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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 리뷰: '빌리 엘리어트' 소년들, 세상을 뒤엎다(★★★★)

15.05.12 10:46

 
 
[트래쉬,2015]
감독:스티븐 달드리
출연:릭슨 테베즈, 에두아르도 루이스, 가브리엘 와인스타인,루니 마라
 
줄거리
브라질의 리우에서 살아가는 열네 살 소년 라파엘과 가르도는 어느 날 우연히 쓰레기 더미에서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한 것도 잠시, 곧 경찰이 들이닥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며 지갑을 수소문하고, 지갑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 두 친구는 하수구에 사는 일명 ‘들쥐’에게 지갑을 맡긴다. 라파엘, 가르도, 들쥐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경찰은 세 소년을 쫓기에 이르고, 아이들은 지갑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는데…
 
 

인생을 바꿀 운명의 순간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빌리 엘리어트]의 복싱에만 몰두하던 빌리가 발레를 구경하며 환희를 느꼈던 그 순간과 [더 리더]의 마이클이 한나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던 것처럼 [트래쉬]의 아이들은 평소와 같이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우연히 주은 지갑을 통해 자신들의 운명을 바꿀 사건과 대면하게 된다.
 
[트래쉬]의 정서는 스티브 달드리 감독의 전작 [빌리 엘리어트]의 분위기와 정서를 많이 닮았다. 마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땅을 파며 석탄을 캐듯이, 쓰레기장 마을 사람들 또한 살기 위해 쓰레기를 분류하는 것이 일상이다. 탄광이 정부에 의해 억압받으며 점차 소외당할 거라는 것을 암시한 것과 달리 [트래쉬]의 쓰레기장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곳이다. 절망적인 환경이지만 쓰레기 더미 속 환경을 삶을 한 공간으로 완성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가난과 같은 절망을 긍정으로 이겨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가난함 속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스한 정서가 담긴 드라마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트래쉬]는 시작부터 거칠고 어두운 영화의 성향을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더러움이 모인 쓰레기장은 공교롭게도 추악한 비밀이 담긴 '진실'이 버려진 장소이기도 했다. 쓰레기장의 소년들이 주운 지갑은 바로 이 진실과 연관돼 있었고, 부패한 정치권과 치안기구는 이것을 찾아내기 위해 힘없고 나약한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암호, 은폐, 증거 조작, 살인, 치안 기구의 감시, 정치권의 연계 등 여러 살벌한 설정을 등장시키며 음모물 형태의 스릴러로 나아갈 것을 예고한다. 하지만 [트래쉬]가 지향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어린 소년들이 주가 되는 경쾌한 분위기와 스릴러적인 요소들이 더해져 메시지와 주제를 후반부에 집약시키는 드라마였다. 덕분에 영화는 스릴러물의 형태에서 드라마와 같은 정서적인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지루하지 않은 전개를 진행한다. 
 
자칫 어두운 배경의 작품이 될 것 같은 예감을 들게 하지만 [트래쉬]는 이 어두운 비밀의 열쇠를 풀 주인공을 낙천적인 성격의 쓰레기장의 소년들로 설정해 무거워 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조금씩 누그러뜨리며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인 전개를 더 하게 된다.
 
 
지속하는 경찰의 압박 수사에 소년들은 지갑의 정체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곧 영화의 비밀을 탐정물 형식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추리물 방식으로 연결된다. 소년들은 지갑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사건 현장에 다가가며, 암호를 풀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해 진실을 향해 다가서려 한다. 소년들이 추리를 통해 비밀을 풀어나가는 사이 부패한 경찰들은 모든 정보망과 공권력을 동원해 소년들을 추적하게 되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추격, 도주극의 형식을 이어나가게 된다.
 
뛰어다니는 삶이 일상인 소년들은 시종일관 달리며 부패한 어른들의 추적을 따돌리려 한다. 이때 화면은 소년들이 뛰어다니는 배경에 초점을 맞춘다. 쓰레기 더미안에 살던 소년들인 탓에 지하 통로, 쓰레기차, 빈민가 거리를 도주로로 삼는 방식이 의외의 흥미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오늘날 브라질의 현실과 자본주의 폐해를 의연 중에 드러내거나 직접 이야기하려 한다.
 
이 부분에서 [트래쉬]는 영화만의 본 메시지와 정체성을 드러낸다. 지갑의 주인을 알게 된 소년들은 부패한 사회의 현실과 정의에 대해 배우게 되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쓰레기 더미 속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도시 속의 그 누구보다 순수했기에 가능했다. 위험할 수도 있는 진실에 다가서며 부패한 어른들에 직접 맞서려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트래쉬]는 스릴러의 문법 속에 정의가 실현되는 소년들의 순수함이 승리하게 되는 통쾌함을 지향하려 한다.
 
'정의 실현'을 외치며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소년들의 모습은 탄광촌에서 자신만의 꿈을 키워온 빌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빌리가 낙후된 탄광촌과 애정이 식어버린 가정에서 순수한 열정으로 꿈을 키운것처럼 스티븐 달드리는 빌리 엘리어트의 열정과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쓰레기가 되어버린 오늘날의 정의를 정화할 수 있다고 희망하고 있다. 그 희망은 제 3세계의 쓰레기 더미 속의 소년들이 실현하는 판타지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트래쉬]는 5월 1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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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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