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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리뷰: '나문희'를 성공적으로 연기한 '심은경'

14.01.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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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2014]
감독:황동혁
출연: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줄거리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分)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독립(?)시키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매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
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 주름진 할매에서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 먹는데…
 
 
*단점을 맺꾼 '심은경'의 능청스러운 '애 어르신'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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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미남, 미녀가 되거나 친구 또는 남매가 영혼이 체인지 되는 '현실 판타지' 에서는 '왜?'라는 과학적 근거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한번쯤 "여자가 되고 싶다" "너랑 인생을 하루만 바꿔보고 싶다" 라는 식으로 무심코 말을 뱉어내고 그 다음 날 그 소원은 '하늘의 뜻'인 것처럼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하루 만에 인생이 바뀐 주인공들의 일상을 난장판처럼 유쾌하게 그려내는데 몰두하고 관객들은 그 순간을 재미있게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수상한 그녀]는 바로 이러한 '현실 판타지' 장르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 일부 관객들에게 다소 억지스럽거나 너무나 흔해서 눈에 띄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수상한 그녀]는 완성도 면에서 상당한 단점을 노출한다. 한국 코미디의 전형적인 문제인 신파적인 드라마를 의도한 나머지 미지근해지는 후반부 스토리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새로울 것이 없는 전개 방식과 평범한 연출에 독특한 전개를 원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어쩌면 [수상한 그녀]는 새로운 것을 원하는 현재의 관객 트렌드를 기준으로 봤을때 보기 좋게 실패할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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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상한 그녀]는 이러한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충분한 요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문희'와 '심은경'의 존재였다. 애당초 [무간도]와의 비슷한 설정으로 아류작 소리를 들을뻔 했던 [신세계]가 배우들의 연기와 묵직한 연출로 이러한 우려를 덮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초반부 등장한 '나문희'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준 본연의 모습을 스크린에 그대로 보여주며 캐릭터의 기반을 만들어 냈다면 중반부터 등장한 '심은경'은 이러한 '나문희'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능청스럽고 재미있는 원맨쇼를 보여준다. 심은경의 이러한 연기는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말순'(나문희)은 '오드리 햅번'을 동경했던 순수 처녀 시절 '오두리'(심은경)로 돌아왔지만, 그녀의 정신은 여전히 70대 할머니다.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걸쭉한 사투리와 육두문자를 사용하고 처녀의 몸으로 노인들 모임에 참여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편의 재미있는 '애 어른' 연기를 선보인다. 게다가 21세기 트렌드를 무시한 70년대 패션과 외모를 따라 하고 고집하는 그녀의 비주얼과 함께 처녀인 본인의 모습과 노인 시절의 본인을 혼동하며 주변 인물들을 대하는 설정도 독특한 재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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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미지근했던 연출을 감독이 의도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평범한 연출 덕분에 '나문희'와 '심은경'의 능청연기에 관객들이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영화가 노리려는 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이었다. 정신만 70대 인 '심은경'과 실제 70대인 '박인환'이 보여주는 아슬아슬한 로맨스와 콤비 연기가 바로 그것이다. 나중에야 '젊은 오두리'의 정체를 알게 된 '박씨'가 그녀의 정체를 보호하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많은 웃음을 선사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재미를 준다.
 
가장 큰 포인트는 '듣는 영화'로서의 기능이다. '오두리'가 손자 '지하'(진영)의 밴드의 보컬로 들어와 부르게 되는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 [빗물]과 같은 곡들은 추억의 가요를 현대 버전에 맞게 편곡한 곡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세대간 공감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유도하고 노력했음을 알수있다. 특히, 오두리가 무대에서 1988년 김정호가 부른 '하얀 나비'를 열창하는 장면에서 처녀 시절 독일 광부로 파견 가다 사별한 남편과 핏줄 '현철'(성동일)을 키워내는 장면을 교차 편집하며 보여주고 있는 부분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러닝 타임의상당 부분을 차지한 부분들인 만큼 좋은 음악을 듣는 재미도 이 영화가 전해주는 의미 있는 부분이다. 그 부분에 너무 할애한 나머지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들 간의 긴밀한 연결에 단점을 노출한 것이 흠이기도 하다.
 
[수상한 그녀]는 상당한 단점도 많지만, 그것을 메꿔주는 심은경의 능청스러운 유머 연기와 세대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아 대중 영화의 기준에서 편하고 재미있게 불 수 있는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아쉬움은 있어도 딱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수준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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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But, 오락 영화로 보기에는 아주 무난하다.)
 
P.S:수많은 까메오들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마지막 등장하는 의외의 까메오에 많이들 놀라실거라 생각한다.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다른 비주얼을 가진 인물의 등장이었기에, 이 까메오의 등장에 여기자들 까지 소리를 지르고 좋아했다라는 힌트만 던져드린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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