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개봉 특집! 감시를 소재로 한 영화들
13.06.21 18:03
하반기 기대작 [감시자들]이 어제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기자들의 반응은 '한국 범죄스릴러의 또 한번 진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 빠졌다' 등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감시자들]은 경찰서 내 비밀 조직인 '감시반'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두 눈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며 범인을 쫓는 형사들을 영화는 숨가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감시자들] 개봉 특집, '감시'를 소재로 한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40년 가까이 된 영화들이지만 지금 보셔도 전혀 옛날 영화같지 않으실겁니다.
1. 타인의 삶
평점 9.21
개봉: 2007.0322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울리히 뮤흐, 마르티나 게덱, 세바스티안 코치 등
'난 그들의 삶을 훔쳤고 그들은 나의 인생을 바꿨다'는 포스터 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타인의 삶]입니다. 영화는 1984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 통일 전 공산주의였던 동독의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밀경찰(슈타지)에게 감시당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비밀경찰은 10만명, 스파이는 그의 2배인 20만명이었죠.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정보국의 요원 중 최정예요원인 비즐러(울리히 뮤흐 분)의 별명은 냉혈인간이었습니다. 그에게 '신념'과 '국가'이외에 중요한 가치는 없었죠. 그가 생각하는 조국은 완벽하고 이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비즐러의 임무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인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것. 언제나처럼 매의 눈으로 감시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비즐러는 오히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으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낍니다.
드라이만이 읽던 브레히트의 시집을 몰래 가져와 감상에 잠기는 여유를 갖기도 하고, 드라이만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결국 그는 조국의 뜻을 거스릅니다. 드라이만이 몰래 동독의 자살률에 대해 서독 언론에 실으려고 하자 이를 묵인하고 도와주기까지 한 것이죠.
이 영화는 해피앤딩이 아닙니다. 비즐러는 몰래 짝사랑하던 크리스타와 어떠한 러브라인도 형성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크리스타는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비즐러 역시 자신의 신분을 잃고 우체국에서 편지나 검열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해피앤딩입니다. 비록 그는 높은 지위를 잃었지만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통해 삶의 참 의미를 알았으니까요. 편지가 가득 담긴 수레를 끌고 가는 비즐러의 모습이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로 그 순간 비즐러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2. 이퀼리브리엄
평점 8.77
개봉: 2003.10.02
감독: 커트 워머
출연: 크리스찬 베일, 에밀리 왓슨, 타이 디그스 등
개봉: 2003.10.02
감독: 커트 워머
출연: 크리스찬 베일, 에밀리 왓슨, 타이 디그스 등
21세기의 첫 해애 제3차 대전이 일어났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이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 국민에 약물을 투여하여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이를 감시하는 감시자들은 '그라마톤 성직자'로 불리는 성직자들과 특수요원들 입니다. 그라마톤 성직자들은 감정을 순간적으로 읽으며 감정을 느끼는 대상을 제거합니다. 특수 요원들은 곳곳에 숨어 인류를 감시하죠. 이 특수집단의 유일한 임무는 감시를 통해 감정을 느끼는 자들을 박멸하는 것입니다.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반역자로 간주되어 제거당합니다. 책, 예술, 음악 등도 물론 금지입니다.
존 프레스톤(크리스찬 베일 분)은 이 특수조직의 최고 요원입니다. 일련의 규제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물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정부 요원이죠. 정부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그의 모습은 겉으로는 완벽 해 보입니다. 그런데, 감정을 느낄 수 없어야 하는 그가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동료의 자살 앞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숙청 앞에서. 그는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데요. 결국 존은 감정을 억제해주는 약의 복용을 중단합니다. 그리고 지금껏 통제되었던 감정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정작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니?" 라고 물으면 "좋은 회사 취직해서 행복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하죠. 느끼셨을 지 모르겠지만 행복하다는 것도 감정입니다. 불행하고 짜증나고 고민되는 것도 감정이죠. 이 모든게 없다면 우리의 삶이 너무나 피페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엄청난 감시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컨버세이션
평점: 8.24
개봉: 1974년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진 핵크만 등
개봉: 1974년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진 핵크만 등
넓은 광장에서 도청이 이루어집니다.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과 단절되어 들리는 대화. 모두에게 열려있는 광장과 대비되어 은밀하게 도청이 이루어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도청전문가 해리 콜(진 핵크만 분)은 의문의 대기업 사장에게 고용되어 한 쌍의 젊은 남녀를 도청합니다. 젊은 남녀중 여인은 '앤'이라는 디렉터의 아내였고 남자는 그녀의 정부였죠. 해리는 자신의 직업이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도청 전문가이기 때문에 일에 대해서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연인 에이미에게 조차 거지주와 직업을 말하지 않죠
도청일을 끝내고 언제나처럼 대화를 종합에서 이어붙이던 해리는 우연히 자신에게 도청을 의뢰한 대기업 사장이 젊은 남녀를 살해하려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증거물이었던 도청 테이프마저 도둑질당하죠. 해리가 자신의 계획을 눈치챘음을 알아챈 대기업 사장이 콜걸 메레디스를 시켜 해리를 유혹하고 도청 테이프를 훔쳐오게 한 것입니다.
이제 해리는 일과 양심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그의 도청은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절대 공개적으로 나설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감시자들]에서도 등장하는데요. 감시반 신참 하윤주(한효주 분)에게 황반장(설경구 분)은 감시반의 일은 절대로 들켜서도, 말해서도 안된는 일이라고 충고합니다. 그들의 일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는 '불법'과 범죄 예방이라는 '준법'사이에 걸쳐있기 때문이죠.
컨버세이션은 제작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과 감시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영화의 주제는'옛날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큽니다. 과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걸까요? '정당함'에 대한 가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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