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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끼리 이래도 되는거야? '퀴어영화의 모든 것'

12.11.07 18:06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남녀 간의 불타는 사랑도, 혼자 가슴앓이 하는 짝사랑도, 남들은 욕할지라도 본인들은 순수하다고 외치는 불륜도, 동성 간의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랑도… 결국 사랑은 사랑이다.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는 사랑이라 해서 그 사랑이 더 작고 추잡하며 더럽고 못난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면 사랑에는 정도나 가치를 잴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 잘난 사랑에 슬퍼하고 아파하고 또 눈물 흘리는 것은 어느 사랑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상의 아주 일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올바르고 건전한 사랑 이외의 다른 모습들은 분명 거부감이 들며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지난 번에 소개한 금지된 사랑를 소재로 다룬 영화에 이어 역시 남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사랑이야기 두 번째 시간을 마련했다. 그 주제는 바로 퀴어 영화다.


해피투게더(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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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는 뜨거운 청춘의 영화이자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최고의 명화로 남아 있는 작품 중 하나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방랑자 보영과 그런 보영을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떨쳐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뒤에서 든든한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아휘의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그리고 어리석고 가볍지만 순진하고도 솔직하면서도 사랑을 아주 담백하고 맛깔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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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해도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퀴어 코드를 중심으로 그림 같은 사랑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감성 퀴어 영화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실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먹먹함을 선사한다. 서로 완전 상반된, 그래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두 사람의 96분 간의 사랑이야기가 왕가위 감독 특유의 섬세한 구성을 통해 한 편의 퀴어 영화가 아닌 최고의 멜로 영화로 평가 받는 것이다. 또 장국영과 왕조위의 미친 연기가 눈부시게 빛났으며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탱고 음악과 영상미가 관객을 매료시켰다. 해피엔딩도새드엔딩도 아닌, 그래서 눈물은 흐르지 않지만 가슴의 먹먹함은 남아있는 아름다운 영화를 찾는 누군가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브로크백마운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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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마운틴>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퀴어 영화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와 맑고 깊은 계곡, 그리고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를 노니는 수천 마리의 양떼가 장관을 이 곳, 브로크백마운틴. 그 곳에서 함께 일하게 된 갓 스무살의 두 청년 에니스와잭의 아름답고 슬픈 러브스토리가 따뜻하지만 아련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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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마운틴>은 당시 전세계의 많은 상들을 휩쓸며 2006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혔으며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이 작품을 ‘게이 웨스턴’이라고 조롱하던 일부 보수파의 평론가들조차 관람 후 기립박수와 찬사를 아끼지 않게 만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그 사랑 대문에 또한 행복했던 두 사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남녀 간이 아닌 남남 간의 동성애를 통해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또 할리우드 최고의 꽃미남 인기 스타인 히스 레저와 제이크질렌할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두 사람의 섬세하면서도 선이 부드러운 연기는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퀴어 영화라는 인식 자체를 잊게 만든다. 동양에 <해피투게더>가 있다면 서양에는 <브로크백마운틴>이 있다고 비교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담은 퀴어 영화다.


친구 사이?(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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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방샤방퀴어 로맨스 <소년, 소년을 만나다>로 유명한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진정성이 결여된 스토리와 과장된 게이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보통의 퀴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해보고자 만든 영화이다. <친구 사이?>는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청년 버전이다. 혈기 왕성한 게이 청년들의 연애를 솔직 대담하게 그려냈다. 20대 게이들의 가장 큰 현실적인 고민인 ‘군입대’를 소재로 영화는 보다 깊고 복잡한 이야기를 우울하지 않고 즐거운 리듬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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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고지전>과 <건축학개론>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제훈이 출연한 순도 99.9% 게이 로맨스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10대 시절부터 남달리 연애에 대한 촉이 좋았던 게이 감독의 실제 경첨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스토리뿐만 아니라 얼마만큼 캐릭터들의 행동과 감성에 사실성을 전제로 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 봐도 좋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사랑을 사랑이 아닌 변질된 이상한 무엇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물론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100% 공감하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일반적이고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고 그들의 행위가 마치 범죄인 마냥 치부할 필요는 없다. 인류는 언제나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넓은 마음으로 그들의 사랑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러한 사랑도 있다고 인정 정도는 해줘도 좋지 않을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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