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속 '동구'라는 이름의 캐릭터들
13.06.26 16:38
교과서와 동화책에 등장하는 흔한 이름중 '철수,영희'라는 이름이 있듯이 한국 영화의 흔한 주인공의 이름에는 유독 '동구'라는 이름이 많다. 순박하면서도 정겨운 이름의 어감처럼 친근하게 관객에게 다가가는 이름중 하나인 '동구'는 어떤 성격과 이미지로 우리 관객들에게 다가왔을까? 아래 영화와 드라마속 '동구'들에 대해 알아보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방동구'
북한군 특수부대 소속의 '원류환'. 남한으로 잠입후 그의 임무는 동네 바보로 대기하다가 지령시 임무수행을 원칙으로 두고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완벽한 바보연기를 하기위해 '바보 동선'을 일일이 계산하고 연구하며 치밀하게 준비한다. 원래는 잔인하고 냉철한 충성스런 북한 특수부대원 이지만 본이 아닌 임무상 바보 역할로 인해 동네 주민들과 친근한 교감이 이루어졌고 이로인해 그들의 삶에 동화되고 만다. 향후 주민들 모두 그를 '간첩 원류환'으로 기억하지만 그들은 '바보지만 사랑스러웠던 방동구'를 더 기억하고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오동구'
마음과 행동은 여성스럽지만 신체적으로는 남자인 '오동구'. 육중한 몸과 이에 걸맞는 '힘'과 달리 '오동구'의 소원은 '진짜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마돈나' 같은 완벽한 여성이 되어서 짝사랑 하고 있는 일어 선생님(남자)앞에 당당히 서는 것이 목표다.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술비가 500만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된 동구는 500만원을 얻기위해 씨름부에 들어가 인천시가 주최한 대회에 우승하려 한다. 하지만 덩치의 남자들과 맨살로 부대껴 대결해야 한다는게 여간 부담스럽다. 여기에 동구는 어려운 집안 환경속에서 살고있다. 어머니는 집을 나간 상태이고 실업자인 아버지로 부터 폭행을 당한다. 하지만 '여자가 되고 싶다'는 발칙하면서도 용감한 희망을 가지며 '남자' 못지 않은 강인함정신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괴롭힌 세상의 잣대와 시선을 내던지는 '소년장사'가 된다.
[날아라 허동구]의 '허동구'
영화속 '허동구'는 11살의 IQ 60의 소년이다. 동구를 애지중지 하게 키우고 있는 아버지(정진영)는 어떻게든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을 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정해진 초등학교 야구단 입단. 하지만 동구가 그곳에서 잘하는 일이라고는 '물당번'이다. 동구는 야구부 에서의 자신의 활약과 별개로 자신이 떠온 물을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비록 모자른 소년 캐릭터 지만 '초등학교 졸업'과'물당번'이라는 꿈과 직책에 소박하면서도 행복해하는 표정은 각박한 나머지 우리가 잃어버린 '동심'을 보는것 같아 흐뭇하다.
[웰컴 투 동막골]의 '동구'
이번에는 1950년 과거에 있는 '동구'다. 이 동구는 정말로 순수함 그 자체의 아이다. 바로 외부 세계와 접촉이 없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인 '동막골'에 사는 소년이기 때문이다. 외부세계를 보러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 때문에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있다. 그럼에도 동구는 그러한 세상물정과 어른들의 세계와 상관없이 해맑게 '동막골'에 살아가는 장난꾸러기 이며 외부세계에서 온 미국인 조종사 '스미스'와 국군,북한군을 '동심'과'순수함'으로 이끌어 준다. 원작 연극에서 세상물정을 어느정도 아는 동네 소년으로 설정된 것과 차이를 두고있다.
[여왕의 교실]에도 있는 '오동구'
현재 방영중인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오동구'도 있다. 옛날 코미디언들의 바보 흉내 내는 것이 취미이며 이 때문에 줄곧 같은 반이었던 여주인공 하나는 동구를 부끄럽게 생각할 정도다. 천성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에 속하지만 억압적인 상황에 놓였을 땐 맞서 싸우기보단 피하고 도망치는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담임인 마여진과 마주칠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동구의 성격은 '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버려졌다는 슬픈비밀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유쾌함으로 이를 피하고 싶어하는 '도피'적 본능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슬프지만 이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본능을 가진 소년 '오동구'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를 지켜보자.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속 '동구'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을 살펴 보았다. 순수와 동심을 상징하는 '동구'덕분에 많은 관객과 시청자들은 즐거워 했고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이 식상하지 않은 이유는 잃어버린 우리의 '동심'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켜 주었기 때문 아닐까? 앞으로도 '새로운 동구'들의 등장으로 활기찬 한국영화들을 많이 만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