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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리뷰: 길예르모의 '거대 로봇', 액션 하나는 일품!

13.07.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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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퍼시픽림]이 어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습니다. [헬보이] [블레이드]등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초대형 로봇과 외계 괴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고편이 공개될 때 부터 [퍼시픽림]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기대도 높아졌는데요. 개봉을 하루 앞둔 오늘 영화진흥위원회의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퍼시픽림]은 46.3%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예매율 27%의 [감시자들]을 20% 가까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 하반기, 두 영화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반기 기대작 [퍼시픽림]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1. 압도적인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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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세요. 지금 갖고 계신 기대치를 더욱 높이셔도 좋습니다. 무엇을 상상하시던 그 이상을 보시게 될겁니다. 태평양 깊은 바다 속에서 카이주(kaiju, 일본어로 괴물)라는 외계 생명체가 출현합니다. '다리' 하나정도는 앞발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와 힘을 자랑하는 이 괴물은 순식간에 샌프란시스코를 폐허로 만들고 사라집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카이주의 출현 빈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빈번해집니다. 공격 범위도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점차 넓어집니다. 인류는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카이주의 크기를 1~4등급으로 분류합니다. 
 
이 괴물과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예거 군단'입니다. 압도적인 크기의 카이주에 대항하기 위해 예거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로 제작됩니다. 평균 크기 80m, 25층 빌딩 정도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예거는 조종사 한 사람으로는 컨트롤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크기가 상상되지 않으신다구요?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가장 큰 로봇인 옵티머스 프라임의 크기가 9m정도라고 합니다. 이 옵티머스 프라임은 예거의 머리 수준의 크기밖에 안된다는군요.
 
거대 예거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제작된 '크림슨 타이푼'은 팔이 3개인 독특한 형태의 로봇입니다. 세명의 쌍둥이 조종사가 조종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제작된 '체르노 알파'는 특대형 원자로를 탑재하고 있죠. 호주산 스트라이커 유레카는 빠른 속도와 기동성을 자랑하는 최신형 예거로서 아버지와 아들이 조종하고 있죠. 마지막, 미국의 '집시 데인저'는 전형적인 총잡이 로봇으로 구형 로봇에 새로운 무기들을 장착했습니다. 주인공 '롤리'와 생사를 함께하는 로봇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괴물과 이를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더 거대한 로봇들. 둘의 전투씬은 이 영화의 묘미이고 또 전부입니다. 스크린을 올려다볼만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존재들이 벌이는 전투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합니다. 로봇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눈을 뗄 수 없으시리라 확신합니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바로 로봇의 맨손액션인데요. 거대한 유조선을 한 손으로 들어 카이주의 뺨을 후려치고 초대형 강철 주먹으로 카이주를 내려치기도 합니다. 칼을 꺼내 카이주를 반으로 갈라버릴 때에는 절로 "대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영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관객들을 몰아치는 화려한 액션씬들은 이 영화가 가진 많은 단점들을 커버 해 주는 최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2. 헐리웃 영화? 일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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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의 감독에 주연배우 역시 미국인입니다만 영화에서는 짙은 '동양의 향기'가 풍깁니다. 우선 2명의 조종사들이 '드리프트'를 통해 서로의 신경에 접속하여 하나가 된다는 설정부터가 불교의 '혼연일체 사상'을 차용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괴물의 첫 출현과 최대 피해지역은 미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을 부르는 명칭은 일본어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카이주'는 일본어로 괴물이라는 뜻입니다. 저항군의 기지 '쉐터돔' 역시 홍콩을 기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 곳곳에서 홍콩의 거리와 시장, 사람들을 볼 수 있죠. 액션 역시 동양적인 요소들을 많이 차용해 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집시 데인저'의 부조종사를 뽑는 과정에서 롤리와 후보들은 경합을 벌입니다. 목검을 들고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는 그들의 모습은 헐리웃 영화라기 보다는 일본식 사무라이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여기에 원래 설정대로 일본 로봇인 '코요테 탱고'까지 더해졌다면 일본스러운 느낌이 더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여자주인공입니다. 유일한 여성캐릭터인 '마코'는 일본 배우 키쿠치 린코가 연기했습니다. 마코는 어릴 때 카이주에 의해 부모님을 잃고 저항군 대장 스탁커(이드리스 엘바 분)에 의해 길러진 인물로, 예거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소녀입니다. 네. 그녀는 조종사라기보다는 소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연약하고 눈물 많으며 보호본능을 자극하죠. '아픈 과거를 가진 감성적인 여성'이라는 그녀의 설정은 아무리 마코가 화끈한 액션과 강렬한 눈빛을 선보여도 극복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렬한 모습을 보일 때 마다 캐릭터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만 줄 뿐이었죠. 헐리웃에서 동양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퍼시픽림]의 길예모로 델 토로 감독은 일본식 SF 장르의 마니아입니다. 아마도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로망을 실현시키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적인 색채를 잔뜩 가미한 SF물이 탄생했으니까요. 심지어 엔딩크레딧 Thanks to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이 일본의 감독, 원작자, 애니메이터들입니다.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 고질라의 혼다 이시로 감독, 마징가Z의 원작자 나가이 고 등 익숙한 작품과 이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감독 개인의 취향이라지만 양 옆의 국가들이 크게 다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3. 아쉬운 스토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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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기대하지 마세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작 [판의 미로] [헬보이] 정도의 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분명히 실망하실겁니다. 아무리 볼거리를 위주의 SF영화라지만 [퍼시픽림]의 스토리는 너무나 짜임새가 부족합니다.

주인공 '롤리'는 카이주와의 전투에서 함께 '집시 레인저'를 조종하던 형을 잃습니다. 그는 다시는 조종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예거군단을 떠납니다. 그러나 5년 후 '저항군'으로 복귀한 롤리는 예전의 결심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예거에 탑승합니다. 여기에 마코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뜬금없는 러브라인까지 펼쳐지죠. 심지어 롤리는 마코를 파트너로 삼겠다고 말하며 대장과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드리프트는 또 어떻구요. 형이 죽을 때에도 드리프트가 되어있던 롤리는 죽는 순간의 공포와 무기력감을 함께 체험합니다. 그가 조종사를 포기한 이유에는 드리프트에 대한 공포도 있었죠. 그랬던 롤리가 마코에게는 너무나 쉽게 드리프트를 허락합니다. 심지어 마코의 기억을 읽고 그녀를 위로하기까지 하죠.

과한 전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멋대로에 '내가 제일 잘났다'는 자신감에 차있던 아들은 갑자기 효자에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용사의 모습을 보입니다. 비밀을 가지고 있는 대장 스탁커의 사연도 우리나라 막장드라마에서 이미 너무 자주 본 소재들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드리프트를 시도하는 과학자들을 볼 때에는 실소까지 터져나옵니다. 화면에 비춰지는 것은 몇 없었는데 '드리프트'를 통해 엄청난 진실을 깨닫는 과학자들의 모습 역시 개연성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참신한 시도와 소재들은 좋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의 조합이라는 느낌을 떨치기는 힘들었습니다. 이어질 내용들이 충분히 예상가능했기 때문에 스토리에서 오는 긴장감은 많이 떨어졌다는 평입니다.
 
 
영화 [퍼시픽 림]은 볼 게 많은 영화였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의 비주얼적인 측면에 애착을 많이 가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퍼시픽 림]은 특히 감독이 전작들보다 더 비주얼에 엄청난 열정을 쏟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거대한 크기의 '카이주'들과 '예거'들을 마치 실존하는 것 처럼 만들어낸 CG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흥행작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로봇 액션은 [퍼시픽 림]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처럼 느껴지는 수준이니까요. 아마 헐리웃 SF영화 비주얼의 척도는 [퍼시픽 림]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과 한번쯤은 로봇을 가지고 놀아 본 경험이 있는 뭇 남성들의 로망을 스크린에 옮겨놓았다는 점에서도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 입니다. 전형적인 헐리웃식 영웅영화와 재난영화에 일본의 정서까지 합쳐놓은 스토리는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1 쿠기 영상 있습니다. 사실 속편을 암시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퍼시픽 림]이 전 세계적인 기대작이라는 사실을 미루어 보았을 때 속편 제작 여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P.S 2 영화를 보실 예정이라면 IMAX 3D를 강력 추천합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이상의 효과를 얻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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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TV-VOD 평점:★★★
관객 취향: [트랜스포머]가 부족했던 당신이라면!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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