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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리뷰_ 채워지지 않는 로맨스, '어떡하지 너?'

13.09.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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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
감독: 헤럴드 즈워트
출연: 릴리 콜린스, 제이미 캠벨 바우어 등
국내 개봉: 2013년 9월 12일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영생을 사는 뱀파이어와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소녀.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 두 시간 내내 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만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미(화학적 작용) 폭발하는 두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분)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뱀파이어가 되고자 하는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의 이야기는 여심을 뒤흔들기 충분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두 주인공처럼 영화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이며 판타지 로맨스의 정석으로 자리 잡습니다.
 
트와일라잇 이후 [뷰티풀 크리처스], [비스틀리] 등 다양한 영화들이 등장하지만, 그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2013년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의 등장은 많은 팬에게 엄청난 기대감과 우려감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전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악역 뱀파이어, 제이미 캠벨 바우어와 떠오르는 헐리웃 잇걸, 릴리 콜린스의 조합이라는 점에 대한 기대였고 후자는 사뭇 유치해져 버릴 수 있는 스토리를 얼마나 세련된 비주얼과 전개로 커버하는가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베일을 벗은 지금, 그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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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있는 만큼 우선 개연성 없는 스토리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고 가겠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주인공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성공에는 함께 있을 때 더 빛나는 남녀 주인공의 '케미'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여자를 지키려는 강인함을 보이며 뭇 여성들의 로망으로 등극합니다. 하지만 섀도우 헌터의 리더 제이스 웨이랜드(제이미 캠벨 바우어 분)에게는 강인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팀의 리더보다는 사춘기 반항아의 느낌이 더 강하지요.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날라리"의 센 척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찌질한 매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불과 5분 전까지 열렬한 키스를 나누며 클레리(릴리 콜린스 분)에게 사랑을 속삭이다가 그녀를 짝사랑하는 사이먼(로버트 시한 분)이 클레리의 방에 있는 것을 보고는 '망상' 시나리오를 펼칩니다. 그리고나서 쿨(?)하게 안녕을 고하죠.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사연을 그대로 올린다면 최악의 남자친구라고 비판받을 가능성이 농후 합니다. 제이미 캠벨 바우어는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차근차근 성장해 왔습니다. 이번 영화는 그의 첫 주연작이자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아직 한 편의 영화를 이끌어나가기에는 내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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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매력이 부족하다 보니 판타지는 충분한데 로맨스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클레리(릴리 콜린스 분)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백설공주]에서 이미 판타지 장르를 경험한 바 있는 릴리 콜린스는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맡은 바를 충실히 해냅니다. 평범한 소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세계를 구원할 섀도우 헌터가 되는 복잡한 심리상태를 잘 표현 했다는 평입니다. 액션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습니다. 하지만 남자주인공과의 캐미 부분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악역으로 등장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릴리 콜린스의 투 샷이 더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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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에는 놀랍게도 막장코드도 등장합니다.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1980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5]에는 영화사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가 등장합니다.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I am your father"라고 말하는 순간이 바로 그것인데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5의 반전은 광고와 개그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패러디되며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최악의 반전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수를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에서 답습합니다. 반전이 등장하는 순간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반전의 그 순간 허탈함을 느낀 게 저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영화관 여기저기서 들렸던 한숨 섞인 웃음소리는 이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냐고요? 반전의 강도는 직접 체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저는 그 순간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을 보고 있나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 막장코드(?)는 원작 소설의 설정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소설 자체는 뉴욕 타임즈 에 102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매력 넘칩니다. 하지만 이를 순식간에 70년대 아침 드라마스럽게 바꿔버린 것은 연출과 각본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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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역시 산만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여성분들의 말씀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그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제이미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알렉(케빈 지거스 분)은 시놉시스에는 신비한 능력을 갖춘 인물로 묘사됩니다만 막상 영화 속에서는 큰 비중이 없습니다. 섀도우 헌터들을 돕는 루크 교수(에이단 터너 분) 역시 도대체 어떤 캐릭터인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마저도 의아하게 만들어버린 영화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를 보고 난 후 주말에 [트와일라잇]시리즈를 다시 보았습니다. 같은 장르에 여러가지로 유사한 설정이 있다 보니 섀도우 헌터들과 뱀파이어들의 비교는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제 평가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엄청난 비판에도 불구하고 꽤 잘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작품을 뛰어넘을 판타지 로맨스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편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는 2014년 속편 제작을 확정 지은 상태입니다. 북미 개봉 성적이 3천만 달러를 겨우 넘겼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례적인 처사인데요. 날마다 공식 입장이 바뀌는 헐리웃인 만큼 정확한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흘러봐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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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연기(목소리):★★
스토리:★
연출력:★☆
 
총점:★★
관객취향: '소녀감성' 충만한 당신이라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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