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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침묵] 박신혜, 연기 神들 앞에서 주눅 들뻔한 그녀를 구원한 손길은?

17.11.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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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에게 있어서 이번 [침묵]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평소 드라마를 통해 구축한 '누군가의 연인'이 아닌, 정의를 우선시하는 변호인이자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과 최민식, 류준열, 박해준 그리고 이수경 같은 프로 연기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였다. 그녀 또한 그러한 분위기에 주눅 든 상태였지만, 그때마다 여러 번 그녀를 도운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박신혜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만큼은 신인의 자세로 임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배우며 발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겸손함을 배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첫 공개 때 많이 떨렸다. 극 중반부에 휘몰아치는 부분에서야 내가 등장한다. 심지어 에필로그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왜 주연인데 이것밖에 안나오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알맹이를 챙겼을 정도로 제역할을 했다고 본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이 영화는 임태산의 이야기였고, 나는 그 부분에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희정의 심리적 변화가 많아서 좀 더 마음에 남지 않을까 생각했다. 분량 욕심 보다는 스크린에 내가 어색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극 중 최희정은 일반 법정물에서 등장하는 논리적인 변호사보다는 까다로운 의뢰인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인물이다. 오히려 변호사가 위기에 처한 주인공 같았는데, 이러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려 했나?

일반적으로 법정물의 변호사는 사실을 막론하고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사건을 맡게 되는 부패한 캐릭터들이 있다. 희정은 변호사의 성공보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사람이기에 무죄를 입증하기보다는 의뢰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사람이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희정이 미라의 과거 과외 선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희정은 임태산 개인보다는 미라를 위해 변호인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래 이수경 배우와 함께한 소감은?

완전한 아역이 아닌 나보다 나이가 조금 어린 배우를 만나게 된 게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다. (웃음) 그동안 촬영장에서는 내가 나이차이가 적은 막내였는데, 그런 상대를 만난다 해서 신기했다. 게다가 수경이가 너무 소름 돋게 연기를 잘해서 내가 배운게 많았다. 평소 일상과 카메라에서의 모습에서는 온도 차가 틀렸다. 


-신혜 씨는 일상 연기를 할 때 위화감 없이 연기한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친구이자 연인처럼 느껴진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런 일상생활에서 잘 녹아드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연기로 포장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저런 친구가 있다는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길가에 핀 민들레 꽃 같은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런 연기를 하는 데는 친구와 가족의 도움이 컸다. 처음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 부터 적응을 못 해서 책상에 엎어져서 자는 날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서 나와 놀아주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고, 그때의 모습이 지금 연기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가 그 당시 24반까지 있어서, '삼천궁녀'가 있다고 불리던 영파여고였다. 수많은 전교생들이 나를 연예인이라고 쳐다보는 시선이 마냥 행복하지많은 않았다. 그 눈길, 손짓이 부담이 될 정도였다. 그때는 싫다는 말도 못 했다. 그런데 그 부담스러운 것들이 지금 들어와서 '감사'가 되었다. 지금 일반인들과 잘 어울릴 정도로 융통성이 잘 발달하였던 것이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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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가 배우로 살아남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여배우가 신비주의가 있어야 하는데, 너는 안 그런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일상에서 나를 봤다는 목격담이 많이 등장할 정도로 내가 너무 거침없고 스스럼없이 돌아다녔다. (웃음) 그 부분에서는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 교회 갈 때도 예배드리러 갈 때 모자 쓰지 말라고 부모님이 혼내셔서, 일상에서도 나를 가리려 하지 않았다. (웃음) 그런 모습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영화로 오게 되면서 드라마에서 보여준 비중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누군가의 여인 제안이 영화에서도 있었다. 근데 요즘 그런 역할도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역할이 더 매력 있어 보였다. 요새는 남자 영화가 더 많은 편이고, 누군가의 여동생 역할도 많아서, 그런 요소로 쓰이기보다는 그 속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그 상황을 내가 견더내야 지만 주연으로 갔을 때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단계를 밟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나는 쌘 역할보다는 작은 역이어도 스크린에서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스크린 적응기를 겪고 있다고 본다. (웃음) 이왕이면,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잘 건너고 있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에서의 변신보다는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배우라면 스크린 안에서 2시간 동안 꽉 채울 수 있는 욕망은 누구나 있을 거라고 본다. 나 또한 그렇다. 이 스크린에서 5분으로 주목받았다면, 다음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그 시간을 늘려보고 싶다. 


-라인업만 봐도 연기 신들이다. 부담은 없었나?

엄청 많았다. (웃음) 특히 내가 주눅이 많이 들었다. "나만 연기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감독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계속 도와주셨다. 그 긴장 속에서 내 긴장이 겹겹이 쌓이니까 통제가 되지 않았다. 희정 자체가 긴장감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나는 부수적인 것을 갖고 있으니 감정을 놓치고 있었다. 그럴 때 마다 감독님이 눈치채시면서 나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희정이의 연기가 좋은데 이 캐릭터를 좀 더 고민 있게 연기해 보며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캐릭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면서, 내 연기 방향을 잡아주셨다. 그래서 내가 딴생각 하지 않고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다. 


-최민식 배우가 젊은 배우들과 함께해 좋은 게 에너지를 얻었다며 이번 촬영이 기억에 남을 거라며 좋아했다. 박신혜 배우가 관록의 배우로부터 받은 것이 있다면?

내가 긴장하고 자꾸 소극적으로 변할 때 마다 이끌어 주신 분이 최민식 선배님이셨다. 무게감을 누르지 않고, 그 무게감을 보호해 주시면서 품어 주시는 분이 선배님이셨다. 긴장도 풀게끔 농담도 많이 해 주셨다. 법정 안 장면에서는 실제 법정 분위기를 조성해 주셨고,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해주셨다. 선배님께서는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시기보다는 그것을 몸소 실천해 주신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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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의 이력을 함께 보면 정의, 진실과 관련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평소 정의와 관련된 부분에 고민하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어린 애들이 담배 피우고, 쓰레기 버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웃음)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게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 항상 가슴이 아프다. 아동 문제, 범죄 등 정의롭다기보다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서 나도 포괄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전작 [상의원] 에서 애잔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면을 연기하는 것도 때때로 재미있다. 그런 모습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밀당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브라운관은 오랜 시간 동안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거라면, 스크린은 두 시간 동안 사람들을 집중시켜야 하는 매체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 나를 훔쳐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거기에 대한 밀당의 고수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상의원]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작업이었다. 한복의 아름다움이 드러난 작품이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이번 영화 속 인물들은 얽히고설킨 관계다. 그것처럼 우리 영화는 그런 감정의 긴장 관계를 두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USB를 든 채로, 선배님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정승길이 내 앞에서 "그래 내가 죽였다!"라고 외치는 부분을 보면서도 만족했다. 드디어 내가 진실을 밝힌 대목이니까. 그 부분을 보면서 성취감과 희열이 컸다.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은 없나? 악역, 액션 연기는 어떤가? 

액션은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다. 한 살이라도 어릴때 와이어를 타야지. (웃음) 그리고 스릴러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근데 내가 스릴러를 잘 못 본다. 우리 실생활에서 이뤄 질법한 소재의 작품은 두려워서 못하겠다. (웃음) 나는 놀이기구에 대한 무서움 보다는 사람에 대한 무서움이 더 크다. 그래서 무섭지만, 사람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연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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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영화에서의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증가는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영화에서의 비율은 그렇게 많이 늘어난 거 같지 않다. 그러고 보니 저번 인터뷰에서 내가 특정, 전문직 직업 역할을 많이 하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때 내가 했던 대답이 "예전에는 여성 변호사 비율이 낮았다며, 지금은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대답했었다. (웃음) 이제는 여성 장관도 나오는 시대지 않은가. 그래서 영화 또한 자연스럽게 맞춰가고 있다고 본다. 이제 자유로운 여성들이 나오고, 그 틀을 넘나드는 시대지만 그에 비해서는 아직은 자극적인 소재가 많다 보니, 여성분들이 피해자로 그려진것  같아 안타깝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성폭력 여성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 


-요즘의 관심 분야는?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크다. 드라마를 찍으면 반응들이 제각 올라오는데, 영화는 그렇지가 않다. 관객들의 반응이라든지 후기가 없으니까 잘한 것인지 아닌지…그래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차기작이 많이 늦어졌다. 개인적으로는 가족 여행에 대한 고민도 크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코 앞이고, 내년에는 아빠의 환갑도 준비해야 한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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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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