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영가-심의 논란을 일으킨 '말 많았던 한국 영화들'
13.06.19 13:45
최근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두고 영화계 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있다. 해외에서 연이은 호평과 수출계약까지 성사된 좋은 행보와 달리 대한민국의 심의기관은 아직까지도 그의 개성을 받아들일만한 여력이 되지 못한것 같다. 대한민국 영상물등급위원회 (이하: 영등위)의 심의 판정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우리가 알고있는 4개의 등급(전체관람가,12세 미만,15세 미만,19세 미만)과 별계인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이 존재하지만 이 등급에 맞는 전용관에서 틀어야 하지만 전용관 하나없는 현실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리는 것은 그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의 19세 이상의 성인들은 분별력이 부족할 정도로 '제한상영' 영화를 관람하면 안되는 것일까? 대안을 내새우지 못한채 현안에만 맞추려하는 제도가 아쉬울 뿐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김감독이 자체 편집을 통한 재심의를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잠잠해 졌지만 원본을 볼수없게된 국내관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오늘은 역대 제한상영가 논란을 비롯해 등급 심의과정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적 영화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며 이들이 각기다른 '제한상영'등급을 받은 이유를 이야기하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외설인가? 예술인가? 90년대 최고의 논란 [거짓말]
[거짓말,1999]
감독: 장선우
출연:이상현,김태현
감독: 장선우
출연:이상현,김태현
1997년 5월 31일 대한민국의 언론과 문화계는 1심에 기소된 한 재판결과에 관심을 기울인다. 재판의 내용은 소설가 장정일의 작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관한 음란물 판결이었다. 판결 결과는 장정일에 대한 징역 10월 선고와 법정구속 이었다. 문화계 전반에 걸쳐 이 작품에 관한 외설,예술성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문화에 관한 규제 논란은 그 어느때보다 컸다. 그리고 2년후 대한민국의 또다른 '문제아 감독'인 '장선우'감독'은 이 문제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거짓말]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등장은 한국사회의 엄청난 큰 방향을 일으켰다.
우선 소설과 영화의 공통된 줄거리는 30대 후반의 예술가 제이와 여고생 와이의 만남과 이들이 벌이는 '성애'를 주 스토리로 담고있다. 소설은 노골적인 성적묘사와 표현이 그당시 큰 충격으로 다가와 '외설'논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여기에 '영화'는 이미 2년전 청소년들의 일탈과 방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 [나쁜영화]로 '사회적 물의'(?)를 한번 일으켰던 장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완성된 영화가 보여준 성적인 표현은 심의위원들을 당혹하게 만들 정도였다. 여고생과 30대 남자의 '원조교제' 그 자체였고 노골적인 올누드 성관계 장면과 횟수를 거듭할수록 가학적인 단계까지 가는 농도짙은 베드신과 묘사는 당시의 한국영화에서는 감히 표현할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노골적인 성적묘사가 가득찼던 영화라 불리기는 치부못할 영화였다. IMF로 가부장적 가정의 붕괴와 대기업의 부도 정치인들의 구속으로 신뢰와 자신감이 무너진 어두운 사회와 이들의 관계를 곱지않게 바라보는 주변의 고정관념적인 시선은 영화가 보여주는 노골적인 '성애'를 통해 탈출하고 싶은 현대인의 표상이었다. 특히 영화속 제이와 와이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를 걸으며 사회적 갈등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권위적 사회에 안절부절 못하는 성인 남자 '제이'를 보며 '여고생' 와이가 외치는 "우리가 죄지었어?" 라는 대사는 관념에 지배당한 한국사회를 향해 날린 통쾌한 메시지 였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와 사회적 구조를 너무나도 솔직하게 까발린 수작으로 볼수있다.
[거짓말]은 두번의 등급보류판정과 그 당시 언론과 매스컴의 관심을 받았고 9시 뉴스에 연일 방송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영화가 겨우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고 개봉을 하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관객들의 줄이은 관람은 이어졌고 보기드문 매진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하였다.
*노인은 근엄하게 보여야만 한다?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2002]
감독:박진표
출연:박치규,이순예
감독:박진표
출연:박치규,이순예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등장했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은 당혹 그자체였다. "패륜영화""노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작품" 이라는 두 가지 시선이 팽팽하게 대립하였고 등급위원들 사이에서도 격한 논쟁이 있었지만 이 영화에 대한 판정은 '제한상영가'였다. 문제인 즉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가 소문으로만 들렸던 '노인 분들의 성관계및 황혼 연애'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었고 특히 '구강성교'장면과 같은 적나라한 노출장면 까지 등장시켜 노인들에 대해 근엄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가 이 장면을 다루는 방식은 남달랐다. '성애'장면을 노골적으로 다루었다기 보다는 진지하고 관찰자 적으로 담았으며 특히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과정은 그야말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정도로 정열적 이었다. 그리고 청춘의 사랑을 보는듯한 수줍은 데이트 장면까지...이 영화는 멜로물 이었다. 단지, 우리사회가 노인분들을 인식한 사회적 관념인 '근엄함'을 강요하는 것은 내면적인 폭력이 아닌가를 묻는 진지한 메시지는 영화 이상의 큰 울림을 주었다. 영화에 대한 논란은 있을수 있어도 이러한 문제적 장면이 있다고 '제한상영판정'을 내린것에 대해서 큰 논란이 되었고 어렵게 개봉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과 찬사가 이루어 지면서 '영상물 등급'에 대한 불신과 그에 따른 관심은 그 어느때 보다 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의 사회적 지위,인식과 관련된 문제들이 사회전반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노인들에 대한 현재의 인식이 달라질 정도로 이 영화가 불러온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어쩌면 박진표 감독은 이러한 '제한상영' 판정을 예상했을 것이고 그것을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화가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면서 세상의 관념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릴 계기가 될수 있을테니까.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을 무색하게 만든 사례였다.
P.S: [죽어도 좋아]는 프랑스에서 전체관람가 판정을 받았고 캐나다 에서는 13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식일까? 아니면 너무나 당연한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첫 한국상업영화 [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2010]
감독:김지운
출연:이병헌,최민식
감독:김지운
출연:이병헌,최민식
누가알았으랴?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감독이 연출하고 이병헌,최민식 같은 톱스타들이 출연한 상업영화가 설마 '제한상영'등급을 받을줄은…[악마를 보았다]의 '제한상영가'판정에 영화인들은 다시 들고 일어났고 너도나도 SNS에 이 사실을 리트윗하며 '영등위'의 판결에 항의했다. 김지운 감독이 '영등위'로부터 지적을 받은 문제의 장면들을 재편집하면서 사태는 무마되었지만 첫 상업영화에 대한 판결에 대한 파장은 컸다. 영등위가 이 영화에 지적한 문제의 장면은 다음과 같았다.
1.인간이 존엄성을 해친 장면들 문제.
2.시신 일부를 바구니에 던지는 장면
3.인육을 먹고 개에게 주는 장면
4.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어 둔 장면' 등을 들었다.
2.시신 일부를 바구니에 던지는 장면
3.인육을 먹고 개에게 주는 장면
4.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어 둔 장면' 등을 들었다.
즉, 이와같은 문제의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을 크게 해친 영화이기에 문제가 된다는게 영등위의 설명이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영화가 묘사한 잔인한 폭력과 최민식의 리얼한 연쇄살인범 연기탓에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극 이었고 일부는 영등위의 의견에 동감한다고 했다. 실제로 영화의 폭력수위와 배우들의 연기는 실제 살인사건과 살인범을 본듯한 느낌을 줄 정도였고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폭력수위를 보여준것 같았다. 아니면 영등위의 판결에 대한 여운때문에 그렇게 보였던것 아니었을까? 반응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몫이다.
*정치적 논란의 제한상영가?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2010]
감독:김선
출연:정아영, 강석, 이란희
감독:김선
출연:정아영, 강석, 이란희
한국영화에서 정치적인 풍자와 묘사는 어디까지 선을긋고 있을까?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2010년 제작되었고 개봉을 준비했지만 '영등위'로 부터 두번이나 '제한상영'(1차 2011년 6월 14일, 2차 2012년 9월 22일)판정을 받아 개봉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여타의 영화들과 다른 성적,폭력적 수위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치적 표현'의 문제였다. 김선 감독은 이에대해 법정 소송을 제기하였고 5월 10일 법원으로 붜 승소판결을 받아 극장에 정식으로 공개할수 있게 되었다. 영등위가 이 영화에 지적한 문제적 장면들은 3가지 였다.
1.머리에 송곳이 꽂혀 죽은 경비원이 불태워 지는 장면
2.여자 경찰이 자신의 지퍼를 내리자 불이 붙은 남자의 성기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장면
3.실제 인물이 부착된 마네킹 목이 칼에 잘리고 피가 솟구쳐 선혈이 낭자한 장면이었다. (마네킹 부착 인물이 現대통령이라 논란이 되었다.)
2.여자 경찰이 자신의 지퍼를 내리자 불이 붙은 남자의 성기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장면
3.실제 인물이 부착된 마네킹 목이 칼에 잘리고 피가 솟구쳐 선혈이 낭자한 장면이었다. (마네킹 부착 인물이 現대통령이라 논란이 되었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문제의 폭력 장면이 실제 인간이 아닌 마네킹 이었다는 점에서 실사영화 기준에서 크게 잔인하지 않으며 실제 정치인 묘사 등장을 지적한 '영등위'의 행동은 언론-출판의 자유(헌번21조),학문-예술의 자유(헌번22조)를 침해했다며 이러한 사례를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의지를 위축시킬수 있다면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치적 풍자물에 '제한상영가'등급을 매겨 영등위의 정치적 중립성이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