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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리뷰]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입니까?

13.03.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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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2013>
감독: 강우석 / 출연배우: 황정민,유준상,이요원,윤제문,정웅인,성지루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153분 /장르: 액션 드라마

학창시절, 화려한 무용담들을 남기며 학교를 평정했던 파이터들 중 진짜 최강자는 누구였을까? 한때 '전설'이라 불렸던 그들이 맞붙어 승부를 가리는 TV파이트 쇼 '전설의 주먹'.세월 속에 흩어진 전국 각지의 파이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쇼는 이변을 속출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화제 속에 등장한 전설의 파이터 세 사람에 전국민의 시선이 집중된다.
 
 
복싱 챔피언의 꿈이 눈 앞에서 좌절된,
지금은 혼자서 딸을 키우는 국수집 사장 임덕규(황정민)
카리스마 하나로 일대를 평정했던,
지금은 출세를 위해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대기업 부장 이상훈(유준상)
남서울고 독종 미친개로 불렸던,
지금도 일등을 꿈꾸지만 여전히 삼류 건달인 신재석(윤제문)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그 시절,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각자의 삶을 살던 세 친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밝혀지면서 전국은 '전설의 주먹' 열풍에 휩싸인다. 마침내 역대 최고의 파이터들이 8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상금 2억 원을 놓고 벌이는 최후의 파이트 쇼 '전설대전'의 막이 오르고…이제 자기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를 위해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건 세 친구의 가슴 뜨거운 대결이 다시 시작된다.
 
 
*강우석 감독의 의미있는 작품
<전설의 주먹>은 강우석 감독의 19번째 작품이다. 이로써 그는 임권택 감독에 이어 현역 한국영화 감독으로써는 두번째로 가장 많은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된 셈이다. 1989년 <달콤한 신부들>로 데뷔한 이레 한국영화의 증흥기를 이끈 감독으로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전설'이라는 호칭은 과언이 아닐것이다. 어쩌면 이번 작품인 <전설의 주먹>은 그 명성을 확인시켜야 하는 작품인 셈이다. 그래서 였을까? 최근작품인 <이끼>에 이어서 이번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완성도가 검증된 작품을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려하는 감독의 노력이 유난히 돋보였던 작품이란 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무모하지만 강인하게 나아가려는 영화속의 주인공의 모습은 '전설'을 증명하기 위한 강우석 본인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폭력을 다르게 보기 사작한 강우석 영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강우석 감독 본인이 밝힌바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라고 했다. 영화 초반 감독이 보여주는 특유의 유머와 풍자는 여전하지만 막상 보여주게 되는 주 메인인 액션은 신인감독 못지 않은 생동감과 전혀 다른 색다른 매력이 함께 더 해졌다.<공공의 적>시리즈를 생각한다면 강철중이 보여주는 액션은 통쾌 그 자체다. 권력,범죄 사회의 이면에 대한 무대포 같은 묵직한 주먹이 강우석표 영화가 보여주는 오락적인 요소인 셈이었다. 하지만 <전설의 주먹>에서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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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대부분을 격투로 채우고 있지만 이를 나중에 확연하게 구분해 주는데 링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철저히 스포츠 답게 역동적으로 그려지지만 세상밖에서 보여지는 액션의 무게감은 확연히 다르다. 링이 공인된 자리인 반면 세상의 폭력은 이와달리 무의미한 폭력이 만연하게 자행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현실의 폭력은 바로 학원폭력,권력의 힘,그리고 비리와 같은 세상의 부조리와 현실이 만들어낸 유형과 무형의 폭력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이 장소 마다 구분되어지고 처절함과 울분이 보여지는 장면의 연출은 오랫동안 수많은 액션영화를 지도한 정두홍 무술감독의 활약이 뒷받침 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의 이면이 영상화 되는 장면들은 정두홍 본인이 직접 지도했던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의 그것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즉, 액션 그자체가 드라마 이며 이들의 처절한 대결 하나하나에 삶에 대한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흥미로운 액션에 깊이가 더해지면서 흥미진지한 영화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학창시절, 어느 학교나 '싸움짱'이 존재했고 그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짱'이되어 타 학교와 싸워 우열을 가리고는 하였다. 이러한 힘센 영웅들에 동경하는 어린 남자아이들의 본성을 대변해 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소설가 이문열은 이들을 통틀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이면을 보여주는 부분은 과거에 대한 회상신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 모두를 비중있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어찌본다면 <친구>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이야기 하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친구>의 감수성어린 회상과 남성미 넘치는 역동성과 달리 <전설의 주먹>의 회상은 사실확인과 추악한 기억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하고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더 가깝다. '전설'을 포장한 '무용담'이 사라지면 그들은 우리를 괴롭혔던 불량배들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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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실의 초첨은 '공감' 이다. 가상의 케이블 프로그램인 <전설의 주먹>을 통해 과거의 학교 싸움짱들을 불러모아 '맞짱'을 하게 한다는 설정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통한 우리들의 현실을 이야기 하려 하고있다. 철없고 패기넘치던 10대 때와 달리 40대 가장이 된 이들의 현실은 전혀 상반된 모습들이다. 이 게임의 승자와 패자가 이종격투기 선수를 통해 검증을 받고 서로 대결을 하는 형식은 영락없는 경쟁사회에 내몰려야 하고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우리가장들의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국수집 사장,삼류 건달,대기업 간부등 각 직업을 대표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승자도 패자도 아닌 힘겨워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를 통해 보여지는 '전설'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의 현실을 투영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를 빛추는 동시에 그 이면에 대한 비교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는 그 동안 액션,폭력을 재미있게 그렸던 강우석표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를 지켜야 할 경찰과 사회 지도층의 부패하고 추악한 몇몇 장면들을 통해 강우석 감독은 이를 통해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망가뜨리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다. <전설의 주먹>의 진정한 '전설'은 바로 과거에 대한 싸움짱이 아닌 과거의 자기 반성과 정의를 지킬줄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역시 배우들
무엇보다도 황정민,유준상,윤제문과 같은 배우들의 힘이 컸다. 무엇보다 메인 주인공 이기도 한 황정민이 보여주고 있는 연기 방식이 흥미를 더해준다. 순진무구한 모습과 분노,패기 넘치는 극과극의 전혀다른 두 얼굴을 보여주는 모습에 특유의 내면연기는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현재도 개봉중인 <신세계>의 엘레베이터 칼부림에 이어 이번에 보여주는 격투신을 통해 액션배우 로서의 새로운 면모도 더욱 강화되었다. 유준상,윤제문도 제 역할에 충실했지만 더욱 빛나는 면모를 보여준 배우들은 이들의 과거를 연기한 아역배우들과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 정웅인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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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들은 이 '전설'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 해주는 존재들인 만큼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로 가장 역동적이며 관객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연기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강우석의 노력이 돋보였고 아역들의 열연덕에 주인공들을 이해할수 있게 된다. 정웅인은 극 중 또래인 황정민,유준상,윤제문 보다 더 늙어버린 외모를 보여주면서 내면으로는 철이없는 '추악한 어른 아이' 역할을 선보여 기억에 남는 역할을 했다. 특히 그 역할을 위해 남다른 헤어스타일 관리(?) 까지 했다는 희생정신이 담긴 가상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디어
미디어 방송국의 현실은 강우석의 새로운 풍자의 대상이다. 영화속의 <전설의 주먹>을 방영하는 방송국은 우리에게 케이블 채널로 알려진 실제 미디어 채널이 나온다. 협찬의 의미도 있지만 어찌보면 미디어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곳은 기업의 광고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재미난 곳이면서도 잠시나마 조용히 지내던 '전설'들을 다시 일깨워준 삶의 활력소와 같은 곳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레디에이터>와 같은 콜로세움 격투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창이자 상업성의 장소로 변하는 사연과 명암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보통평범한 사람들의 영웅' '샐러리맨들의 영웅' '14vs1의 맞짱 신화'와 같은 캐릭터로 출연자들을 묘사하는 부분은 미디어의 과장성을 보여주는 유머러스한 풍자적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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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욕심이 과해서 였을까? 아니면 너무 야심이 강한 작품이었을까? <전설의 주먹>은 모든 요소를 적절히 잘 갖춘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드라마와 유머 화려한 액션이 잘 버무려진 비빔밥과 같다. 문제는 이 맛있는 비빔밥도 과다 복용하면 채한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장점들도 긴 러닝타임이 이어진다면 늘어지는 스토리에 지루해 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지루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굳이 넣었어야 했나?' 라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불필요한 몇몇 묘사들 때문에 이야기가 늘어져 버려 큰 감동을 놓쳤다면 너무 아쉽다. 게다가 한 캐릭터의 비중이 너무 높아 나머지 주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줄어들게 되는 부분들은 두고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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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노련미가 더욱 돋보인 영화면서 동시에 신인의 패기가 함께한것 같은 역동적인 영화였다. 대게 40대의 중년층을 주연으로 삼는 영화들이 건전한 방식으로 긍정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것과 다르게 영화는 과감한 '싸움'과 '폭력'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추억과 나쁜기억을 동시에 생각나게 해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매우 남달랐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희망만 바라는 것은 뜬구름 잡는 현실이고 과감하게 주먹을 날리며 직접 도전할 것을 영화가 우리에게 권고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때의 '전설'이 지금도 '전설'이 되려 하듯이 우리에게 '전설'이란 지금 당장이라고 영화가 말하고 있는듯 하다. 
 

평점: ★★★
(흥미있지만 긴 러닝타임이 흠)
 
P.S: 극중 PD로 나온 이요원이 라스트신에 프로그램의 앞으로의 향방을 알리는 발언을 한다. 그 발언 그 대로 다시 영화로 나온다면 재미있을것 같다.  
 
 (사진=배급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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