이 있는 각본에 즉석음향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는 연극무대가 그 당시의 '순수영화'였다는 것을 보여주며 여기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흥미로운 전개과정에 비해 영화는 전체적으로 원작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 구성방식이 너무 익숙해보여 어렸을적 우리가 읽던 옛 고전작품의 영향이 깊게 배어있다는 것을 알수있다. 특히 그윈플렌이 자신의 진짜가족에 대해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이후의 이야기는 <왕자와 거지>를 보는 대목같아 동화의 한 부분을 보는것 같았다.
 
무엇보다 영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얼굴'이 소재인 영화답게 사람의 다양한 얼굴을 표현한 부분이다. 서민들의 모습은 크게 과장하지 않은대신 그들의 대리인 격으로 유랑극단의 광대,수염이난 여자,난장이등이 등장해 그당시의 애환을 보여준다. 유랑극단의 스타 그윈플렌은 단연 이들의 스타이자 상징인 셈이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려는 가장 과장된 얼굴은 바로 귀족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그윈플렌을 보고 비웃고 조롱하는 모습에서는 돼지같은 짐승의 모습과 광대의 과장된 표정이 연상된다. 그를통해 결국 '웃는남자'는 오히려 가장 정상인에 가까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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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같은 연극적인 실험,고전에 대한 재구성 그리고 의도된 표정연기 방식은 '팀 버튼' 영화의 기괴동화를 보는것 같은 흥미를 주고 있지만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느린전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점은 이해하지만 배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대 관객들에게는 이 부분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나 생각된다. 문어체적 문구도 일부 관객들이 흥미를 갖고 보겠지만 조금 딱딱하게 보이지 않을가 생각된다.

<웃는남자>는 개봉전 부터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의 과거로도 많이 비견되는 작품으로 광고 되어지고 했었다. 코믹스와 영화에 나오는 '조커'와 얼마나 비슷한지는 관객들의 판단에 달려있지만 절대 악이기에 앞서 한 인간 이었고 세상의 냉소와 비정한 현실을 상징하는 이면적인 캐릭터였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웃는남자>는 오랜만에 보는 기괴하면서도 슬픈 '팀 버튼 스러운' 감성이 담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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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흥미롭지만 조금 지루하다)
 

*P.S: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영화속에서 신분문제에 관한 발언과 상황에 따라 대처하라고 충고하는 모습이 최근 세금 문제로 벨기에로 귀화한 그의 행보와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배급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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