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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침묵] 대선배 최민식의 후배사랑 "류준열, 박신혜, 이수경 너무 멋있다"

17.11.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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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그동안 작품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달리 여유롭고 웃음기가 많은 정겨운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해 주었다. 이번 영화의 중심적인 역할이었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모든 공을 후배들에게 돌리며, 이번 영화 촬영 작업을 통해 남다르게 느낀 소회에 대해 밝혔다. 덕분에 대배우만이 지니고 있는 품격과 겸손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웃음) '객석에서 핸드폰 불빛이 몇 개 나올까?' 생각하면서 긴장하고 봤다. 요즘은 영화 지루하면 다들 핸드폰 키잖아. (웃음) 우리야 작업하면서 상의하고 보니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감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야기적으로 논리적인가를 우선적으로 살펴봤다. 아무래도 언론 시사는 일반적인 관객들보다는 같은 업계의 종사자, 기자, 비평가분들이 보시기 때문에 그 공기가 남달랐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영화 끝나서 나서 곳곳에 박수 소리가 났었다. (웃음) 곳곳에 누가 알바를 심어놨나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 믿는다. (웃음) 지금은 안도하고 있지만, 그래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임태산 캐릭터가 말수가 적은 역할이다. 왜 이 인물은 대사가 많이 없었나?

내 비서인 정승길을 연기한 조한철과 함께 등장한 방콕에서의 엔딩이 실제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때는 서로가 말이 없었던 상태였는데, 그걸 보면서 왜 이 영화 제목이 [침묵]인지 알 것 같았다. 원작인 중국 영화 제목이 [침묵의 목격자]인데, 원제에서 '침묵'만 따왔다. 제목의 의미를 되새겨보니 다소 촌스러웠지만, 돌이켜 볼수록 꽤 울림이 컸다. 영화의 제목이 고요함과 심연의 의미를 담는 것 같아서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보면 그것이 임태산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침묵]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나는 작품 선택에 있어서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적인 프레임을 놓고 볼 때 제작비가 엄청 투입된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단지 내가 끌리게 되는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아무래도 [해피엔드]서 함께한 정지우 감독과 여러 영화서 함께 작업한 임승용 대표와 같은 옛 전우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 더 끌리게 되었다. (웃음) 임 대표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의 판권을 구입했다면서 함께하자 제의했을 때 부터 궁금했다. 무엇보다 정지우 감독이 이것을 어떻게 자신만의 것으로 재해석 할지도 기대되었다. 원작처럼 법정물의 장르적 재미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초점을 둘 것인지? 특히 영화만의 반전을 어떻게 다룰지가 이 영화의 포커싱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포커싱은 임태산의 참회에 있다고 본다. 한평생 돈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을 당하게 된 것이다. 유나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고, 딸이 살인 용의자가 되었으니 그제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이다. 자신이 갖고있는 권력과 모든 것이 타의가 아닌 자의적인 문제로 인해 놓치게 된다는 정지우 감독의 설명에 끌리게 되면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 다짐했다. 


-[특별시민]에 이어 권력자를 연이어 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계속 권력을 쥐고 있으니 기분이 어떤가?

잡을만 하더라 (웃음) 그런데 그 런게 있다. [특별시민]의 경우는 정치인의 권력이었고, 임태산은 돈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일맥상통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권력을 쥔 인물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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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에서 딸로 출연한 이수경이 이번 영화에서도 딸로 출연했다. 기분이 묘하지 않았나?

어떤 분들은 수경이 또 딸로 출연해서 질릴 것 같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이수경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침묵]은 [특별시민]과 다른 드라마의 '맛'이 있었기에 그 부분은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침묵]은 심판과 참회의 메시지가 가장 도드라졌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나는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고도 용의주도한 계획과 사태 수습에 집중하는 임태산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래서 그의 그러한 모습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그런 요소들이 영화적 재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딸이 징역을 살 위기인데도 회사 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대형 로펌도 아닌 신출내기 신예 변호사에게 전권을 맡기는 자체부터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그것이 다 결말 부에 이르러서 드러나는 것을 볼 때 관객들은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침묵]의 묘미는 바로 여러 개의 반전에 있다고 본다. 


-오랜만에 정지우 감독을 만나니 어땠나?

모습은 그대로인데, [해피엔드]와 달리 모든 것이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사람이 더 여유로워졌으며, 캐릭터 설명도 친절하게 일일이 설명하며 의견을 들어주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배우를 위해 여러 배려를 해주는 모습에서는 감사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젊은 후배들과 함께 해야해서 고독한 부분은 없었나?

내가 좋아서 한 선택이었다. (웃음) 내 스스로가 즐겁게 일하자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뜩이나 애민하고 힘든데 서로 인상 쓰고 하는 것은 모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릴렉스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어느덧 내가 촬영장의 연장자가 되다보니 무서운것도 없다. (웃음) 젊은 후배들과 함께하는걸 두려워 하기 보다는, 내가 계급장을 때고 후배들에게 달려가야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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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석상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건 진짜다. (웃음) 내감 겸손 떨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연식을 떠나서 정말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모습들을 후배들을 통해 접하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감탄하게 된다. 그들의 치열함과 힘 빠지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대사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그 모습이 너무나 대단했다. 극 중 내 대사처럼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라는 말이 맞는 거 같았다. (웃음) 혼자 놀면 늘어가는 건 소주병밖에 없다. (웃음) 그래서 이런 동료들과 현실에서 함께 할 때 그게 오래 가는것 같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배운 게 많았던 것 같다. 


-임태산의 어떤 감정을 중점적으로 담으려 했나?

임태산은 고지식하리만큼 돈에 대한 철학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속물로 보이겠지만 정말로 그것은 임태산의 진심이다. "돈이 진심이다." 라는 대사가 그것이다. 내가 나쁜 놈으로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이 임태산이 관객들을 향해 눈가림을 하는 행위였고, 마지막에서야 그 이유가 드러나게 된다. 나는 시련을 겪는 입장이니 객관적으로 빠져나와서 점검도 해야 한다. 정지우 감독이 다행히 이것을 잘 조절해 주었다. 


-극 중 지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류준열이 연기한 김동명이 임태산을 향해 거의 심한 욕과 조롱을 쏟아내며, 임태산을 흔든다. 류준열 입장에서는 대선배를 향해 그런 대범한 연기를 한다는 점이 부담 될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이 연기를 잘하도록 유도했나?

김동명이 유나의 속옷을 만지며 좋아하는 모습에서는 정말 화가 나더라. (웃음) 후배 입장에서 그런 연기를 선배 앞에서 펼쳐야 한다는 것이 당연히 부담스러웠겠지만, 준열이를 비롯한 요즘의 젊은 배우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솔직하다. 자신의 캐릭터가 지닌 성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한다. 그 모습이 정말 좋았다. 연기자가 자신의 캐릭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연기하면 정말 답답하다. 내가 준열이를 '짬뽕' 같다고 비유 한 것은 그 유연성과 대담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웃음) 사실 완성본보다 리허설할 때가 장난 아니었다. (웃음) 녀석이 욕을 너무 잘해서 나중에 정말 화가 나더라. (웃음) 그래서 촬영 끝나고 몰래 불러서 "야 다시 한번 욕해봐!"라며 농담했다. (웃음) 그러한 후배의 모습에서 많은것을 배우고 자극을 받는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신인 시절 왜 저러지 못했을까라는 부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류준열, 박신혜, 이수경 같은 친구들이 파도를 만들어 내면 나는 그 파도를 잘 타면 되는 것이다. 누구 하나 말썽부리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 전념해 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 때문에 작품의 흥행 성패를 떠나서 이번 [침묵]의 경험이 오랫동안 생각날 것 같다. 


-그 전에서 맛깔나는 대사를 많이 했다. 일상적인 대사에 생명력을 주는 특별한 능력이 최민식에게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연기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이것을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대중들의 관심 덕분에 그 부분이 부각된 것 같다.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그런 맛있는 대사를 쓰는 작가와 감독들의 능력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사가 대중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부분과 맛 닿다 보니 더욱 재미를 느낀 것 같다. 영화인들은 그러한 대중들의 반응과 현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자유다. 나도 인간인지라 내 출연작이 흥행이 저조하고, 좋지 못한 평가를 받으면 속상하다. 하지만 어떻겠나? 다음에 우리가 잘 하도록 노력해야지.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관객과 소통하고 묵묵하게 개척해야 하는 게 의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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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키고 있는 기준이나 주관이 있다면? 

사실 지금도 많이 흔들린다. 사람이 어떻게 안 변하겠나? 이번 영화 작업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는 말은 [침묵]을 통해 자극을 준 동료들이 있으니 그런 것 같다는 말이다. 준열이 같이 자극을 준 후배의 존재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항상 삼천포로 빠지는 것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지금의 기준인 것 같다. 


-앞으로 더 욕심내고 싶은 게 있다면?

욕심은 많다.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나는 편식이 싫다. 오히려 작품을 할수록 욕심이 더 많아진다. 그게 장르이건 형식이든 간에 다양한 욕심은 많다. 대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고 싶다. 그래서 항상 그런 좋은 욕심만 생각하려 한다. 새로운 걸 찾는다는 건 토끼들이 달에서 방아 찧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재조각하고 해석하는 그런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 사실 우리가 계획을 세운다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 소설 읽듯이 하면 그게 바로 되는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아이템을 갖고 있을 때 함께 해야 하는 동지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지속해서 만나고 싶고, 그들과 함께하는 계속 작업하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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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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