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징의 삐딱선] 사람이 더 무서운 대한민국
13.09.04 14:54
2013년에 기억나는 공포영화가 있으십니까? 매년 여름마다 무더위를 날려준다면서 여러 형태의 귀신, 괴물들이 우리를 무섭게 해주었었는데요. 올 여름처럼 귀신보기가 어려운 여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아마도 귀신이나 괴물보다 ‘사람’ 이 더 무서워서가 아닐까요?
(숨바꼭질, 2013)
제작되는 영화의 내용이나 흥행작들을 보면 한 사회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로 본 최근의 대한민국은 어떨까요? 영화 속 2013년의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키워드는 갑에 대한 ‘을’의 분노, 충격적인 범죄들의 연속 등이라고 정리 할 수 있겠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 2013)
사회적 약자들이 펼치는 극단의 선택들에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 방송사의 행태를 꼬집은 ‘더 테러 라이브’, 수 백만 명을 죽이고 있는 감기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무능하고 답답한 정부를 보여주는 ‘감기’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귀신이나 괴물보다 더한 무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기, 2013)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결국 설국열차의 대성공은 그 영화 자체의 훌륭함도 있었겠지만, 무언가 이 세상을 탈피해보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잘 만졌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 우리를 구해주기만을 바라게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최근 우리 사회는 ‘나우 유 씨미’ 의 이 4명이 필요한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술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모두 힘냅시다. 파이팅!
(나우 유 씨미: 마술사기단,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