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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바보, 진정한 바보연기의 달인은 누구?

13.01.23 17:09

영화배우 류승룡이 영화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다양한 연기변신을 보여주며 흥행보증수표의 길을 걷고 있다. 류승룡이 찍었던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대박을 터뜨리며, 류승룡은 명품조연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고, 차기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명품조연의 수식어를 떼고 이번에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이 첫 주연을 맡게 되었다. 이번에 첫 주연을 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은 바보연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이미 전작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류승룡이 바보연기를 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바보연기를 하는 류승룡, 과연 어떤 연기를 선보이게 될까.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개봉으로 돌아본 바보연기를 한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어떤 배우가 어떤 영화로, 어떤 역할로 바보연기를 소화했는지 알아보자. 
 
 
<말아톤>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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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에 걸려서 20살이지만 5살 지능을 가지고 살아가는 박형진이란 인물을 토대로 만든 실화이다. 조승우는 박형진이란 인물을 모티브로 한 초원이 역할을 맡았다.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라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그런 청년이 우연한 계기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청년은 마라톤을 할 때 아주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계속 달리기만 하는 마라톤이지만 그 마라톤을 시작함으로써 마라톤이 인생의 전부가 되고, 그 감동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까지 전달해주는 조승우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조승우가 바보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아닌 그냥 “초원이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조승우는 <말아톤>을 통해 ‘백만불짜리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정상인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지만 달리기 능력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바보천재, 그 영화를 통해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맨발의 기봉이>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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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발의 기봉이>로 코믹연기의 대표주자 반열에 올랐던 신현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벗어던지고 저능아 기봉이를 선택했다. <맨발의 기봉이>는 을 통해 만들어진 엄기봉 씨의 이야기를 실화로 만든 영화이다. 기봉이는 사십이 넘은 노총각으로,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을에서 효자로 소문났을 정도로 효심이 지극하다. 어느 날 우연히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우승을 차지하게 되고, 마라톤을 계속 하게 된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신현준은 바보연기의 달인으로 우뚝 올라섰다. 이 영화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현준이 연기력으로 인정 받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신현준의 노력이 이 영화를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현준은 맨발의 기봉이 이후에도 드라마 속에서 많은 바보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신현준은 “바보 연기를 할 때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힘든 일이 있어도 바보 연기를 하면 아이로 돌아갈 수 있다”며 바보연기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마더> 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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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에서 원빈은 어수룩한 바보청년으로 나온다. 어머니(김혜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덜 떨어진 역할이다. <마더>의 원빈은 여태까지 나왔던 바보 연기와는 정말 다르다. 바보라고해서 모두가 다 순수하게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원빈이 연기한 ‘도준’은 실속 없이 예쁜 여자를 쫓아다니는 데다, 순간적인 분노를 표출할 때는 섬뜩하기도 하다. 이 영화는 사실 원빈의 연기보다는 극 중 엄마로 나오는 김혜자의 연기가 더 주목 받았다. 살기가 느껴지는 표정과 눈빛만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하지만 원빈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진실을 알 듯 모를 듯 여러 복잡 미묘함을 잘 보여주었고, 비밀스러우면서 어두운 내면의 공포감을 잘 전달했다. 영화 <마더>의 제작사 측에 따르면 원빈은 원래 캐스팅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너무 잘생긴 외모 때문에 시골청년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원빈이 어린 시절 나무에 올라가거나 뱀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캐스팅을 했다고 한다. 제작진들은 촬영을 하면서 원빈은 시골 사람들과 섞여 있으면 원빈인지 못 알아볼 정도로 완벽하게 시골 청년이 되고, 촬영장을 나서면 멋진 배우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칭찬할 정도로 완벽한 <마더>의 ‘도진’ 역할을 잘 소화했다.
 

<바보>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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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보>는 3천만 네티즌에게 찬사를 받은 강풀 만화 <바보>를 스크린에 담아낸 휴먼드라마로 바보 승룡이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바보연기를 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엄마와 아들의 사랑 이야기가 많았다면, <바보>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다. 바보 승룡이 역할의 차태현은 늘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 등 모자란 모습 투성이지만 첫사랑 지호와 동생 지인이, 친구 상수(박희순 분)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 영화 캐스팅이 확정된 후 강풀의 만화 <바보>를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는 차태현은 몸무게를 8kg이나 늘리며 어리숙한 동네 바보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등 큰 노력을 했다. 그는 또 바보 캐릭터를 영화 속에 녹이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극중 ‘승룡’이와 비슷한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많이 접하며, 그들의 순수한 마음과 생활 모습을 스스로 익혔다고 한다. 차태현은 “내가 바보 승룡이를 표현하기 위해 만났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열심히하는 모습,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잘해주는 모습으로 오히려 세상을 순수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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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은 6세 지능의 딸바보 용구로 등장한다. 딸바보 용구 역할을 맡은 류승룡은 딸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아버지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류승룡의 용구는 굉장히 해맑고 주로 웃고 있으며,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나 잘 할 수 있는 말을 반복해서 하고 특정한 숫자를 잘 기억하는 것이 특징이다. 류승룡의 바보연기는 단순히 코믹하지만은 않다.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연기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그 노력들이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갔다. 류승룡은 바보연기에 대해 “고정 관념을 좀 깨뜨리고 싶었다. 그동안 지능이 어린 나에에 멈춘 사람들 표현할 때 전형, 희화화 된 것이 있었다. 코미디 프로나 이런데서 과장되게 표현하는 걸 봤는데 당사자나 가족들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보 연기라기보다는 어린 동심을 유지하는 어른에 주안점을 뒀던 것 같다"고 자신의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진정한 ‘바보연기의 달인’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서 세상에 ‘진짜 바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승우가 연기한 초원이와 신현준이 연기한 기봉이는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마라톤에 대한 열정과 재능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빈의 도진이와 차태현의 승룡이, 류승룡의 용구는 엄마의 사랑,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 가족들의 사랑,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잘 표현했다. 가족들 간의 사랑을 잊은 채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사랑을 보여주는 ‘바보’들은 ‘진짜 바보’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가진 멋진 사람들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이 사람들을 바보로 볼 것이 아니라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바라봐야겠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똑똑한 사람으로 사는 것보다는 가끔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을 더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박주혜 인턴기자 (juhye1024@happyrising.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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