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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씬] 어느 형사의 가슴 아픈 자기고백

13.07.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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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병길
출연: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등
개봉: 2012.11.08
 
사랑하는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끔찍한 '그 놈'에게 잡혀갔으니 살아있을 수 없을거라 말합니다. 그 놈을 전담했던 나는 누구보다도 그놈의 패턴을 잘 알고있습니다. 놈은 살인 후 전리품을 자랑하듯 시체를 유기한 위치를 형사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유류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헛된 믿음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녀는 살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15년은 나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살인을 멈춘 살인마가 오버랩되었습니다. 왜 하필 그녀였을까, 왜 하필 우리였을까. 울어도 보고, 술도 마셔보고, '그 놈'을 잡겠다고 미친듯이 돌아다녀보기도 했습니다. 그녀를 앗아가버린 살인마가 증오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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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그 날은 눈이 소복하게 내리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같이 있고 싶어했던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 놈'사건으로 바빴던 저는 모르는 척 했었습니다. 밥 한끼 먹고 매정하게 들어가 봐야한다던 제 앞에서 결국 눈물을 쏟던 그녀를 못본 척 했습니다. 사건이 종결되고 승진하면, 그래서 나를 반대하던 그녀 어머님께 조금이라도 인정받으면 그녀의 화도 풀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집에만 바래다 줬더라도, 아니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 줬더라도, 아니 차라리 크리스마스에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수 천번도 넘게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끝난 시점에서 살인마가 나타났습니다. 끔찍하게도 놈은 그녀가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제것인 마냥 쓰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그녀를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15년만에 마주하는 화면속 그녀는 울고있었습니다. 이제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았던 그 여자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여보세요? 아, 누구야 바빠 죽겠는데!" 하며 성질을 부리는 제 목소리를 듣고 있던 그녀는 얼마나 아팠을까요. 늘 자신을 외롭게 만들었던 나를 마지막까지 걱정해준 유일한 사람. 그래서 저는 그 놈을 더욱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해 봤자, 살인마에게는 15년 언저리, 심하면 무기징역 정도의 형벌만 내려지겠지요. 놈이 여생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세금으로 편하게 먹고 사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을 어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녀의 복수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면,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어떠한 짓도 나는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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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 날처럼 눈이 소복하게 내립니다. 5년의 형을 복역하고 자유의 몸이 된 나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멋쩍게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섰는데, 저 멀리 그녀가 보입니다. 내가 반했던 그 맑은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40이 넘은 아저씨인데, 그녀의 시간은 너무나 아름다웠던 20대에 멈춰있습니다. 그녀가 내 눈을 보며 말합니다. 그만 나를 잊으라고. 이미 나는 당신을 용서했으니, 당신도 당신 자신을 용서하라고. 20년만에 수연이가 저를 위해 준비 한 시계를 받았습니다. 이제야 모든게 끝났습니다. 이제야 나는, 맘 속에서 그녀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K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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